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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맞추기식 세무조사(?)
‘코드’ 맞추기식 세무조사(?)
  • NTN
  • 승인 2006.02.0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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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 정창영 (본지 편집국장)


‘민주국가의 세금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정한다.’
한상률 국세청 조사국장이 지난달 이례적으로 국세청 홈페이지에 올린 ‘대기업 세무조사와 조세정의에 관하여’라는 글의 첫 대목이다. 한 국장은 국세청이 철저한 준비 끝에 만든 ‘작품’인 법인 조사대상 선정 방식 변경을 두고 일부에서 ‘세무조사 마저 코드 맞추기 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여론이 일자 ‘사실은…’ 형식으로 직접 의견을 표명했다.

한 국장은 국세청 조사국장 신분으로 직접적인 의견을 내는 이 자리에서 세무조사 행정이 많은 오해를 받고 있다며 소회를 털어 놓았다. 지난해 대기업 세무조사에서 많은 기업들이 수백억 원씩 세금 추징을 당한 것은 이들 대기업들이 세법에 정한대로 세금을 내지 않은 사실을 입증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불공평을 시정하는 것은 국세청의 마땅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세청이 이런 책무를 소홀히 한다면 조세정의 실현은 요원하다는 논지도 폈다.

특히 국세청의 대기업 세무조사 계획이 ‘코드 맞추기’ 식 세무조사로 인식되는 분위기에 대해 아쉬워하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대기업 세무조사 계획이 재정확대와 관련된 대통령 신년 연설에 맞춰 급조된 것이 결코 아니고, 급조될 수도 없는 일임을 강조했다. 소위 ‘말을 듣지 않는 기업’을 조사하고자 하는 의도로 비춰진 것은 분명히 ‘오해에서 비롯된 우려’라고 밝혔다.
한 국장은 또 국세청의 오랜 염원인 세정의 중립성이 참여정부들어 실현됐다는 전제아래 이번 조사대상 선정방식 변경은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기업만’ 골라서 조사하고, 성실하게 세금 내는 정직한 기업은 세무조사를 하지 않도록 하는 ‘조사 절제 프로그램’이라고까지 소개했다. 구체적 증거로 연말에 조사대상 법인 수를 공개하고 그때 조사법인 수가 늘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아울러 세무조사를 둘러싼 이번 논란이 소모적 논쟁으로 끝나지 않고 공평과세와 조세정의에 대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나타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업무는 속성상 기업들이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고 해석도 분분한 것이 사실이다. 국세청이 조사대상 선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신뢰성(Credility)과 타당성(Validity) 비중도를 전제하지 않더라도 납세자 입장에서는 대상 선정 기준을 비롯한 세무조사 행정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지금 운용하고 있는 국세청의 세무조사 행정에 대해서는 이미 개선 요구가 계속돼 오고 있다. 늘 제기되고 있는 세무조사 대상선정 및 절차의 투명성을 비롯해 세무조사 관련 규정의 법제화 추진 등 세무조사 행정은 이제 개혁의 목전에 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또 현행 세무조사는 그 의미나 취지와는 달리 징벌적 이미지가 강해 전문가들은 명백한 탈세가 전제된 범칙조사를 제외한 정기조사의 경우 성실도 검증 차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 오고 있다. 기업들에게 세무조사라는 중압감을 덜어주고, 굳이 기간(조사주기)에 매일 필요 없이 말 그대로 서비스 차원의 ‘성실납세 지도’ 위주로 정기조사 행정을 바꿔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본지 2005년 11월11일자 1면 보도)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국세청이 미국 국세청의 NRP(National Research Program)를 변형해 도입한 이번 세무조사 대상선정방식 변경은 운용만 잘 한다면 그 의미가 각별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많은 납세기업들이 불안한 시각으로 이를 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불안의 차원을 넘어 세무조사가 코드 맞추기 식으로 변한다며 법석을 떨고 국세청 조사국장이 ‘오해다’라고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은 왜 일어났을까. 단지 세수부족 시대에 재정확대 정책을 예고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한 지례짐작이 겹쳐 작용한 이유 뿐일까.



복합적인 이유가 이번 세무조사 관련 오해의 근본적 이유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남는다. 국세청이 이처럼 타당성에 근거한 세무조사 행정의 큰 획을 긋는 정책 변화를 추진하면서 사전에 납세자와의 공감이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이번 개선방안은 납세기업들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오히려 납세자와 진정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세무조사 행정 구현이 가능한 획기적 단초가 마련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특히 한번 쓰고 버릴 일회용 기획조사가 아니고 향후 세무조사 행정의 근간을 이뤄 나갈 근본적 변화였기 때문에 납세자가 생각하고 변화할이종의 ‘프롤로그’ 정도는 충분히 줬어야 했다.

그러나 국세청은 이번 ‘성실도 검증을 위한 표본 세무조사’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고 이미 발표 전 상당수 기업에 대해 사전예고 없이 각종 자료를 확보해 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 발표 바로 전날 경제계는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조심스럽게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는 전화를 하루 종일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베테랑 회계 책임자마저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불안해했었다.

세무조사 행정의 경우 납세자 보호 차원에서 일정부분 공개나 노출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대상 선정방식 변경은 ‘성실 검증’에 앞서 ‘성실 유도’를 위한 노력이 선행됐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를 둘러싼 불필요한 오해는 상당부분 해소됐을 것이다. 열린세정 시대에 ‘신뢰’가 홀대 받은 느낌이어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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