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캐스팅》 발표한 우희덕 작가…《러블로그》 출간 후 6년만
숭실대 교직원으로 15년간 근무 마친 2021년에 소설가로 전업
세계문학상 수상 후 찾아온 번아웃…차기작 준비 위해 제주도행
“여러 가지 글 써보며 자신이 쓰고 싶은 글 찾아 나설 수 있어야”

우희덕 작가는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은 독자들에게 “가능한 많은 글을 써보며 자신이 원하는 글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사진=본인 제공)
우희덕 작가는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은 독자들에게 “가능한 많은 글을 써보며 자신이 원하는 글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사진=본인 제공)

[한국대학신문 강성진 기자] 오랜 교직원 생활의 종착지는 작가였다. 작가 우희덕(44) 씨는 숭실대에서 15년간 일하며 홍보팀과 입학관리팀을 거쳤다. 그가 홍보팀에서 일할 때 맡은 업무는 홍보자료 작성이었다. 보도자료부터 소식지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글은 없었다.

글쓰기는 퇴근 후에도 이어졌다. 집에서 쓴 글은 보도자료가 아닌 소설이었다. 우희덕 작가는 퇴근하면 늘 소설을 썼다고 말한다. 대학생 시절 쓴 중편 소설 습작으로 시작한 소설 쓰기는 멈출 줄 몰랐다. 그가 진정 쓰고 싶은 갈래의 글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2018년에는 제14회 세계문학상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이때 그는 12년 차 교직원이었다.

그리고 차기작을 준비하던 2021년, 그는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연차를 얘기하면 다들 오래 일했다며 감탄할 시점”이라 말했지만, 15년이라는 시간을 뒤로 하고 등단 3년 차 작가로 전향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글을 완성했을 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어서였다. 올해 1월에 출간한 신작 《캐스팅》은 오랜 준비를 거쳐 나왔다. 교직원으로 한참 일할 2019년부터 준비한 작품이었다. 5년 만에 신간을 낸 기쁨을 느낄 틈도 없이 새 작품을 구상하는 우희덕 작가를 지난 15일 유선으로 만나봤다.

■ 낮에는 보도자료, 밤에는 소설을 쓰는 교직원 = 인사를 나누던 중 우희덕 작가는 본지 소속 기자였던 이들의 이름을 읊었다. 그가 대학 홍보팀에서 일하던 시절 만난 적 있는 기자들이었다. 첫 직장이었던 숭실대에서 그가 맡은 보직은 대학 홍보팀 직원이었다. 기자들에게 서면 답변을 써 보내고, 각 언론사에 보도할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사보와 소식지 작성까지 그의 몫이었다. 우희덕 작가는 그 시절을 더러 글쓰기 실력을 연마했던 시기라 칭했다. 여러 자료를 써야 했던 홍보팀 특성상 다양한 글쓰기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업무 중 늘린 글쓰기 실력을 발휘한 건 밤늦은 시간이었다. 집에 돌아와 글을 쓰는 건 직장 생활 이전부터 지켜온 ‘루틴’이었다. 집필은 대학생 때부터 시작됐다. 웹소설이라는 개념도 등장하기 전, 텍스트 파일에 내용을 적고 인터넷에 공유하는 ‘인터넷 소설’이 그가 쓴 첫 작품이었다. 학부생 신분으로 완성한 중편 소설이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때부터 집에 있는 시간은 모두 작품 구성을 위해 썼다.

직장 생활과 집필을 병행하는 건 쉽지 않았다. 오랜 기간 장편 소설을 준비했지만, 입학과 홍보 업무 몇 번에 많은 시간이 지났다. 글을 완성했을 때의 기분이 궁금했던 그는 8년간 준비한 장편 소설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다 쓰고 보니 당시 문학계에서 드물었던 코미디 장르였다. 독특한 특징이 있는 소설이라 생각하고, 한참 작품을 공모하던 어느 문학상에 지원했다. 이때 제출한 소설이 그에게 제14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안겨준 《러블로그》였다.

본업이 작가가 아닌 이가 등단과 동시에 우수상을 차지했다. 이 무렵 문예창작과 교수에게 정말 놀랍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와 함께 일하던 동료들도 갑작스러운 수상 소식에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홍보팀에서 작성하는 보도자료에는 그의 수상 소식이 담겼다. 우희덕 작가는 오히려 고민이 많아진 때라고 회상했다. “이제 작가를 할 수밖에 없겠구나. 언제 교직원을 그만둬야 할까”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올해 1월에 발표한 신간《캐스팅》의 표지. (사진=서로북스)
올해 1월에 발표한 신간《캐스팅》의 표지. (사진=서로북스)

■ 갑작스레 찾아온 ‘번아웃’…표류 끝에 나온 차기작 = 고민과 함께 ‘번아웃’이 찾아왔다. 오랜 기간 같은 업무를 반복하는 것과 퇴근 후 모든 시간을 할애해 소설을 쓰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웠다. 2019년부터 준비하던 차기작 캐스팅의 완성도 더 미룰 수 없었다. 결국 2021년, 그는 제주도로 거처를 옮겼다. 15년 차 교직원이 제주도에서 3년 차 작가로 거듭났다.

그는 작가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제주살이로 분출된 것이라 말했다. 직장을 계속 다니며 글을 쓴다면 재정적으로는 훨씬 나았겠지만 몸과 마음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서울을 떠났다고 한다. 지인들은 종종 자유로운 삶을 찾은 것 아니냐며 부럽다는 말을 건넸다. 이 시기 그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하는 정책주간지 ‘공감’에 기고할 칼럼의 제목을 ‘우희덕의 제주 표류기’로 정했다. 새 작품을 준비하는 마음 외에는 갖춘 게 없으니 표류와 다를 게 없다는 뜻이었다. 작품 출간에 걸리는 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졌다. 조용히 글을 쓸 수 있을 거란 생각과 달리 사람들의 텃세도 심했고, 재정적으로도 많이 어려워졌다.

올해 1월에 발표한 캐스팅은 제주도에서 3년간 표류한 끝에 나온 작품이다. 캐스팅은 대학 동기인 두 주인공이 시간을 거슬러 기억에서 잊혀진 것들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우희덕 작가는 캐스팅을 소개하며 희극과 비극이 섞인 작품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에 따르면 “첫 작인 러블로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웃기는 작품이라면, 캐스팅은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다. 그러면서 과거와 현재 등 이질적인 것들이 마주하는 경계를 다룬 소설”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에서의 표류는 작가에게 비극이었을지 몰라도, 소설의 장르는 여전히 코미디다. 그가 말하는 코미디 장편 소설의 매력은 잔잔하게 공존하는 재미와 의미였다. 캐스팅은 러블로그와 마찬가지로 독자의 예상을 벗어나 재미를 주고 뒤트는 요소를 포함한다. 시간을 오가는 판타지 소설 같은 요소와 웃음을 결합해 독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재미를 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차기작을 완성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글을 완성했을 때 느낄 기쁨이 그를 지탱했다. 작품을 완성하겠다며 무턱대고 제주도로 향한 ‘셀프 유배’는 전업 작가의 어려움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그는 교직원으로 일할 때처럼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탈고를 마친 순간의 짜릿한 기분을 맛볼 수 있었다. 차기작 집필을 멈추지 못한 이유다. 원하는 글을 쓰기 위해 거쳐온 시간은, 신간 출간과 함께 표류에서 감내한 순간으로 바뀌었다.

우희덕 작가는 자신만의 글쓰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가능한 많은 글을 써보며 원하는 글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처음부터 코미디 작품을 쓸 생각은 없었다. 업무에 쫓기다 집에 돌아와 쓴 여러 갈래의 글 중 하나가 코미디였다. 매일 글을 쓰며 취향을 하나씩 찾아 나섰고, 그 중 그를 가장 오래 지킨 장르가 코미디였다. 그는 이를 “범위를 좁혀가며 글을 쓰는 방법”이라 설명하며, “쓰고 싶은 글 외에는 아무것도 못 쓰겠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꼭 한 번 글로 써보길 바란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가 구상하는 새 작품 또한 제주살이로 범위를 좁힌 뒤 바라본 것들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걸 내려놓고 조용히 글만 쓸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던 제주도는 기대와 많이 달랐다. 제주도에서 지내며 그의 시각이 외지인에 대한 텃세와 환경 오염으로 좁혀진 이유였다. 다소 무거운 주제일지라도 장르는 코미디일 것이라 한다. 가장 자신 있고, 오랜 기간 쓰고 싶어 했던 형태의 글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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