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이사회의 독단적인 총장 선출 인정 못해”
학교 측 “선거 규정 상 문제없어…갈등 봉합 위해 노력할 것”

▲ 한신대 장공관(본관) 앞에서 총학생회가 1달여가 넘도록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 장진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연규홍 한신대 신임 총장이 취임한 지 한달 여가 넘어가는 데 아직 취임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과의 마찰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총학생회는 이사회 독단으로 선임된 총장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법인 관계자는 “선거 규정 상 전혀 문제없다. 총장은 계속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주장해 양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신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13일 이사회의 독단적인 연규홍 총장 선임에 반대하며 총장실 점거와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지난 18일 본지 취재진이 방문한 총장실 앞은 학생들이 붙여놓은 ‘가짜총장’이라고 적힌 프린트물이 빼곡했다. 총장실 입구는 한신대 재단을 상징하는 십자가로 가로막혀 출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한신대 관계자들은 연 총장은 접견실에서 업무를 수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학생회관을 포함한 학내 곳곳에는 연규홍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와 플래카드 등이 가득했다.

▲ 한신대 학생들이 재단을 상징하는 십자가로 총장실 문 앞을 가로막아놓은 모습.(사진= 장진희 기자)

김계호 한신대 부총학생회장은 “총장과 이사회가 사퇴하고, 진정한 총장직선제가 실현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에는 한신대 신학과에 재학 중인 학생 30여 명이 “우리 대학에서 더 이상 신학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며 학과 사무실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한신대 신학과는 군부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던 학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자퇴서 제출이 한신대 신학과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한신대 학생과 이사회의 갈등의 골은 아주 깊다. 한신대는 2년여 전부터 총장 선출 파행을 반복해왔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채수일 전 총장이 사퇴한 2015년 이후부터 꾸준히 총장 선출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의 참여를 확대를 요구해왔다. 이사회는 이런 요구에 응하지 않아 결국 총장 임명이 파행됐고, 2년여 동안 총장 공석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와 학생들의 대립은 법정 공방으로까지 번져, 현재 학생 5명에 대한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번에도 갈등의 원인은 해소되지 않았다. 때문에 학생들의 농성이 무기한으로 장기화되고 있다. 이는 학교 운영에도 악재다. 농성으로 한신대는 신입생 모집 수시전형 등 학내 행사를 소화하는 데에도 한 차례 고초를 겪어, 학생회는 농성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또 학내 분위기가 침체돼 전반적인 정책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와 이사회는 갈등 봉합을 위해 팔 걷고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나 이사회는 학생들의 요구에는 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실현했던 이화여대 사례와 같이 직선제를 제도화할 수는 있다는 입장이다.

조성대 기획처장은 “모든 학내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민주적 정당성에는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선출 과정은 정관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연규홍 총장 사퇴 요구는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총장 이하 모든 학교 측 구성원이 정관 개정을 통한 총장직선제 실현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조만간 학생과 학교 본부, 이사회 간의 합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 대학 총학생회는 연규홍 총장 선임 절차의 정당성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학생 총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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