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법체계 없이 정책으로만 운용 한계 온 것”

“등급상향 위해 1억~3억원 새로운 컨설팅업체 고용”
정성지표, 형평성 문제 “평가자 주관 불가피한 구조”

[한국대학신문 정윤희·손현경 기자] 지난 4월 진행된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가 8월 마지막날 공개됐다. 하지만 결과를 받아든 대학가는  썩 개운치 않다는 표정이다. 지난해 4월 발의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이 아직 국회 계류 중인 상황에서 법안을 기준으로 평가 기준을 만든 것에서부터 구조개혁평가 편람이 결과 발표 전까지 총 4차례나 바뀌는 등 대학가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교육과 연구에 힘 써야 할 대학들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 “법 없이 사업 진행은 위험한 발상… 교육부의 고육지책일 뿐” = 지난해 4월 김희정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대학 평가 및 구조개혁에 관한 법률’은 현재 퇴출법인 잔여재산 반환 조항 포함 등 야당 및 교수단체 등의 반발로 국회 계류 중이다. 이 와중에 시행된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발표에 평가 자체부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감지된다.

제대로 된 법 없이 정책으로 밀어붙이는 데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충청지역의  A사립대 총장은 “대학구조개혁법을 만들자고 해 놓고는 지금까지 지지부진하고 있다. 결국 법이 없는 상태에서 정책으로서 한계가 온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사립대학이 전국 대학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 없이 구조조정을 실시한다는 것 발상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평가 기준을 정해지지도 않은 법에 준해 만들고, 전국의 대학들을 온 종일 정부평가체제로 돌아가도록 만들었다”면서 “국민적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굳이 대학구조개혁을 실시하려니까 대학도, 교육부도 힘든 것이다. ‘고육지책’이지만 그게 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호남 소재 B사립대 총장 역시 “대학구조개혁법은 (법제화가 아직)진행 중인데, 법이 없는 상태에서 대학을 평가하니 제대로 평가될 리가 있나 싶었다. '역시나'였다. 핵심은 ‘정원감축’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지면 되는데 교육부는 정책을 '이리 저리 왔다갔다' 했다. 실제로 D+, D-라는 말도 안 되는 점수를 내놨다. 학교 학점으로 치면 있어서는 안 되는 점수다. 항의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 “‘제멋대로’ 정책변경에 학사 일정도 차질” = 2015년 2학기 개강을 준비해야 하는 대학입장에서는 이번 평가결과 발표 시기를 두고도 상당한 불만을 나타냈다. 코앞에 닥친 2016학년도 수시모집을 진행해야 하는 학교 입장에서는 평가결과 공지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일관성 없는 평가 정책에 대학 학사 일정 또한 차질이 일게 생겼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충청지역의 C사립대 관계자는 “대학구조개혁평가 편람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편람 처음과 끝이 같은 게 하나 없다”면서 “학교 입장에서는 당장 개강이 다가오고 학사일정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시기에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소문만 무성한 대학평가에 마음만 졸이고 있었다. 이렇게 가면 특히 지역의 대학들은 365일 교육, 연구보다는 평가에만 골몰할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또 “학교도 개강해 학생서비스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데 지금은 학생들보다 평가결과에 모든 대학구성원들이 골몰하고 있다. 수시모집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2단계 평가를 준비하면서 새롭게 컨설팅을 받은 대학들의 불만은 더 크다. 편람에 기재된 대로 2단계 평가 대상 대학 중 10% 등급 상향될 것을 기대했고, 2단계 평가에 임하는 많은 대학들이 새로 컨설팅 회사에 수억대 비용을 들여 조언을 구하기 했다.

특히 예비하위그룹들이 많이 포진한 충청지역의 D사립대는 “1단계 평가 때는 자체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2단계 평가 대상이 되고나서는 최종 보고서를 잘 해서 어떻게든 등급을 올려보고자 컨설팅 회사의 도움이 받았다”면서 “보통 컨설팅 회사마다 1억~3억 정도의 비용을 들여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결국 편람에 기재돼 있던 10% 상향조정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 정성평가로 등급 갈려 “형평성에 문제” 지표 항목도 도마위 = 지표 간 점수 차가 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특히 빗발친다. 대학구조개혁평가 지표 총 배점은 60점으로 이중 41점은 정량지표이고 19점은 정성평가다. 정량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성지표에서 등급의 당락을 갈랐다는 평이다.

서울의 D사립대 평가팀 관계자는 “정량지표는 평균 이상이면 만점을 주는 지표 산식 때문에 변별력이 거의 없었다. 반면 19점 만점인 정성지표는 등급 간 점수 차가 상대적으로 컸고, 이 때문에 대학들의 등급이 갈린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것이 보고서를 통해 이뤄졌는데, 얼마나 정확하고 세심한 정성평가가 가능했을까하는 데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지역 E사립대 기획팀장 또한 “정성평가가 모든 것을 갈랐다. 우리 대학보다 객관적으로 정량지표가 한 참 뒤인 대학이 우리보다 높은 등급을 받아 정원 감축도 조금만 하게 됐다. 우리 대학은 교육비 환원율, 졸업생 취업률, 전임교원확보율, 교사확보율, 장학금 지급 객관적으로 다 높다. 학생학습역량지원(정성평가)에서 1점 넘게 차이가 나니 등급 자체가 바뀌었다”며 “교육비 환원율에서 1점을 뒤집으려면 수십억에서 100억까지도 대학이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학습역량지원이라는 정성평가에서 1점이 그냥 확 바뀌어버린다. 이 한가지로 뒤집어 버렸다는 게 이번 평가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충청권에 학교를 둔 F사립대 총장도 교육의 질을 평가하려 도입한 정성평가지만 공정하게 대학을 평가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평가는 정성평가를 크게 반영하고 정성평가라는 게 사람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교육의 질을 따지려고 만들어낸 정성평가인데 각 대학마다 문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자들의 잣대대로 평가되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호남지역의 G사립대 총장은 대학의 구조와 체질의 경쟁력 제고라는 대학구조개혁평가 취지를 생각한다면 ‘학과별 평가’방식이 더 맞다는 발언도 내놨다. 이 총장은 “학과별로 평가를 해서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를 매기면 대학의 체질개선은 물론 강소대학들도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학교를 평가해 사형선고를 내려버리면 대학의 경쟁력 있는 학과들도 같이 죽여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결과 발표 직전부터 대응방안에 고심하는 대학들도 눈에 띈다. 이번에 D+등급을 맞은 충북의 꽃동네대는 “이번결과를 통해 제한되는 국가장학금Ⅱ유형은 대학 재단에서 전액 부담해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며, 향후 대학구조개혁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대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구조개혁 평가에서 역시 D-를 받은 청주대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의 재정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LINC, CK사업 등을 준비하고 의욕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2016학년도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제한과 관련해서는 약 15억 원 정도로 예상되는 지원금을 학교가 부담함으로써 신입생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부족한 점을 정확히 분석하여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전반의 대학경쟁력을 높이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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