16일 교육부·글로컬委 ‘글로컬대학30’ 예비 지정대학 33개교 명단 발표
전문대 10개교 포함…일반대 통폐합 제외해도 7개교 선정 ‘대약진’ 평가
‘현대·LG 맞손’ 울산과학대·연암공대, ‘보건 연합’ 대구·광주·대전보건대
‘권역 내 국공립대 통합’ ‘일반대·전문대 연합’ ‘재단 내 통폐합’ 등 다양

[한국대학신문 김의진·주지영 기자] 16일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올해(2기) 예비 지정 대학 33개교가 담긴 명단이 발표되면서, 이번 사업에 도전장을 낸 전문대학 간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LG그룹 간 협력으로 관심을 모았던 울산과학대·연암공과대가 포함됐고, 광역을 초월해 보건계열 전문대끼리 뭉친 대구보건대·대전보건대·광주보건대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함께 경남도 내 국·공립대를 하나로 통합하면서 지역 전문대와 연합하는 형태인 ‘창원대·경남도립거창대·경남도립남해대(통합)·한국승강기대(연합)’와 사립 일반대·전문대 간 연합 모델인 ‘동신대·초당대(일반대)·목포과학대(전문대)’, 같은 재단 내 일반대·전문대 통합 모델인 ‘원광대·원광보건대’ 등도 이번 명단에 들었다.

반면 부산권 7개교 연합 모델로 교육계 이목을 끌었던 동의과학대·부산과기대 등 대학들과 단독 유형으로 당당히 도전장을 냈던 대구과학대·대경대·영진전문대 등 대학들은 고배를 들었다.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부·글로컬대학위원회의 ‘2024년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 평가 결과’가 발표된 가운데 올해 2기 사업을 신청한 전문대학 중 △경남도립거창대 △경남도립남해대 △광주보건대 △대구보건대 △대전보건대 △목포과학대 △연암공과대 △울산과학대 △원광보건대 등 10개교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 연합·통합 유형으로 신청한 대학들이었고, 단독형으로 이번 사업을 신청한 전문대는 선정되지 않았다.

■ 대구보건대 등 ‘대구·광주·대전’ 보건대 연합…‘한달빛대학’ 설립해 단일 의사결정化 = 대구보건대·광주보건대·대전보건대는 각각 대구와 광주, 대전 등 광역을 초월한 ‘보건·의료계열’ 특화 전문대끼리 연합한 형태로 이번 사업을 신청해 교육계 관심을 집중시켰다. 헬스케어와 헬스테크, 재활치료, 늘봄·돌봄 등 4개 기술 분야별 특화 캠퍼스(스쿨)를 운영하며 향후 보건·의료 분야로 아시아 최정상 전문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광주·대구·대전 등 호남과 영남, 충청권을 대표하는 광역시 소재의 대형 사립 전문대 간 협력이라는 점에서 ‘물리적 거리’와 ‘재단 간 소통’이 한계로 꼽히지만, 단일 의사결정이 가능한 사단법인 ‘한달빛 글로컬 보건연합대학’을 설립해 극복하겠다는 구상이다. 해당 법인을 중심으로 교육과정·평가체제 등을 표준화·단일화하고, 캠퍼스 간 전과도 허용하는 등 ‘연합 스쿨제’를 조기에 안착시킨다는 방침이다.

김정수 대구보건대 글로컬사업단장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보건·의료 특화 대학 3개교 연합이 혁신적인 보건·의료 분야 직업교육 모델을 구축해 ‘아시아 넘버원’이 되겠다는 목표가 있다”며 “앞으로 예비지정 사업계획에 녹였던 내용을 구체화하고 지역 산업과 보건·의료산업을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숙 대전보건대 기획처장도 “보건·의료산업에서 간호사, 치과기공사, 임상병리사 등 의료기사 인재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바이오·헬스 분야 디지털화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산업 흐름을 반영하고 지역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방점을 두고자 한다”며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에 있는 전문대 3개교가 광역 경계를 넘어 뭉쳤다. 이러한 광역 간 연합이 지역정주와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 ‘현대·LG’ 대기업의 만남, ‘울산과학대·연암공과대’ 명단 포함 = 울산과학대와 연암공과대의 연합대학 모델도 이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각각 울산광역시와 경상남도(진주시) 등 광역을 초월한 전문대 간 연합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았지만, 세간에는 두 대학의 설립 주체인 ‘현대와 LG’의 만남이라는 이유에서 더욱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이번 선정 평가 과정에서 두 대학은 현대와 LG가 그간 국가와 지역사회, 산업 발전에 기여한 도전·개척정신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학이 제출한 혁신기획서에서도 ‘동남권 제조벨트 인력수요 대응 공과 연합대학 창출’을 사업 방향으로 설정하고, 각각 울산과학대는 제조업 생산기술 전문인력 양성에, 연암공대는 ICT 융합 산업 인재 양성에 집중하겠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담은 것이 이번 결과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같은 재단 산하의 일반대인 울산대학교가 글로컬대학으로 최종 선정된 까닭에, 이날 발표가 있기 직전까지도 울산과학대 지정은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렸다. 두 대학 내부에서조차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되, 최선을 다해 후회만 안 남게 하자”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선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두 대학은 그야말로 두 배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와 동시에 당장 본 지정을 위한 준비에 돌입해야 하는 만큼, 최종 선정 이후에 축배를 들겠다는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홍래 울산과학대 총장은 이날 통화에서 “지난해 울산대가 글로컬대학에 최종 선정되면서 주변에서 (유불리 관련) 이야기를 들었지만, 사실 크게 괘념하지는 않았다”면서 “애초에 (울산대와 울산과학대는) 타겟(인재 양성 목표)이 다르고, 우리의 교육목표를 잘 설정하고 지역사회와 국가에 어떻게 기여할지를 잘 드러낼 수만 있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었다”고 했다.

송민석 울산과학대 기획부처장은 “지난해 같은 재단에 속한 울산대가 지정된 덕분에 지정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었고, 울산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울산시의 경험이 축적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도움이 더 많이 됐으면 됐지, 불리할 건 없다고 생각했다”며 “울산과학대·연암공대 연합대학이 동남권 제조 인력 양성과 지역발전 선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최종 지정까지 한마음으로 노력해 뛰겠다”고 말했다.

이승익 연암공대 기획처장도 “두 대학의 노력과 지자체의 도움이 더해져 예비 지정이라는 좋은 결과를 낳았다. 경상남도에서 컨설팅 지원과 가이드라인 제시로 여러 도움을 줬다. 경상남도, 울산시, 울산과학대, 연암공대의 소통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며 “최종 지정까지 지역 정주 인력을 확보하도록 세부 계획을 더욱 구체화하겠다. 두 대학 연합이 하나의 대표 사례가 돼 글로컬대학 사업에 전문대가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 ‘국공립 통합’ ‘권역 내 연합’ ‘재단 내 통합’ 등 혁신계획 색깔도 다양 = 창원대·경남도립거창대·경남도립남해대·한국승강기대도 이번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 대학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경상남도 내 국공립대인 창원대(국립대·일반대)와 경남도립거창대·경남도립남해대(공립대·전문대)를 통합하면서, 도내 전문대인 한국승강기대와 연합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창원대 등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1도(道) 1연합대’를 목표로 세우고, 지역 전문대·연구원 등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의 ‘경남창원특성화과학원(GCIST)’으로 전환한다는 게 핵심 골자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카이스트)·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스트) 등 과학기술원이 권역별로 분포하지만, 경남도는 과기원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창원대 측은 창원국가산단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K-방산·원전·스마트제조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연합대학 모델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권역 내 일반대·전문대 간 연합대학 형태로 사업을 신청한 ‘동신대·초당대·목포과학대’도 예비 지정대학으로 선정됐다. 지역 내 일반대·전문대 간 협력이라는 점에서, 이들 대학은 ‘지역 공공형 사립 연합대학’의 선도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목표다. 모집 단위를 통합하고, 기초지자체 단위별 특성화 캠퍼스를 구축해 지·산·학(地·産·學, 지자체·산업계·대학) 일체형 대학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같은 재단 내 일반대·전문대인 ‘원광대·원광보건대’는 오는 2027년까지 두 대학을 통합하는 등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계획으로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대학으로 선정됐다. 의과대학·치과대학·한의과대학·약학대학 등 이른바 ‘의·치·한·약’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원광대와 임상병리 등 보건·의료계열 8개 학과가 중심인 원광보건대를 통합해 ‘생명산업 글로벌 거점대학’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올해(2기)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결과에서, 전문대는 전체 33개교 중 10개교(30.3%)다. 특히 국립대·일반대와 통폐합하는 조건으로 선정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총 7곳의 전문대가 본 지정(최종 선정)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게 됐다. 지난해(1기) 결과에서 전문대로선 경북도립대가 유일하게 포함됐지만, 국립대인 안동대와 통폐합하는 조건이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문대는 전멸했다는 평가가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전문대의 대약진’이라는 분석이다.

■ 올해도 단독형은 全無…“전문대는 단독으로 넣지 말라는 말이냐” = 다만 이번 2기 결과에서도 단독형으로 지원했던 전문대는 모두 탈락했다는 점을 두고, 교육계에선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글로컬대학은 선정 대학에 5년간 약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대형 국고 사업으로, 전문대가 단독으로 해당 사업을 운용하기엔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교육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일반대를 기준으로 1개교당 1000억 원 예산을 지원하는 규모로 설계된 정책이라면, 상대적으로 체급이 낮은 전문대는 1개교당 1000억 원이 아닌 4~5개교당 200억~250억 원씩이 적당하다고 분석한다. 현행 체제에선 단독형 내에서 일반대·전문대 그룹을 구분해서 심사하지 않고, 동일선상에서 경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전문대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계 중론이다.

일반대는 글로컬대학에 연합·통합 방식이 아닌 ‘단독형’으로도 선정되고 있지만, 전문대는 현실적으로 선정을 위해선 ‘연합·통합’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교육 당국에선 해당 정책에 대해 ‘지역혁신을 이끄는 선도대학 모델’을 발굴·지원하는 사업으로 설명하지만, 현장에선 대학 간 통합을 유도하는 구조조정 정책으로 인식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글로컬대학에 단독형으로 지원했던 한 대학 관계자는 “글로컬대학 1기·2기 선정 결과를 분석해보면 전문대는 단독형으로는 절대 넣지 말라는 교육 당국의 시그널로밖에 읽히지 않는다”며 “교육부 내부에서도 ‘사립 전문대에 10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에 부담감이 엄청나다’는 말이 나온다며 단독형으로 넣는 걸 재고하라는 조언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 단독으로 지원하려고 준비를 해오다가, 마감 직전에 연합대학 형태로 급선회해서 지원한 대학들이 많고, 심지어 이들 대학 중 선정된 대학도 나왔다. 사업계획서를 급조했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 현재 대학가에선 ‘결국 내용보단 형태(연합·통합)인가’라는 한탄이 나온다”며 “내년(3기) 준비를 안 할 수 없고, 또 그렇다고 연합으로 (방향을) 틀 수도 없고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