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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왕이 맞느냐?’
‘내가 왕이 맞느냐?’
  • NTN
  • 승인 2006.02.0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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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上살면서] 임채룡 세무사 (한국세무사회 총무이사)
   
 
 
이 말은 요즈음 한창 인기가 있는 영화 ‘왕의 남자’에서 권력의 한계와 소외를 절감하며 비통하게 외치는 왕의 고독한 절규이다. 영화의 시작은 조선시대 민중들이 즐기던 사당패의 광대놀이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패의 우두머리는 그들의 생존을 위하여 미청년을 남색의 대상으로 양반에게 주선하며, 결국 이러한 극한적인 생존의 방법은 구성원간의 심한 갈등을 일으켜 놀이 패가 해체되는 과정에 이르게 한다. 미리부터 남색과 붕괴라는 모티브를 독자에게 암시하는 걸까? 놀이패에서 이탈한 장생과 공길(여자로 분장한 미청년)은 한양에서 연산군의 애첩인 장녹수를 풍자한 놀이를 벌리면서 권력의 폭압에 억눌린 민중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이제 영화는 본론으로 접어들면서 광대패가 궁궐로 입성하여 새로운 권력질서를 창출하는 도구로 전략하기 시작한다. 공길은 소꿉놀이 같은 인형극을 통하여 왕의 유년시절에 이입함으로서 왕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고 왕은 광대들의 놀이로 인하여 왕의 권력보다 더 큰 기존의 사대부의 권력에 대항한다. 공연을 할 때 마다 피가 튀긴다. 어린시절에 있었던 어머니의 죽음은 그의 내면 깊이 새겨진 치유할 수 없는 상처이며 자신을 억압하는 거대한 벽이다.
그러나 피를 부를수록 커지는 허무함으로 인하여 왕은 공길을 더욱 의지하게 되고 잠간씩 동성애로 까지 번지게 하나 이런 것 들이 전체적으로 폭정으로 이어지면서 모두 것이 종말을 고하게 된다.

왕도 한편은 신하에게 둘려 쌓인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가? 왕의 어릴 시절 그의 어머니는 폐비가 되었고 끝내 아버지인 성종으로부터 사사를 당했다. 그의 내면은 모성에 대한 그리움과 상처가 공존한 비련의 현장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신하들은 이러한 왕의 마음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적을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하였다.

무오사화가 일어나기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그러면 성종시대 최고의 석학인 김종직이 고향근처인 함양군수로 부임한 사실이 나온다. 그리고 우연히도 함양군 관내에 평소 김종직이가 소인배로 몰아붙이던 익대공신 유자광이 쓴 현판을 발견하고 불살라버렸다. 이런 소문을 들은 유자광은 결코 씻을 수 없는 치욕으로 이를 갈며 후일을 도모하기에 이른다. 세월이 지나 연산군이 왕위에 등극하면서 성종실록을 작성하게 된다. 실록책임자는 실록청 당상관인 이극돈이다. 이극돈은 사초를 살펴보다가 자신의 비리가 적힌 ‘정희왕후 국상 중에 기생을 데리고 놀아났으며 관직을 이용하여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란다. 이러한 내용을 사초에 올린 사람은 김종직의 제자인 김일손이다. 사초를 정정해 줄 것을 김일손에게 부탁하였으나 한마디로 거절당했다. 이에 이극돈은 유자광에게 구원을 요청하게 된다. 유자광은 김일손이 김종직의 직계제자라는 사실을 알고 과거에 당한 수모에 불을 지피며 사초를 면밀히 검토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조의제문’ 과 ‘술주시’라는 단어를 찾아냈다. 조의제문은 항우에게 죽음을 당한 초나라 의제를 추모하는 글이며 술주시는 임금을 죽인 신하를 꾸짖는 도연명의 시이다. 이것이 연산군의 직계인 세조가 단종을 사사하고 왕위를 찬탈한 것으로 탈바꿈하면서 김일손 등은 대역죄인이 되었다. 그의 스승인 김종직이 최고의 형벌인 부관참시 형을 당하였고 김일손 등 수많은 제자들이 참수형을 당하거나 귀양을 갔으며 아울러 김종직의 문집과 모든 현판이 불살라졌다. 이른바 무오년에 일어난 사화로서 무오사화라고 부른다. 유자광은 20년 전에 자신의 현판을 불사른 김종직에 대하여 왕의 마음을 움직여 복수를 하였다.

이 영화는 실록에 나타난 ‘광대가 왕을 능멸하여 죽임을 당했다’는 한 구절을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연극과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상상력에 찬사를 보내면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사랑과 자유를 엿보았다.
그리고 그 사랑은 쓸쓸해 보였다. 사랑이 모성애적인 연상의 사랑에서 동성애적인 사랑으로, 마치 공길역이 패왕별희에서 장궤롱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동성애가 ‘진보의 아젠다’라는 말이 있지만 아직은 쉽게 받아 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자유를 그리는 인간의 모습은 권력을 가진 왕이 광대의 자리를 넘나들므로 자유는 권력이전의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인 광대가 줄 위에서 자신의 생명인 부채를 던지며 허공으로 비상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자유는 죽음을 넘어서는 절대의 가치가 있음을 말 한 것일까? 한 번 더 음미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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