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화 동의과학대학교 기획처장

김경화 동의과학대학교 기획처장
김경화 동의과학대학교 기획처장

현재 “국토균형발전, 지방분권 강화와 지방시대의 시작”이라는 정부의 화려한 수사와는 달리 ‘수도권 일극주의’는 더욱 심화됐고, ‘지역소멸’의 시계는 점점 더 빨리 돌아가고 있다. 거기다가 출생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4년 올해는 가구당 0.6명 대로 접어들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한국의 대학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특히 전문대학의 교수, 직원, 재학생, 졸업생들은 ‘각자도생’과 ‘일극주의’가 만연한 사회, ‘능력’보다는 ‘학벌’이 우대받는 전근대적 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그들의 삶을 시작하고 영위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대로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힘을 합쳐 이 지긋지긋한 ‘전근대성‘을 끝내고 ‘교육 근대화’를 이룩할 것인가? 지역 중소기업들은 현장기술인력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 유학생’ 중 국내 취업 가능인력을 애타게 찾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에 우리 청년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 정착하지 못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의도하지 않은 ‘노마드(nomad)’로서 유랑자의 삶을 강요받는 필연적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비수도권 대학의 상황은 더욱 더 심각하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일극화에 따른 청년인구의 유출, 16년간 지속된 등록금 동결에 따른 극심한 재정적 압박, 수도권과의 경제수준 및 문화 격차의 악화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취·창업을 통한 지역정주의 선순환 시스템은 무너진 상태나 다름이 없다. 게다가 더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위기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차별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라는 점이다.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충격은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국립대학보다 사립대학, 일반대학보다 전문대학에 차별적·집중적으로 가해질 것이 명백하게 예측된다. 그리고 시간차는 있겠지만 수도권 대학·국립대학·일반대학도 비수도권 대학·사립대학·전문대학과 마찬가지로 조만간 ‘끝나지 않을 겨울’을 마주쳐야 하고 그 엄혹한 추위를 견디고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모든 대학의 운명은 결국 “함께 사느냐 아니면 순차적으로 죽느냐”하는 선택으로 귀결된다. 무엇을 선택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어차피 변해야 살아남는 상황에서 대학은 혁신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의 변화에 마중물이 되는 것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Regional Innovation System & Education)이다. 그러나 “교육의 힘으로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라이즈 시스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 지방정부의 교육과 대학에 코페르니쿠스적 인식 전환과 전문성 확보가 강하게 요구된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대학이 지역혁신을 이끄는 ‘허브’가 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해야 한다. 또한 지방정부는 국가예산 수 조원이 지원되는 만큼 주도적으로 대학발전과 지역사회발전을 이끌어야 하고, 교육분야의 전문성도 조속히 갖춰야 한다. 특히 라이즈 사업은 지방정부의 혁신을 전제로 교육부의 권한과 재원을 대폭 이양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지역대학에 대한 정책이나 재정지원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좌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나 제도 등 시스템적 장치도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RISE 시행 시에 지역대학들 간 상생과 협업을 위해 공유대학, 연합대학, 통합대학으로 혁신의 방향을 잡는 점을 고려해 광역지자체(시장, 도지사 등)로부터 독립, 고등교육에 관한 업무를 수행할 독립적인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가칭)지역고등교육위원회’를 신속하게 자리매김해야 한다. 이 위원회 소속으로 법인체인 ‘RISE센터’를 두고, 광역지자체에서 조직개편 검토 중인 (가칭)‘고등교육국’ 등 국단위 고등교육 관련 부서가 위원회 실무를 지원하게 하거나 전담 실무부서로 개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국가적·지역적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산업인력양성계획을 통해 효율적이고 타당한 ‘인력양성계획’도 수립하고 ‘재정배분’에 대한 기능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셋째, 대학과 전문대학, 국립과 사립, 나아가서는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이나 특성화 방향 등 그 역할과 기능에 따른 ‘맞춤식 지원’과 ‘효율적 재정배분’을 위한 정책수립과 시행이 필요하다. 즉, 재정 배분할 때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수행하는 역할과 국가 및 지역, 지역 산업계의 인력 양성 목표나 인력요구 등을 고려해 중복성은 피하고 지역인재양성, 지역산업혁신, 지역 사회혁신, 지역 대학혁신 프로젝트별 실용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경제 성장을 위한 특정 산업 분야에서 전문적 인력이 부족한 경우 전문대학에 투여되는 재정 비율을 유지하거나 늘릴 필요도 있다. 인력 부족의 해소책으로 단기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의 영입이 필요한 경우나, 장기적 측면에서 내국인 산업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더 효용성이 높은 경우는 구분해 재정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타당하다.

교육부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전문대학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를 위한 기반을 RISE 실시와 함께 담대한 방식으로 튼튼하게 구축해야 한다. 향후 10년이 대학 혁신의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국민에게 교육에서 동등한 기회와 질적 평등이 제공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를 통해 국민은 헌법이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헌법 제10조), 평등권(헌법 제11조), 교육기본법상 학습권(제3조), 교육의 기회균등(제4조) 등을 보장받게 된다.

이것은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이데아에도 부합하는 것이며, 헌법정신과 가치를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소멸을 극복하고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 대통령과 정부, 국회 등 정치권과 지방정부 등 지역사회는 교육이라는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대학이 지역혁신을 이끄는 ‘허브’가 되고, 자율적·지속적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상생과 협업의 일상화를 통해 라이즈(RISE)의 성공적 정착과 지속적 발전이 가능해 질 것이며, 미래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라이즈(RISE)의 해답은 ‘지역’에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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