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사업과 대비 저평가 … “취지는 좋으나 현실 제대로 반영 못해 '공허'”

[한국대학신문 백수현 기자]교육부의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이 사실상 ‘특성화’를 가로막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28일 전문대학가에 따르면,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안이 발표된 이후 “‘특성화’라는 명목으로 특정 계열 외에는 모두 없애겠다는 의도 아니냐”, “4년제 대학 사업의 시행안과 비교해도 선택의 폭이 좁다”, “평가지표도 애매모호하다”는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전문대 밀어주기’ 아니라 ‘전문대 다양성 죽이기’ = A전문대학 관계자는 “사업비, 그리고 140여개의 전문대학 중 최종 100개교를 선정(사업완성년도 기준, 평생직업교육대학 합산)한다는 것 때문에 전문대 밀어주기 정책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성화 전문대학 육성사업’에는 올해 약 2600억원(평생직업교육대학 포함)이 투입된다. 반면 4년제 일반대학의 경우 지방대 특성화사업에 2031억원, 수도권 대학 특성화사업에 55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 관계자는 “4년제 대학 특성화가 대학의 다양성을 인정해 대학별 최대 10개 사업단이 신청이 가능한데 반해 전문대는 단일산업 분야 특성화(Ⅰ유형), 복합산업 분야 특성화(Ⅱ유형) 등 2개 유형의 경우 주력계열 입학정원이 70% 이상(올해는 60% 이상도 가능)이어야 신청할 수 있는 등 사실상 전문대학을 단 몇 개 유형으로 한정짓겠다는 의도”라고 날을 세웠다.

전문대학 특성화 사업은 △단일산업 분야 특성화(Ⅰ유형) △복합산업 분야 특성화(Ⅱ유형) △프로그램 특성화(Ⅲ유형) 등 3개 유형으로 구분된다. Ⅰ·Ⅱ유형은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하고 Ⅲ유형은 수도권과 지방을 통합해 평가를 실시한다. 공학, 자연, 예체능, 인문·사회 등 4개 계열 중 Ⅰ유형의 경우 1개 주력계열의 입학정원이 70% 이상이어야 한다. Ⅱ유형은 2개 주력계열의 입학정원이 70% 이상이어야 하고 Ⅲ유형은 우수 고등직업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할 수 있는 대학이면 된다.

전문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B전문대학 관계자는 “백화점식 학과 운영을 지양하고 특성분야를 대학의 강점으로 설정해 산업현장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취지만 보면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전문대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4년제 대학에 비해 지역 수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전문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학을 유형지어 소수의 수요를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다.

그는 “특정 지역, 특히 지방 전문대의 경우 자신이 성장한 곳을 떠나지 않고 학업을 이어가려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실제 지방 전문대는 그 지역 출신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특성화 계열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해체시키면 그 학생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대학 현장을 잘 모르고 세운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평가 지표도 문제”=  일부에서는 전문대 구조조정을 위한 '곁가지 치기'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대학들이 평가지표에 대한 수도 없는 의견개진을 해도 달라진 게 없다는 불만도 쌓인다. 

C 전문대학 관계자는 “시행계획안이 발표된 이후 주변 대학과 많은 의견을 주고 받았다"면서 "결국 구조조정을 위한 ‘곁가지 치기’정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계속 제기했는데도 불구하고 평가지표를 보면 대학현장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예를 들면 ‘창업(창업교육지수, 창업강좌운영비율)’의 경우 우선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은데다 점수도 높게 배정해 기존 창업에 신경써왔던 대학에만 유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전문대학들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감이 상당한 분위기다.  

D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도 고민 끝에 내놓은 안이었겠으나 허점이 너무나도 많다"며 학점으로 치면 ‘B’학점 이상은 절대 줄 수 없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역대 전문대 관련 정책과 비교해서도 ‘엉터리’라고 표현했다. 

■ 전문대학가 “받아들이는 수밖에…” 한숨= 한편, 교육부는 전문대학 육성사업 시행계획 사업설명회를 총 3회에 걸쳐 개최한다. 첫 설명회인 지난달 28일 대구보건대학에서 열리는 영남권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3월 3일에는 동양미래대학에서 수도·강원권 설명회가 열리고, 다음날인 4일에는 원광보건대학에서 충청·호남권 설명회가 이어진다. 교육부는 사업설명회를 마치면 4월까지 사업계획서를 접수받은 후 5월 중 선정평가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모 전문대학 관계자는 “그 자리에서 무슨 의견을 낸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특성화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면 사실상 열등 대학이 되는데다 대학의 존폐마저 위태롭기 때문에 결국 정해진 룰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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