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루터대, 영남신학대 고문변호사)

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루터대, 영남신학대 고문변호사)
박상흠 법무법인 우리들 변호사(루터대, 영남신학대 고문변호사)

대학의 위기가 본격화하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폐교 혹은 폐과 속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필자가 수행하고 있는 모 국립대 불어교육전공이 그렇다. 최근 교원의 TO가 부족해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를 들어 폐과가 결정됐다. 다만 사립학교법 제56조 단서조항에 규정된 대로 학과의 폐지가 있을 경우 교원의 의사에 반해 면직 등이 가능하므로 학과폐지 절차에서 사용자인 대학 측은 근로자인 교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법원이 해석하고 있는 학과 폐과는 “사립학교법 제56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급·학과의 개폐에 의해 폐직이나 과원이 된 때’는 적법한 학칙 개정절차를 통해 설치학급 내지 학과가 폐지되거나 편제가 축소되는 등으로 인해 소속 교원의 직위나 정원이 없어지게 된 경우를 의미하며”(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두5103 판결 등 참조) “교원에 대한 직권면직 처분의 전제로서 사립학교법 제56조 제1항 단서 등에서 정한 학과의 폐지(폐과)는 적법한 학칙개정 절차를 통해 입학 정원뿐만 아니라 학과 정원이 ‘0’이 돼 재적생이 존재하지 아니하게 된 때”로 보고 있다.

학과를 폐지할 때는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 고등교육법상 학과의 정원·전공의 설치는 학칙의 개정 혹은 제정이 필요하다. 둘째, 학과의 정원이 ‘0’이 되는 학과 폐과를 규정한 학칙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전 구성원을 상대로 사전공고·심의와 공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타 학과의 교원이나 학생들도 장래에 폐과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절차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사전공고절차의 경우 전 구성원들이 볼 수 있도록 학교 홈페이지에 개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학칙개정 이전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공고해야 한다. 나아가 담당 학과 교수들의 심의절차가 진행돼야 하며, 이를 누락한 채 교수들의 동의가 이뤄진다면 무효에 해당한다.

대법원 2010. 6. 24. 선고 2010두 5103 판결을 살펴보자. 이 사안의 경우 학교법인의 학칙상 교수회의의 권한에 학칙의 제정, 변경사항 심의가 포함돼 있었는데 학과의 폐지에 대한 학칙 개정 시 교수회의의 심의를 거친 자료가 없었다. 따라서 고등교육법시행령 제4조 제2항(2012.1.6. 개정돼 3항이 됨)에서 학교의 장이 학칙개정 시 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학칙에서 교수회의의 학칙 변경 심의 권한이 규정된 점 등을 들어 교수회의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학칙개정은 무효로 처리됐다.

교수회의 심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된 후에는 공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학교 구성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고 학교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서다.

한편 대부분의 학과가 폐과 대상이 됨에도 불구하고 특정학과가 폐과를 결정한 것은 명백히 자의적이고 위법한 처분으로 본 사안도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폐과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두고 있지 아니하고 자의적 판단에 따라 차별적인 폐과 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현행 법령상, 학과폐지 이전 모든 재적생에 대해 전과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해 재적생이 존재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이므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법원의 태도는 교원의 지위에 관한 헌법 제31조 제6항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만을 존중하고 폐과 과정에서 교원의 동의만을 얻도록 하고 있다. 반면 동조 제1항이 규정한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것에 따르지 않고 폐과 과정에서 학생참여권·동의권은 배제함으로써 학생의 교육권은 실질적으로 차별조치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