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처벌 방지법' 발의됐지만…결국 대안은 징계 규정 '다양화'?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최근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폭언과 성희롱 등 ‘갑질’을 하고도, 대부분 솜방망이 처분에 그쳐 논란이다.

서울대 사회학과의 H교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H교수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은 물론 동료 교수들에게 지속적으로 폭언과 성추행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에 따르면, H교수는 학생들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팔짱을 끼는가 하면 외모를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남자 없이 못사는 여자가 있다는데 쟤가 딱 그 케이스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H교수는 이런 이유로 지난해 3월 교내 인권센터에 제소됐으나, 센터는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릴 것을 권고했다. 아직 징계위원회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는 하나, 그동안 대부분 인권센터의 처분에 따라 교수들이 징계 처분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H교수는 3개월 만에 다시 강단에 설 확률이 높다.

목원대에 재직 중인 A교수는 학생들에게 '갑질'을 일삼고도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A교수는 새학기 복직을 앞두고 있다. 연구 활동과 강의에 제재를 받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A교수는 제자들의 공연비 수천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A교수는 3년 전부터 본인 자녀 결혼식에 학생을 동원해 주차 관리를 하게 하는 등 끊임없이 갑질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학교 규정상 A교수가 복직할 수 있게 돼 문제다. 

실제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국립대에서 총 35명의 교수가 성범죄로 징계를 받았다. 성범죄 유형별로는 성희롱이 가장 많았고, 성폭행·강제추행·성매매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성범죄 교수 중 파면이나 해임의 징계를 받아 교수직을 상실한 경우는 11명(31.4%)에 불과했다. 나머지 24명은 정직·견책·감봉 등의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학생들은 이 같은 '솜방망이식' 처벌이 적절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은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아왔던 H교수에 대해 즉각 파면을 결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직 3개월과 같은 가벼운 조치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H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학생모임'에서 활동 중인 백인범씨는 "학생에게는 다양하게 적용하는 징계가 왜 교수에게는 정직 3개월 다음에 바로 해임, 파면으로 이어지는지 모르겠다. 이 때문에 정직 3개월 이상의 조치가 이뤄지기 힘들다"며 "이런 규정이 학생과 교수와의 불평등을 불러 온다"고 비판했다.

최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들의 이른바 '셀프 징계'를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보다 실효성 있는 교원 처벌을 위해서는 징계 규정 다양화가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성범죄 교수들의 처벌수위를 결정하는 교원징계위원회에 학생을 1명 이상 포함시키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과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그동안 행해졌던 교수들의 ‘제 식구 감싸기식’ 처벌을 막고, 피해학생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추진됐다.

그러나 성범죄 교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학생을 교원징계위원회에 포함시키는 것만으로 해결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학생이 교수 중심으로 이뤄진 위원회에서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다.

김영 부산대 여성연구소장(사회학과 교수)은 "개정안이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위원회에 포함할 학생을 정할지, 어떻게 학생의 의견을 개진할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교수들이 내린 결론에 정당성만 높여주는 일종의 '구색 맞추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부분 징계가 '정직 3개월'에만 그치는 가장 큰 원인은 현재 교원 징계 종류가 다양화돼있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국립대 교수는 교육공무원으로서 교육공무원 징계 규정에 따르며, 사립대 교수는 교육공무원법 징계 규정을 준용하는 사립학교법 징계 규정을 적용받는다. 때문에 정직 3개월에서 바로 해임, 파면으로 이어지는 현재 규정이 되레 징계 경감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 결국 징계 종류 다양화를 보장하지 않으면, 교원징계위원회가 공정하게 작동하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교원 징계 종류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며 "대부분 정직 3개월에 그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법안이 교수에게만 해당되는 법안이 아니라 전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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