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수에 진단 제외 대학 포함하고 비율 확대, 권역별 50% 의미도 해석 갈려

“특정 대학 구제 목적 아니냐” 의혹, 교육부 “기본계획에 따른 것” 부인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교육부가 정원 감축 없이 일반재정을 지원받을 수 있는 자율개선대학 규모를 확대한 것을 두고 대학가에서는 일단 환영하면서도 그 원인을 두고 의혹이 퍼지고 있다.

20일 발표된 대학 기본역량 진단 1단계 가결과에서 예비 자율개선대학 규모는 64% 수준이었다. 교육부는 “60% 내외로 선정하겠다는 계획과 자율개선대학 규모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자율개선대학 비율을 60% 내외로 하겠다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이 세워진 이후에도 대학가에서는 줄기차게 비율 확대를 요구해왔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지난해 입학금 폐지 논의 때 자율개선대학 비율을 늘릴 것을 요구했고 최근까지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예비 자율개선대학의 비율이 64% 수준으로 늘었지만 대학가의 표정은 밝지 않다. 비율 산출 방식을 두고 해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대는 이번 자율개선대학에서 예체능 혹은 종교 계열 위주 대학이거나 4년제로 편제된 뒤 2년이 지나지 않은 대학들은 심의를 거쳐 진단 대상에서 빠졌다. 이렇게 진단에서 제외된 대학이 27개교다. 그러나 교육부는 전체 187개교를 기준으로 64%를 적용해 120개교를 예비 자율개선대학으로 결정했다. 160개 대학을 기준으로 100개 내외의 예비 자율개선대학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번 가결과에서는 약 20개 대학이 늘어난 120개 대학이 예비 자율개선대학이 됐다.

진단을 받지 않는 대학을 제외한 160개 대학을 기준으로 비율이 정해지는 것으로 알았던 대학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실제로 한 대학 기획처장은 발표 후 64%인데 120개교면 숫자가 안 맞다며 기자에게 문의를 하기도 했다. 이 기획처장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실무를 담당하는 기획처장이 모수를 모를 리가 없지 않나”라며 “우리끼리는 160개 대학에 60%를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 평가팀 교직원들의 협의체인 대학평가협의회 관계자도 “진단을 안 받는 대학은 제외하고 160개 대학을 기준으로 비율이 정해지는 줄 알았다”고 했다.

계산식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교육부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대 전체 대상인 187개교 중 64%를 계산하면 120개교가 되고, 권역별 50%, 전국단위 10%였으니 120개를 5 대 1로 나눠 권역별 자율개선대학에 100개교, 전국단위 자율개선대학에 20개교가 배정됐다. 이렇게 산출된 100개교를 권역별로 나눴다.

대학가에서는 이 계산식을 두고 “처음 듣는 얘기”라는 반응이다. 영남지역 한 대학 평가팀장은 “우리는 권역에 22개 대학이 있으니 50%면 무조건 11등 안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다들 그렇게 생각했을거다. 대학에서는 지표나 배점에 민감해 있었고 이건(50% 계산식) 당연시하던 거라 공청회 때도 그렇고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예비 자율개선대학 숫자가 늘어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자율개선대학에 내년부터 지원될 일반재정 예산규모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예산철에 교육부와 기획재정부가 재정 관련 협의를 잘 마쳤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교육부가 예산을 많이 확보해 자율개선대학 숫자를 늘렸다면 굳이 모수를 늘려 비율을 축소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대학가의 눈은 서울 주요대학인 A대로 쏠렸다. A대는 3년 치 자료를 내야 하는 이번 진단에서 2년치만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이날 결과 발표 전 A대가 2단계 진단 대상대학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 나왔었다. 실제로 A대 관계자는 “전임 총장과 현 총장 사이 방향 차이가 있어서 발전전략에 대해 기술하는 앞부분에 두 장 정도를 2년 치만 낸 것은 맞다”며 “문의를 해보니 대학에서 선택해 기술하라고 했고 확인도 받았다. 우리는 지침대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대가 1단계를 통과하자 일부 대학에서는 A대를 구제하기 위해 비율을 늘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도권 한 대학 평가팀장은 “예비 자율개선대학 120개는 160개 대학을 기준으로 하면 75% 정도가 되는데 만약에 누가 봐도 좋은 대학이 60%대에 안 들었다면, 교육부는 계속 60% 내외라고 말해왔으니 65%가 넘어가면 말의 앞뒤가 안 맞게 돼 뽑을 수가 없다. 그래서 75% 수준이지만 평가에서 제외된 대학을 포함시켜 비율을 64%로 맞춰 자기들이 얘기한 것도 지키고 대학가에서 요구한 비율 확대 요구도 반영한 모양새를 만든 것 아닌가”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예비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된 서울지역 중형 규모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만약 우리 대학이 2년 치만 냈으면 (자율개선대학으로) 받아들여졌겠나”라며 “소문이지만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이건 교육적폐”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모든 건 기본계획에 따라서 하는 거고 이걸 우리가 바꾸면서 할 수는 없다”며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안 받은 대학도 조치는 들어가고, 진단에서 제외하기 전인 작년 10월부터도 60% 얘기는 나와서 모수에 포함해 계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A대와 비율 증가에 대한 연관성도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고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자율개선대학을 60%라고 한 적은 없고 60% 내외라고 적어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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