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
역대 정권들의 부정부패, 수십년간 계속된 국세청장들의 수난을 ‘도덕성 문제’ 만으로 밝힐 수 없는 복잡다기한 요소들이 작용한다. 법률적ㆍ제도적 시스템의 장단점을 거론하기 이전에 근본적으로 다루어야 할 사항이 많다.
우리는 세금의 심연을 보아야 한다. 국민에 대한 배려ㆍ철학적 고뇌ㆍ역사적 성찰과, 근본적으로 ‘조세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본지는 특집으로 [허순강 소장의 ‘택스 프로파일러(tax profiler)’]를 연재 한다.
허순강 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세금작가로서 ‘세금 이야기’의 시대를 열었다. 그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에서 우리나라가 처한 세금의 문제점을 동ㆍ서양, 현재ㆍ과거를 통해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끔찍한 흉악범죄 예방하려면사회안전망 구축해야
최근 수원 여대생 살해사건에서 드러나듯 살인사건은 점점 더 흉포화되고 있다. 그리고 경찰의 안이한 근무태도가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박찬종 변호사는 2010년 발생한 부산 여중생 강간살인을 하였던 김길태 사건과 관련하여 김길태와의 2차례 면담결과를 언론에 다음의 내용을 발표했다. 발표요지는 “끔찍한 흉악범죄 예방하려면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 2월 김길태는 13세 여중생을 납치해 강간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구형받았다. 김길태의 성장과정과 학력, 두차례에 걸친 11년의 교도소 수감 상황을 살펴보면 ‘김길태증후군’의 예비범죄 집단이 우리주변에 도사려 있고, 우리 사회가 강력 범죄로부터 큰 구멍이 뚫려 있다. 김길태처럼 해마다 고교를 자퇴한 경우가 10년간 15만명이다. 소년범이 2007년엔 전년보다 27%, 2008년에는 53%나 늘어난 것은 고교 중퇴자가 불어난 데 큰 원인이 있다. 소년범죄 예방을 위해선 의무교육을 고교까지 확대하고,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나서야 한다.전과자에 대한 사회의 냉대도 여전하다. 김길태는 물류회사에 잡부로 취업했지만 전과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50일 만에 내쫓겨났다고 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은 범죄충동이 잠재해 있고, 교육·도덕·사회적 책임 등의 요인으로 이를 억제하는 초자아의 존재가 범죄를 제어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관점에서 김길태의 경우 정상적인 교육과 교정 시스템이 제대로 기능했다면 더 이상 범죄에 빠져들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강력범죄에 대한 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혜를 모을 때다.
2. 삼성 상속싸움. 우리나라의 모든 수치가 담겨있어
전에 기고하였던 분식회계 중 엔론사태는 “기업ㆍ회계법인ㆍ법무법인ㆍ정치인ㆍ언론인ㆍ학자” 등이 합작한 범죄였음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엔론의 파산으로 투자자를 포함한 미국의 전국민이 피해를 입었고, 미국의 기업 및 회계에 심각한 신뢰손상을 입혔다.
이제 우리나라에선 삼성 상속 다툼이 자칫 엄청난 국가적 비극으로 커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착잡하다. 삼성 상속다툼은 그간 수십년간 시민단체와 진보언론에서 꾸준히 제기해 왔던 사안들이 삼성그룹의 전직 법무실장의 양심고백과 특별검사, 그리고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거치면서 결국 상속인과의 다툼으로 변질되었다. 수십년간 의혹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정부ㆍ국회ㆍ검찰ㆍ국세청ㆍ언론은 무엇을 해왔는가?
위에서 언급한 끔직한 범죄는 우발적이기 보다는 사회인프라의 문제라고 보는 것과 같이, 현재 삼성의 상속다툼뿐 아니라 다른 재벌들의 문제도 우리나라의 모든 인프라가 무너져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삼성 상속 싸움이 어떤 결말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문ㆍ기업의 위기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으로 보여진다.
조선일보 칼럼 [이스라엘 재벌의 ‘오늘’, 한국 재벌의 ‘내일’(2012.5.2)]에서 “재벌이 경제 거머쥔 이스라엘에서 재벌들의 피라미드 소유, 특혜, 유착에 국민 反재벌 정서 끓어오르자 정부는 ‘재벌해체’라는 초강수를 내놨다.”며, “한국 재벌은 한국 경제에 기여했으나 삼성가(家)의 낯 뜨거운 재산 분쟁처럼 눈치 없이 굴면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낸다. 집권 여당이 경제 민주화와 대기업 규제를 주장할 정도로 이미 위험 신호가 켜졌다. 이대로 가면 이스라엘 재벌의 ‘오늘’이 한국 재벌의 ‘내일’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3. 삼성 상속싸움. 법무실장 제보로 시작… 세무조사 촉발
가. 국세청 공문 한장이 삼성家 소송戰 발단
고(故) 이병철 회장의 차명 재산을 둘러싼 삼성가(家) 소송은 작년 6월 국세청이 장남 이맹희(81)씨 등 상속인들에게 보낸 공문 때문이었다. 국세청은 이맹희씨 등에게 ‘이병철 회장의 차명 재산이 2008년 12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명의로 넘어갔는데, 상속인들이 지분을 포기하고 이 회장에게 증여한 것이냐’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이 사실을 알게 된 이건희 회장 측은 그 직후 이맹희씨의 아들인 CJ 이재현 회장 측에 ‘선대 회장 재산은 상속 당시 분할이 결정됐고, 모든 상속인은 다른 상속인 재산에 대해 어떤 이의도 없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면서 “이 문서에 서명 날인해 서울지방국세청으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CJ는 응하지 않았고, 이맹희씨는 “차명 재산 존재를 뒤늦게 알았다”며 지난 15일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7100억원대 상속재산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나. 제 몫을 찾겠다는 형제들 이건희 회장 상대로 소송
삼성가(家) 장남 이맹희씨는 2012년 2월 삼성그룹을 상대로 이병철 회장이 남긴 차명주식에 대한 자신의 상속분 7100여억원을 찾겠다며 소송을 냈고, 차녀 이숙희(77)씨도 오빠 이맹희(81)씨가 낸 것과 같은 내용으로 삼성을 상대로 1900억원대 상속 소송을 제기했다.
다. 대리인 삼성특검자료 요청
이들의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삼성특검자료 요청하였는데 그 이유는 소송에 따른 상속재산을 확정하기 위해서이다. 화우 관계자는 “특검 때 문제가 됐던 상속재산들을 이맹희씨 지분으로 하면 2.3조~2.4조억원 정도로 추정되는데 현재 소송은 7000억원 정도로 일부이기 때문에 확장자료를 청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맹희씨가 이번 소송을 일부 상속자산을 되돌려 받는 것이 아니라 ‘제몫’을 확실히 챙기기 위해 작심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라. 언론의 우려. 三星家사람들, 禮儀를 잃었다. ‘막장드라마’ 삼성의 유산 분쟁
삼성 형제 간 싸움으로 나라 전체가 화제다. 이는 삼성그룹의 2010년 국내총생산의 22%를 차지하고, 주식 시가총액의 25%, 수출의 24%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신세계·CJ·한솔 등 이건희 회장 형제 자매들 기업의 자산은 430조원으로 전체 국부의 3분의 1에 육박한다.범(汎)삼성가는 이런 통계를 삼성가(家)가 대한민국 국민을 먹여 살려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대한민국 재벌은 막대한 특혜를 받아왔다. 재벌들은 시중 금리의 5분의 1에 불과한 이자로 정책 자금을 썼고, 정부는 세법(稅法)에 대기업을 우대하는 항목을 신설했다.
이건희 회장은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맹희는 완전히 내 자식이 아니다’ 하고 내제낀 자식”이라며 “이맹희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전날 맹희씨가 소송대리인을 통해 “최근에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했다” “건희는 형제간에 불화만 가중시키고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는 육성 테이프를 공개한 데 대한 반격이다.
소송을 건 쪽과 당한 쪽 간에 주고받는 이런 말의 수준은 국민을 민망하게 만들고, 말의 내용은 너무나 적나라해 자라나는 세대가 우리 기업과 기업인을 어떻게 보게 될지 걱정하게 만든다. 삼성가 사람들은 국민을 무섭게 알고 어렵게 여기는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마. “삼성 싸움, 드라마보다 흥미” 외신들의 조롱
상속 문제에 형제간 ‘막말 공방’이 오가는 삼성가(家) 다툼에 외신들도 불편한 시선이다. 외국 주요 외신은 이 사건을 상세하게 전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유한 가족의 불화가 일일 드라마로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워싱턴저널(WSJ)은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간의 설전을 상세하게 전했다. 특히 이 회장이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에 “우리 집에서는 퇴출된 양반”이라는 사실을 전하면서 “삼성가의 불화가 전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번 대립이 삼성전자·계열회사의 건전성에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삼성의 평판에는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번 불화는 한국의 일일 연속극보다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며 “법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에 달렸지만, 이 회장이 전체 그룹지배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바. 이건희 “상속받은 삼성전자 주식 없다”. 삼성 특검때 “상속재산” 말 바꿔.
형제들과 상속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건희(70) 삼성회장이 ‘위험한’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분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삼성전자·삼성생명 주식 가운데 일부는 선대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게 아니라 자신이 구입한 주식이어서, 다른 형제들과 나눠 가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문제의 주식이 모두 상속재산이라는 2008년 삼성특별검사팀의 수사결과와 다른 주장으로, 만약 ‘별도로 구입한 주식’의 자금원이 비자금 등으로 밝혀질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음도 이런 답변서를 제출한 건, 특검의 모호한 수사결과와 재산분쟁 사이에서 ‘줄타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소송 상대방인 이맹희(81) 회장 쪽은 “선대 회장 상속주식을 매각해 225만여주를 새로 매입했다고 하더라도, 그 자금의 뿌리가 선대 회장의 유산인 만큼 형제들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며 “자금 원천을 해명하지 못할 경우 비자금 조성 의혹만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4.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특검 수사결과’
가. 상속싸움의 발단이 된 특검수사결과
위의 삼성 상속싸움이 계기가 되었던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검 수사’는 2007~2008년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소송대리인도 특별검사수사결과를 요청하였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결국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검 수사결과’이다.
이 사건은 전직 법무실장이었던 변호사의 폭로에서 시작되었고, 특별검사가 임명되어 수사를 하였고,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결과발표에 대하여 많은 반발과 논란이 있었다.
수사결과문은 총 151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므로 상속에 관련된 부분만을 발췌하였다.
나. 의혹내용에 대한민국의 치부가 그대로 드러나
‘삼성 비자금 의혹 관련 특검 수사결과’에 적시된 의혹제기내용은 대한민국의 현실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내용은 비자금을 조성하여, 이 비자금으로 대선자금과, 검찰ㆍ재경부ㆍ 국세청 등에 제공하였고, 에버랜드 사건 증거조작, 삼성그룹 경영 지배권 불법승계 등의 의혹을 거론하였다. 이런 내용은 시민단체 및 삼성출신직원 등에 의하여 오랫동안 제기되어왔지만 의혹수준에서 큰 문제없이 넘어왔었다. 그러나 핵심 법무실장 변호사의 제보로 특별검사 수사대상이 되었던 것으로, 대한민국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다. 수사 결과 요약
삼성특검은 작년 2007. 12. 10. 특별검사가 임명되어 4개월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게 되었으며, 이 수사는 우리 사회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역사적 의의가 있음. 수사 기간 동안 충정어린 의견도 있었지만 음해나 중상도 난무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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