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넘어 성숙’ 비전으로 색깔 있는 인재 양성

“생태자원과 지역브랜드 연계 통해 ‘전북대 브랜드’ 창출할 것”
‘레지덴셜칼리지’ ‘오프캠퍼스’ 도입해 학생 역량 강화

[한국대학신문 송보배 기자] 이남호 전북대 총장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2014년 잘 가르치는 대학평가 1위 등 괄목할 성장을 이룬 전북대의 새 총장으로서 그 어깨가 무겁다. 

그는 ‘성장을 넘어 성숙’을 학교의 비전으로 내세우면서 “대학만의 색깔 있는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외형적으로 빠른 성장을 해온 전북대에 이제 ‘성장을 기반으로 한 제2성장’ 이 필요하다는 게 이 총장의 진단이다.

이남호 총장은 또한 대학이 가진 45만평 내외의 숲 자원을 활용한 브랜드 창출을 약속했다. ‘세계에서 가장 걷고 싶은 둘레길’ 조성이 그 일환으로 추진된다.

취임 100일을 맞은 이 총장을 만나 전북대 새 성장 비전을 들었다.

▲ 이남호 전북대 총장이 23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남호 총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북대만의 브랜드 창출과 색깔있는 인재 양성 계획을 밝혔다.

- 지난해 12월 취임해 이제 100일을 맞는다. 소감이 어떤가.
생각보다 상당히 바쁜 자리다 정말로. 책임이 무거운 자리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전임총장이 추진한 외형적 성장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하고 교육부가 요구하는 지표 관리 등 실무행정도 챙겨야 하고 전북대의 발전된 미래의 모습도 구상해야 하기에 정말 눈코 뜰 새가 없는 것 같다. 산학협력단장 등 보직을 수행하기는 했으나 종합적으로 학교를 관리 운영해야 하기에 부담이 크다.

- 취임하며 ‘성장을 넘어 성숙’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전북대는 외형적으로 지난 10년간 가장 빠른 성장을 했다. 전임 총장 때 방향을 잘 잡았다고 본다. 학교 발전에 있어 그런 성장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성숙을 말한 것은 그 성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성숙이란 카드를 꺼낸 것은 그 시대의 방식. 대학 성장의 접근 방식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집으로 치면 지금까지는 여러 실내 인테리어 바꾸고 보수하고 그렇게 올라온 것과 같다. 이제 집 모양을 바꾸어야 할 때다. 집의 모양을 바꾸려면 주춧돌을 세워야 하고 기둥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 이건 시간이 많이 든다. 호흡이 긴 작업이다. 인테리어가 빠른 변화라면 이제는 ‘바른 변화’가 필요하다. 성장은 일정 부분 크면 정체된다. 일정부분까지 올라가다가 정체가 오는데 우리 대학이 그럴 수 있다. 그동안의 외형적 성장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데 그 방향이 바로 성숙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호흡이 긴 작업이라 임기동안 성과가 안날 수도 있지만 그 기반을 튼튼히 하는데 도움된다면 기꺼이 희생한다는 각오가 되어있다.

- 생태 경관 자원을 활용한 걷기길 조성을 약속했다.
우리대학의 문제는 평판도다. 지표 관리를 통해 순위는 올랐지만 아직 전북대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대학 브랜드를 창출, 평판도 높이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몇 위 브랜드가 아니라 ‘전북대는 무엇을 가장 잘 한다’ ‘무엇이 가장 잘 돼 있는 대학이다’ 이런 거다. 성숙의 관점에서 보면 이 해답이 보인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이를테면 생태 경관 자원을 생각할 수 있다. 캠퍼스 주변으로 숲이 60만평이 있다. 숲이 아주 좋다. 그중 45만평이 학교 부지이다. 세계적으로 도심에 위치한 본캠퍼스에 이런 경관 가진 곳이 없다. 이 안에 걷기 길을 조성하고 생태를 복원하려 한다.

- 생태자원에 많은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우리 구성원 중 우리에게 그런 숲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아주 좋은 자원을 우리가 못 보고 왔다는 것이다. '전북대는 숲이 세계적이다' 이런 것들을 만들려 한다. 또 지역의 문화와 연계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그중 하나가 한옥화 사업이다. 우선 정문도 한옥스타일도 바꾸고 교수센터 등도 한옥으로 지을 생각이다. 예향의 도시 전주의 문화와 연계해 명품캠퍼스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 대학의 지표관리도 중요한데.
나도 지표에 많은 관심이 있다. 그런데 지표, 예를들어 국제화 지표를 높이려면 외국 학생들을 불러들여야 하는데 거기에는 유인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게 세계적인 숲, 한옥을 중심으로 한 명품캠퍼스가 될 수 있다. 또한 이것이 전북대라는 브랜드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것이 취업률, 발전기금 모금에도 긍정적으로 이어진다.

- 산학협력단장을 했다. 산학협력은 어떻게 이끌 생각인가.
산학협력 분야에 관심이 많다. 대학의 재정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타계할 방법으로 국가 R&D를 생각하고 있다. 우리가 국가 R&D예산 19조 중 1300억원 정도를 수주하고 있다. 국립대 1위다. 하지만 이를 더 늘려야 한다. 산학협력단장 당시 연구비 수주 1위를 한 바 있다. 연구비 수주에 자신이 있다.연수비 수주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 대학 중 드물게 레지던셜칼리지와 오프캠퍼스 제도가 도입된다. 
이 역시 '성숙'의 개념에서 나온 공약이다. 우리 학생들이 지금까지는 스펙 쌓기를 해왔다. 대학이 학원화 됐다. 스펙쌓기 만으로는 서울 명문대와 경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전북대만의 색깔이 분명한 것을 키우려는 것이다. 모범생이 아닌 모험생을 만들 것이다. 스스로 부딪쳐 보며 창의적인 사고를 키우고, 공동체 생활을 통해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키우는, 모험심이 강한 학생들을 육성할 것이다. 사실 사회가 필요한 인재는 그런 인재이다. 대학은 그런 기회의 장, 모험의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기숙사의 경우 이것이 지금은 하숙집 같은 개념이 돼 버렸다. 기숙사는 하숙집이 아니다. 거주의 개념을 넘은 교육의 장이다. 레지던셜칼리지는 기숙사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생활주제를 가지고 생활하면서 6학점을 이수케 된다. 오프캠퍼스는 캠퍼스를 떠나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누구든 8학기 중 한 학기는 해외연수를 가든, 기업 인턴을 하든 캠퍼스 밖에서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하게하고 이에 대해 학점을 부여함으로써 실제 살아있는 교육을 하고 싶은 것이다.  

- 교육 철학이 엿보이는 사업이다.  
대학은 지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만드는 곳이다. 지식을 주입식으로 담아주는 곳이 아니다. 지식은 계속 변한다. 지식만 갖고서는 인재를 키울 수 없다. 그런 관점이라면 지식의 생명이 끝나면 인재의 생명도 끝나는 것 아닌가.

- 교수 화합도 중요한 과제인데. 
내 좌우명이 궁신접수(躬身接水)이다. 제갈공명이 인재를 불러 모으는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궁신접수다. 스스로 몸을 낮추고 구부려야 따뜻한 차를 얻어 마실수 있다는 뜻인데 여기서 따뜻한 차란 인재를 뜻하는 것이다. 리더가 겸손해야 인재가 모인다. 이런 마음으로 구성원 소통에 노력하고 있다.

- 전북대 약대 유치를 약속했다.
거점 국립대 중 제주대와 전북대만 약대가 없다. 약대 유치 가능하다고 본다. 설사 가능성 없더라도 이때 우리가 준비해 놓지 않으면 기회 왔을 때 놓치게 된다.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 기회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져야 한다. 현재 대학 약대에서 연간 1700명의 졸업생이 쏟아지는데 이들이 모두 약국 개업을 염두에 둔다. 국가 수재들이 연구와 임상 약사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수재들이 신약을 개발하고 연구하고 이런 방향으로 가야 맞다. 국가 미래 인재 양성의 임무가 대학에 있다. 일본은 60%가 임상이나 연구직으로 간다. 미국은 50% 정도이다. 그런데 우리는 20% 뿐이다.

▲ 지난 19일 전북대 총장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남호 총장(왼쪽)이 본지 발행인(오른쪽)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이남호 총장은…
1984년 서울대 임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부터 전북대 교수로 재직하며 국립산림과학원 겸임연구관, 전북생명의숲 운영위원, 전북대 농업과학기술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중소기업청장표창, 한국가구학회 학술상, 한국목재공학상 기술상 등을 수상하고 '목재건조학' 등 목재에 관한 저서들을 저술했다. 2014년 12월 14일 전북대 17대 총장에 취임했다.

< 대담 = 박성태 발행인, 정리 = 송보배 기자, 사진 = 한명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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