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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 칼럼] 문화의 진화
[稅政 칼럼] 문화의 진화
  • kukse
  • 승인 2012.02.2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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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鎭雄 본지 논설위원
   
 
 
올해 여름은 유난히 무덥다. A기업의 재무팀장은 마음도 무겁다. 세무조사 통지를 받았는데 조사기간이 무려 6개월로 통보되었기 때문이다. 한 해의 반절을 세무조사로 보내야 한다니 걱정이 태산 같다. 게다가 재무팀은 신참까지 해야 여섯인데 지방청에서 조사팀을 꾸려 현장에 나타난 인원은 무려 7명이었다.

머피의 법칙이 맞나 보다. 얼마 뒤에 해당 분야 감독기관에서도 감사 예비통지가 날아왔다. 한달 반 뒤에 감사를 나갈 터이니 이러 저러한 서류들을 준비하라는 건데 준비할 서류 목록이 장대하기만 하다. 물론 어느 한쪽도 감사 일정을 조정해줄 태세가 아니다. 그냥 두 팀의 감사를 동시에 받을 수밖에 없다.

기업은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감사장 확보부터가 비상이다. 서울 시내 건물들이 다 그렇지만 임차료가 높다 보니 많은 인원의 조사반과 서류 박스와 회의 공간을 함께 허용할 단일 공간이 있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A기업도 결국 입주빌딩 내 빈 사무실을 임차했는데 임대자는 단기임대를 꺼려 한 달에 천여만 원을 요구하였다. 통상적인 정기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조사기간이 이렇게 길어진 배경은 종래 1개 사업연도씩만 조사하던 것을 2~3년을 묶어서 조사하는 것으로 개선하다 보니 비례적으로 조사기간도 두세 배로 늘어난 모양이다.

과세관청도 이런 저런 사정이 있겠지만 어찌되었던 기업 입장에서는 특별조사도 아닌 상례적인 정기조사를 6개월씩 받는다는 것이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현실적으로도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조사반 입장에서야 가능하면 많은 인원과 넉넉한 조사기간을 확보하고 싶어할 것이지만 본청에서는 이런 목소리에만 매몰되어서는 안될 것 같다. 기업의 이런 저런 애로를 단순히 할리우드 액션으로만 여기지 말고 현행 조사반 규모와 조사기간이 과연 납세자 입장도 고려하면서 결정한 최적선택인지를 배려해주는 것도 의미 있어 보인다.

사실 나라별로 문화와 여건이 다르다 보니 조사방식이나 조사기간에 대해서도 국가별로 접근방식이 서로 다른 것 같다. 우리는 세무조사가 일반적으로 통합조사 형태로 수행된다. 제반 세목을 동시에 모두 조사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다 보니 조사반의 인원이 많아진다.

반면에 미국의 경우 조사형태가 분야별, 쟁점별 점검(Examine)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특정항목에 대하여 1~2명의 인원이 쟁점별로 수시 방문조사를 하는 형식을 취한다. 자연히 대기업은 연중 내내 소규모 조사를 받게 된다. 방대한 자료수집과 차이조정이 필요한 이전가격의 경우 미국은 이전가격만 따로 조사한다. 다수의 인원이 회사에 상주하지 않고 한두 명의 조사자가 기업을 가끔 방문하여 면담하고 필요한 자료를 요청하고 귀청한다. 회사는 넓은 감사장을 준비하거나 매일 조사반을 대하여야 하는 심리적 부담감이 적다.

그러나 이런 문제도 국민성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현재의 통합조사 방식 대신 미국식으로 부분적인 방문조사를 연중 수시로 수행하면 화끈 담백한(!) 한국인들은 불끈 화를 낼지 모른다. 조사를 한방에 해치우고 않고 연중 찔끔찔끔 한다는 불평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전문가들이 예견하는 반응은 기업의 이해당사자마다 다를 것으로 보인다. 사장이나 관리자들일수록 ‘한방’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질 것이고 조사를 실제로 담당하는 실무자로 내려 갈수록 장기조사나 6~7명의 대규모 조사반보다는 미국식 소규모 조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적어도 이전가격의 조사에 관한 한 미국식 조사에 장점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전가격 조사는 동종산업의 통계자료 수집은 물론이고, 해외의 본점이나 관련점(특수관계 거래처) 등에서 보내와야 하는 자료들이 대부분이라서 자료요청을 하고서 상당기간 기다려 주어야 한다.

회사에서 자료가 준비되면 방문하여 내용 검토를 해보고 필요하면 보완요청을 하고 귀청하는 방식은 불필요한 대기시간을 제거해준다. 또한 조사자는 특정기업에 상주하지 않으므로 동종기업이나 타 조사건수를 동시에 여러 개 진행하여 기업 비교성을 확보하게 되고 조사 동시진행으로 조사 효율성도 제고된다.

어느 사회나 문화는 존재한다. 과세관청에는 고유한 세정문화가 있는 반면에 납세자들에게는 납세정서문화가 존재한다. 이 두 문화가 근접할수록 납세순응도가 올라가고 세정 만족도가 향상될 것이다.

물론 과세관청의 문화도 진화하여 왔다. 세무행정(National Tax Administration)이 어느 날 세무 봉사(National Tax Service)를 선언하였다. 그러나 Tax Service가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는 분야는 세무조사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 분야에서는 선관후민(先官後民)적인 분위기가 전통적으로 강해 보인다. 그래서 본지는 조사(Investigation)라는 용어부터 고민해보자는 의견을 두어 번 낸 바 있다. 본질상 ‘정기심리(Examination)’에 불과한 사안을 조사라고 표현하여 모든 납세자를 investigation(위법의 조사, 수사) 대상자로 만들지 않도록 용어부터 순화해보자는 뜻에서였다. 또한 세무조사도 조사실시연도 안에서는 선택편의를 주는 개선안도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정도는 외국 세정에서도 이미 시행중이다.)

군 출신 청장의 강력한 지도력 아래 70년대까지는 ‘납세지도’를 하였다. 그 즈음 민간인 청장이 취임하면서 어느 행정부서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노란 친절 마크를 모두의 가슴에 달게 하며 ‘납세안내’로 바꾸었다.
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세정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문화적 변곡점이었다. 정치가 고도의 상징관리인 것처럼 행정도 이미지에 투자를 하여야 한다. 이런 문화적 노력은 시대가 바뀌어도 유효하며 오히려 시대에 부응하는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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