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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想칼럼] 맞춤법도 어긋난 우리 헌법을!
[稅想칼럼] 맞춤법도 어긋난 우리 헌법을!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7.04.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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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논설위원

온 국민이 똘똘 뭉쳐 함께 뛰어도 시원치 않은 엄중한 국제정세 속에 국가 원수가 헌법정신 위배로 잡혀들어가 앉아 있는 이 비극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그 책임이 오로지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한 정치인의 일탈에만 있을까? 그리 본다면 그건 달 대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바라보는 격이다.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가 뽑은 대통령들이 매번 불행하게 되는 것은 상당 부분 우리 헌법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통령들이 불행해질 수 밖에 없는 건 제왕적 대통령의 권능에 있고 그 건 헌법에 그리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절대권력은 절대로(반드시) 부패한다 하지 않았던가. 불이 세면 그 불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제일 먼저 데게 마련이다.

권능이 제왕 못지 않으니 어찌 사달이 나지 않겠는가. 정치가 발전하여야 나라가 발전한다. 정치가 발전하려면 헌법이 빨리 고쳐져야 한다. 헌법을 읽다 보면 쓴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민주주의의 기본인 삼권분립원칙조차 엉켜버렸고, 일국의 헌법이 맞춤법조차 맞지 않으니 말이다. 정치에 자주 속다 보니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못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헌법 본문을 보여 드리자면, 헌법 제72조에서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라고 쓰고 있다.

이게 어디가 잘못 되었냐 하시는 분은 매우 대범(?)하신 분들이다. 그래도 그렇지 나라의 헌법인데 그러시면 안된다. 대범할 때가 따로 있다. 국민투표는 게시판이 아니라서 거기에 중요정책을 ‘붙여’ 놓을 수는 없지 않는가. 마땅히 국민투표에 ‘부쳐야’ 옳다. 이런 실수는 헌법 제53조 4항에서도 반복된다.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를 “재의에 부치고”로 바로잡는 게 옳다. 어디 그 뿐이랴. 공포와 공표를 혼용하는 용감함도 보이고 있다. 헌법 제76조 제5항 “대통령은 제3항과 제4항의 사유를 지체 없이 공포하여야 한다”에서 ‘공포’는 ‘공표(公表)’로 바꾸어야 한다. 사유의 설명에는 공표이고 법률 개정에는 공포가 옳기 때문이다. 헌법이 한글 사랑도 해야 하거니와 삼권분립의 헌법정신도 올곧게 담아내야 나라가 올곧게 간다. 삼권분립이란 모두가 동의하다시피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서로 독립하여 대등하게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을 이루는 거다.

이런 삼권분립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모순된 정치 거버넌스를 ‘설계’한 우리 헌법의 결함이 지적되고 있다. 가령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면 사법부가 온전히 독립할 수 있을까?

이런 구조는 유신헌법이 발단이었다. 기왕의 법관추천위원회를 없애면서 굳이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임명하도록 바꾼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통령은 제왕이 되고 헌법정신은 훼손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사실상 절대 다수의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9명의 재판관 중 7~8명까지 대통령 의중대로 채우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믿는 구석이 있었는지 지난 탄핵심판에서 피청구인은 만약을 대비한 자택 보일러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는 구설이다. 이렇듯 특정 정권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장악하는 헌법구조는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는 그리하였더라도 앞으로는 바로잡아야 옳다.

아울러 하루빨리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에서 벗어나야 한다. 감사원이 5년짜리 단임 정권이 각종 정부기관을 장악하는데 군기반장으로 용도변경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 때문이다. 감사원이 제 기능을 해야 각 부에서 세금이 제대로 쓰였는지 정책이 적절하였는지 예산감사와 정책감사를 한다. 감사원은 헌법 제97조에서 천명하다시피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한 기구다. 세입과 세출의 책정은 국회 고유의 업무이다. 따라서 세입과 세출의 감사는 당연히 국회가 하여야 옳다. 감사원이 국회의 직속기관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세출 전반을 집행하는 기관은 주로 행정부처다. 그 행정부처의 수반은 대통령인데 지금처럼 대통령 예하에 둔 감사원이 대통령의 정책을 수행하는 행정부를 상대로 중립적인 감사를 해내기가 용이하겠는가 의심의 눈초리들이다. 감사원이 진정한 헌법기관의 위상을 가지려면 미국처럼 의회 소속으로 바꾸어야 한다. 아니면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하여야 각 부처가 소중한 세금(歲入)을 국회에서 타다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歲出) 제대로 감독할 수 있지 않겠는가.

대통령의 권한은 비단 사법부나 감사원의 통제에 그치지 않는다. 언론에마저 영향력을 미친다. 권언유착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방송통신위원회를 직속기구로 두고 언론을 관장하여 왔기 때문이다. 언론사들 내부에서도 이 문제로 갈등이 끊이지 않아 왔다. 앞으로는 언론통제를 꿈꾸지 않도록 이 위원회를 대통령으로부터 해방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 직속기구 및 산하기관의 촉수는 차고 넘친다. 각부 장관은 물론 문고리가 너무 커서 문이 잘 열리지 않던 비서실, 차지철이 호가호위했던 경호실, 통일준비위원회, 미래기획위원회, 청년위원회, 국가원로자문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 지역발전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문화융성위원회 등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이 많은 기구들의 존재이유는 대통령에게 전문성 있는 자문과 조언을 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구들의 지혜를 들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대통령이 자신의 지시사항을 수첩에 받아 적으라고 요구하는 순간 그 정권의 앞날은 망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헌법상 대통령(大統領)이라는 명칭이 현대시민사회에 과연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머슴(公僕)이 주인(國民) 앞에서 대(大)자를 부치는 것도 매우 우스꽝스럽고, 통(統)은 대단한 어불성설이다. 감히 공복이 주인을 ‘다스리는(統治)’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령(領) 역시 북한의 위대한 수령(首領)과 어감이 다를 게 없다. 차라리 임금이라는 단어가 더 나아 보일 정도다. 외국의 President 를 보자. 어디에도 권위주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 그저 각료 회의를 preside(주재)하는 사람이라는 뜻일 뿐이다. 수상 역시 Prime minister다. 수석 장관이라는 매우 실무적 의미만 담았을 뿐이다. 이 얼마나 평범하고 민주적인가.

개헌이라는 말도 거창하여 헌법 수정이라는 말이 실사구시적(practical)이고 거부 반응이 덜 할 듯 싶다. 개헌이든 헌법 수정이든 간에 거버넌스(governance)는 물론 직명, 맞춤법까지 고칠 게 많다. 개헌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주권재민의 시대정신과 맞닥뜨렸다. 독재와 권위주의 시절 왜곡되고 일그러진 우리 헌법의 모습을 이제는 미래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

 


김진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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