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적 지원은 부수적인 것‥ 검증없이 예산지원은 낭비 '우려'

[한국대학신문 신나리 기자] 정부가 창업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산학협력 선도대학과 창업 선도대학을 선정해 육성책을 펴는가 하면, 교육부는 산학협력을 통해 창업교육 강화를 천명했다.

정부 주무부처뿐만 아니라 지자체도 창업아이템에 관해 사업화 지원을 시작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대학 창업지원단은 제주지역 유망 창업아이템을 보유한 창업자를 발굴해 활동비와 마케팅비를 지원한다. 정부도 지자체도 창업 정책에서 지원금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창업을 준비하거나 앞서 창업한 이들은 그러나 '이같은 지원금은 창업에 있어 부수적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010년 재학 중인 대학에서 처음 창업동아리는 만들었던 오모 씨는 2011년 ‘허리 숙임 없는 세탁물 건조대’로 특허를 받았다. 이를 대표 상품으로 창업해 연매출 4억 원을 달성했다.

오 씨는 “청년 기업가들끼리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있다. 우리끼리는 정부의 창업 지원금이 괜히 신용불량자만 양산하는 것 아니냐고들 한다”고 말했다. 창업 교육도 없이 역량이나 경험, 의지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정부 예산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우려다.

창업 경력 15년째로 어플리케션을 개발하고 있는 표모 씨도 정부의 창업 정책에 쓴소리를 더했다. 그는 “최근 정부는 돈을 지원할 테니 창업하라는데, 이제 막 시작하는 이들에게 돈을 쥐여주는 게 효율적인 방법인지 모르겠다”라며 “창업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어려서부터 어설프더라도 아이디어를 내고 특허를 내보는 '경험'”이라고 지적했다.

돈보다 편하게 만나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창업 멘토가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서길원 씨는 순천대 영상디자인학과 졸업하고, 지난해 같은 학과 학생들과 방송 관련 영상부터 행사 영상까지 촬영·편집하는 ‘예움 엔터테이먼트’(예움)를 공동 설립했다. 최근 서울시청 행사 영상과 대한적집자사 이산가족 영상을 제작한 바 있는 서 씨는 예움을 운영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건 ‘교수님’이었다고 말했다.

서 씨는 “학교에서 여러 프로그램과 지원책이 있었지만, 사무실을 구하고 사업자 등록을 준비하는 현실적인 과정에서 창업센터 교수님에게 가장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며 “지금도 계속 찾아뵙고 조언을 구하고 있는데, 멘토인 교수님 한 분이 돈 이상의 큰 힘”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지원금 만큼 창업 조기교육 등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철규 건국대 벤처전문기술학 교수는 “잘만 쓰이면 창업 지원금을 주는 것은 좋은 정책이지만 그에 앞서 창업에 대한 실질적 교육, 창업 컨설턴트와 같은 다양한 지원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권 순천대 창업교육개발센터 교수도 “돈 푸는 정책보다 초중고 때부터 창업을 경험할 수 있는 충분한 교육과 시간, 창업해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지원책등이 반드시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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