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대규모 폐강… 학생 항의에도 학교는 묵묵부답

▲ 한국외대는 2015년 1학기 336개의 강의를 폐강했다. 전례없는 규모다. 대학 측은 10일과12일 온라인 공지사항을 통해 폐강 강좌 목록을 안내했다. 학생들은 일방적인 통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 = 한국외대 홈페이지 캡처.

[한국대학신문 지민경 학생기자] 한국외대(총장 김인철)는 2015년도 1학기에 무려 336개 강의를 폐강했다. 유례없는 대규모 폐강 조치에 대체 강의를 찾아야 하는 학생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보다 관대한 성적평가가 가능한 10명 이하 강의가 주로 폐강돼 일부에선 ‘상대평가 전환을 위한 꼼수’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지난해 12월 기존 절대평가를 상대평가로 변경하는 성적평가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통보, 학생들의 본관 점거 사태까지 이어진 바 있다.

한국외대의 이번 폐강은 이례적인 규모다. 대학 측은 글로벌캠퍼스와 서울캠퍼스에 지난 10일과 12일 온라인 공지사항을 통해 폐강 강좌 목록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공강의 141개, 교양강의는 195개가 폐강됐다. 한 학기에 336개 강의가 우수수 폐강된 것. 2014년 1학기 71개 폐강, 2학기 86개 폐강과 비교해도 4배 이상의 수치다.

학생들은 지난해 일방적인 성적평가방식 개정 통보에 이어 이번 폐강 역시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규모의 폐강이 일방적으로 통보됨에 따라 대학행정에 대한 학생 불신이 커져 가는 형국이다.

영어대학의 전공 강의를 신청한 한 학생은 “11일 아무 것도 모른 채 강의실에 들어가서야 폐강 사실을 들었다”며 “동일과목은 있으나 다른 강의 시간과 겹쳐 결국 3학점을 포기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학교 커뮤니티인 ‘훕스라이프’와 페이스북 익명 제보 페이지 ‘대나무숲’에는 “책을 이미 구입했다” “3주차부터 수업을 들으면 놓치는 부분이 생겨 걱정이다” “들을 수 있는 학점이 더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수강을 포기했다” “계절학기를 들으라는 거냐”는 등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대규모 폐강에 교수들도 술렁이고 있다. 전공과목이 폐강된 서양어대학의 A교수는 “수업 전 출석부를 뽑으려 하는데 나오지 않아 알아보니 폐강됐다고 하더라”며 황당해 했다. 교양과목을 맡았다가 폐강된 B교수는 “오랜 시간 강의를 해왔는데 이러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일부 강의는 소수 인원이 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폐강 사태에도 불구, 학생들은 명확한 폐강 기준은 알기 힘들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폐강 기준이 강의 별로 천차만별인 까닭이다. 전공강의의 경우 입학정원 규모에 따라 각각 5명 이하, 7명 이하, 10명 이하의 강의를 폐강한다. 교양강의는 15명 이하, 건강‧레포츠 강의는 10명 이하 일 때 폐강 기준이 적용된다. 그러나 전임 교수와 강사, 동일 과목의 존재 여부에 따라 예외적으로 다른 기준이 적용되며 각 단과대학 별 적용 기준도 다르다.

이 때문에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상대평가 전환을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학생은 “이번 학기부터 10명 이하 강의에 적용되는 성적평가 B유형을 무시하고, 보다 엄정한 상대평가인 A유형만 적용하기 위해서 폐강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A유형은 A학점을 30%내로 규정하고 있어 A학점을 50% 이내로 규정한 B유형에 비해 엄정한 기준이 적용된다.

이에 학사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각 단과대학이나 과(목)별로 폐강 기준이 워낙 다양해서 폐강 원인에 대해 일일이 알려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례없는 폐강 규모에 대해서는 “성적평가유형과는 아무 관련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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