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 재능대 교학처장

김윤주 재능대 교학처장
김윤주 재능대 교학처장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메타버스, 가상현실, 증강현실, 클라우드 컴퓨팅, 가상화폐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확산되면서 우리의 생활뿐만 아니라 직업세계에도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같이 급속한 산업화와 정보화로 거대해지는 산업구조 속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직업세계에 순응하기 위한 핵심적 역량은 무엇일까?

필자는 본지에서 2019년 7회의 시리즈로 연재된 ‘전문대학 교양교육 혁신을 위한 정책제언 시리즈’를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대학의 교양교육을 고민하는 필자에게는 단비 같은 제언이었지만 실행의 문제는 여전히 딜레마다.

정부의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주요 개정 내용은 대학 내 벽 허물기, 대학과 산업체 협력 강화, 고등교육 기회 확대다. 이번 시행령의 주요 골자는 대학이 학과와 전공의 칸막이를 없애고 학생의 전공선택권을 강화하라는 요구이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이제 전문대학에서도 자유전공제를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적성에 대한 성찰 없이 대학을 진학한 학생에게 전공 탐색의 시간은 무척 의미가 있는 시간일 테지만 수업연한이 짧은 전문대학의 입장에서 2년 학제의 4학기는 전공 직무를 학습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이에 대학은 전공 직무를 세분화해 변화무쌍한 직업세계에서 최소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마이크로디그리, 더 짧은 나노디그리를 구성해 학생이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개인이 수행해야 하는 직무의 내용이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지고 있어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전공지식을 대학의 학제 내에서 모두 티칭(teaching)할 수 없다. 이제 체계적인 티칭에 의한 단순히 ‘아는(to know) 것’에서 급변하는 산업현장에서 순발력 있게 보조를 맞춰 ‘할 수 있는(to do)’ 능력을 신장시키는 교육이 강조돼야 한다. 전문대학의 정체성은 직업교육에 있으므로 전문대학 교육은 산업현장에서 실제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에 필자는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적응하며 학습의 전이 능력을 갖춘 기초능력의 함양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문해력과 글쓰기 즉, 국어 기초학습능력 함양에 관심이 모아진다. 학습의 ‘전이(transfer)’란 어떤 학습의 결과가 다른 학습에 영향을 주는 현상이며, 어떤 과제를 학습하면 이것이 다음 과제를 학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또 배운 것을 나중에 생활에 적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런 점에서 보면 문해력과 글쓰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주요한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챗GPT 등과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기술에 대한 의존성이 커질수록 문해력 부족에 대한 심각성이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문해력은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잘 표현해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글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창작할 수 있는 힘이다. 따라서 문해력을 키워나가는 것만으로도 학습과 생활 측면에서 자기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은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전문대학의 교양교과목의 이수학점이 대략 7~11학점 정도로 규정돼 있고 대학 재정지원사업의 주요한 성과과제가 직업기초능력, 창업교육, 컴퓨터 활용 교육 및 영어교육에 치중돼 있어 종합적 사고 능력을 키우는 기초학습교육의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정보량이 제한적이던 시대와 달리 현대사회는 정보가 무한증식하는 시대다. 대학교육이 모든 지식을 ‘티칭’할 수 없다면, 지식을 터득하는 방법을 ‘코칭’해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변화의 속도에 맞춰 학생 스스로 문제를 찾고 스스로 배우고 변화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지도하기 위해 기초체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을 교양교육에서 담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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