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배 재능디자인연구소 소장

손영배 재능디자인연구소 소장
손영배 재능디자인연구소 소장

“스펙 쌓고, 대학 졸업하면 더는 공부 안 해도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게 없더라니까요. 산 넘어 산이라더니…….” 갓 직장에 취업한 새내기들은 이런 하소연을 한다. 한편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원하는 꿈의 종착지는 워라밸을 보장하는 이상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다.

그 취업 자리 하나를 얻고자 유치원에서부터 대학 입학하기 전까지 13년 이상 꽃다운 청춘의 시간을 학원 뺑뺑이, 스펙 쌓기, 학교 성적 올리는 데 몽땅 투자한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그들에겐 낭만과 우정, 추억의 어린 시절이 어쩌면 인생의 낭비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자녀에게 이왕이면 의사, 변호사, 검사 같은 화이트칼라 계열 직업을 갖게 하겠다는 열의 하나로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는 학부모의 현실도 대한민국에선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상 이상으로 급변하는 시대이다. AI가 발전하면서 화이트칼라 직군에서 적지 않은 직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언제 어떤 직업이 사라지거나 생겨나도 이상하지 않은 현실이다. 또한 한 개인이 여러 직업을 갖는 N잡러가 낯설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세상은 이처럼 급격히 변해가고 있는데, 세상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진로의 방향을 잡지 못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말한다. “일단 대학은 가고 봐야지!”

문제는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대학에 대한 고정관념이 부모의 부모부터 자식에 이르기까지 대를 이어 자리 잡은 탓에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고 외쳐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학생과 학부모 당사자들은 그건 그저 미디어에서 의례적으로 때가 되면 한 번씩 내보내는 방송 콘텐츠의 하나일 뿐이지 현실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 인공지능이 탑재되며 급변하는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만으로는 미래에 생겨날 직업에 대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가 되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진로를 탐색하는 일은 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학생과 학부모는 분명 이렇게 물을 것이다. “아니, 전문가도 어렵다면서 그럼, 우리한테 어쩌란 말입니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진로 찾기는 직접적인 체험이 제일 효과적이다. 그런데 성적에 매몰되기 쉬운 리포트(수행평가),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이 일상화된 교육 현장에서는 정작 다양한 진로의 가능성을 체험하기가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이건 또 어찌하란 말인가? 모두가 직접적인 진로 체험을 하기 어렵다면 그 대안으로 간접적인 진로 체험을 하면 된다. 좋은 방법은 ‘읽고 만나고 기록하기’라고 생각한다. 즉, 독서를 기반으로 사람들은 만나 소통하고, 글로 기록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읽고,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 지식과 지혜를 얻고, 자기 생각을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체계적인 글로 써서 블로그나 페이스북 혹은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남기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디지털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는 것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하루하루 남긴 기록이 쌓이면 무시할 수 없는 빅데이터가 된다. 충실한 일상의 기록이 훗날 자신을 증명하는 포트폴리오가 되어 진로를 찾는 데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해보니 디지털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방법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효과가 있었다. 자신이 읽은 책에서 얻은 지식과 만남에서 대화를 통해 얻은 지혜를 더해 체계적인 글로 정리하는 훈련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관리하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 또한 다양한 능력을 갖추는 통로가 된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협업 능력이 점점 중요해진다. 초연결 시대에 학교 밖 세상인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행복한 진로 여행’의 시작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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