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대학에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은 어려워, 평가원 상대 손해배상소송 가능성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지난해 11월 치러진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지리 8번 문제가 정답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당시 세계지리를 선택했던 수험생은 3만 7684명이었고 정답률은 49.89%였다. 8번 문제가 오답으로 처리된 수험생은 1만 8000여명이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된다면 대규모 소송도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민중기)는 16일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제에 오류가 있다며 김모씨 등 4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했다.

논란이 된 세계지리 8번 문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회원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한 옳은 설명만을 '보기'에서 고르는 문제다. 평가원은 'A(유럽연합)는 B(북미자유무역협정)보다 총생산액의 규모가 크다'인 'ㄷ'항을 맞는 설명으로 제시했다.

이의를 제기한 학생들은 2012년 세계은행과 유엔 통계를 보면 EU의 총생산액이 16조5700억 달러, NAFTA는 18조6800억 달러로 보기가 틀렸다고 주장했다. 제시된 세계지도의 오른쪽 하단에는 '2012'라고 적혀 있었다.

평가원 측은 “세계지리 교과서와 EBS 교재에 EU가 NAFTA보다 총생산액 규모가 크다는 일반적 내용이 있고 2007∼2011년 통계도 마찬가지”라며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진행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16일 해당 문항을 출제 오류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고 2014학년도 대학입시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번 출제오류 인정은 예년과 달리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학입시가 모두 마무리된 후에 오류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8번 문제의 배점은 3점으로 1등급 커트라인이 48점, 2등급은 45점 등이어서 이번 문제 오류로 등급에 차이가 발생한다.

승소가 확정되면 수험생은 대학을 상대로 불합격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국공립대는 불합격 처분이 행정처분에 해당하고 처분일로부터 90일 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어 소송을 내더라도 각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립대를 상대로는 합격자 지위 확인 소송 등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려면 앞으로 수개월 이상이 걸리는 만큼 소송을 제기해서 얻을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수험생들이 불합격을 뒤집기보다는 평가원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쪽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상고 논의도 검토 중이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고 법률적으로도 검토를 해봐야 한다. 평가원과 함께 논의도 해서 다음 주 쯤 입장이 정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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