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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정치인이 소설가보다 행복한 사회
[稅政칼럼] 정치인이 소설가보다 행복한 사회
  • kukse
  • 승인 2012.03.03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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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鎭雄 本紙 論說委員
   
 
 
학회 세미나는 대개 휴일에 열린다. 너나 없이 바쁘다 보니 온전히 하루를 내서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하고, 뒤풀이까지 하려면 주말 아니고는 어림이 없기 때문이다. 쉬어야 할 휴일에도 세미나에 꼬박꼬박 나오는 분들을 보면 그 학문적 열정이 남다르다.

일전에 어느 세미나에 참석하고 나서 저녁 식사로 뒤풀이를 가졌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어느 교수의 말을 듣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분은 전에는 열심히 매체에 글도 쓰고, 토론에서 자주 의견을 내놓아 보아도 세상은 전혀 변하는 게 없어 이제는 기고를 별로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글 쓰는 열정이 부질 없는 짝사랑이라는 것을 세월이 가면서 알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이해관계가 없는 학자들이 우리 사회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좋은 글을 많이 써주어야 하지 않겠냐고 위로성 반론을 던지기는 하였지만 돌아오는 밤길에 그 분의 말이 머리 속을 맴돌았다.

사실 학자들이 글을 써서 어디에 쓰겠냐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사회가 학자들의 말에 최소한은 반응하고 변화가 일어 나는 단초가 되어야 사회적 소통이 있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김홍신님의 이야기이다. 서재에서 글을 쓰던 그가 돌연 혼탁한 세속의 중심인 여의도에 뛰어 들었다. 붓을 놓고 대신 가슴에 금배지를 달고 정치를 실험하였다.

그는 이미 잘 나가는 소설가였고 ‘인간시장’, ‘바람 바람 바람’, ‘인간수첩’ 등의 소설을 발표하였는데 주로 산업사회의 모순과 비리를 깊이 있게 파헤쳤다. 1981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인간시장’ 은 한국 최초로 백만 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비교적 근자에도 대하소설 ‘대발해’를 내놓았다.

15대와 16대 국회의원으로 ‘뛰고’는 정치를 떠나 소설가의 자리로 되돌아온 그에게 언론이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소설을 쓰다 정치인이 되니 어땠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아주 좋았다”고. 당연히 무엇이 그리 좋더냐는 질문이 뒤따랐다.

글 쓰는 이도 결국은 세속적이었구나 하는 성급한 궁금증에 대한 그의 대답은 매우 진지하였다. “베스트 셀러를 쓰고,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하여도 세상은 별로 바뀌지 않더군요. 그래서 정치에 나선 겁니다. 국회의원이 되고 입법을 하고 그 것이 세상을 눈 앞에서 바꾸어 놓는 것을 보니 행복하더군요.”

그렇다. 그는 소설도, 정치도 모두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였다는 글장이다운 진정성을 우리는 믿는다. 글은 이렇듯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 쓸 때 아름답다. 글을 쓰는 이들은 당장 내가 속한 사회가 선하게 바뀌길 원하며, 내 아들과 내 아들의 아들이 사는 미래의 세상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길 소망하며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있어 글은 우리 사회에 대한 연모의 러브레터이다. 우리 주변과 이웃에 대한 애정과 선한 고민이 없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늘 이웃과 우리가 속한 사회에 대한 짝사랑을 하는 분들의 붓 끝에서 나오는 글들에 우리 세상이 좀 더 진지하게 반응하고 소통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의 생활이 소설가나 교수의 삶보다 굳이 더 행복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 쓰는 분들에게 ‘그 친구 글은 잘 써’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왠지 사람은 신통치 않은데 글만 잘 쓴다는 것으로 들리기도 한다.

‘글은’에서 어미 ‘은’이 주는 말맛이 사뭇 다르므로 멋진 글을 대하면 우리는 ‘글도’ 잘 쓴다고 후하게 말하는 것이 세상과 사랑에 빠진 분들에 대한 온당할 대접일 듯 하다. 우리는 어미나 조사가 잘 발달한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이다. 어여쁜 아가씨의 사진을 보고 ‘사진은’ 잘 나왔다고 해서는 아니 된다. 당연히 ‘사진도’ 잘 나왔네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은 자판을 두들기면 가래떡 뽑듯 저절로 줄줄 흘러 나오는 게 아니라고 한다. 일종의 지난한 분만과정을 닮았다는 것이다. 먼저 세상을 사랑하고 연모하여야 좋은 글 ‘씨’가 눈에 보인다. 씨앗을 찾으면 잉태하기 마련이다.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는 분들은 알 것이다. 그 정신세계가 얼마나 치열한지를. 글을 쓰는 분들은 알 것이다. 글은 씨앗을 잉태하고 키우는 치열한 사변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행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민을 연모하고 짝사랑하면 그 치열한 열애 속에서 알기 쉬운 진솔한 예규가 나오고, 따뜻한 세정 아이디어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무원이 공공 행정서비스를 수행한다는 것은 하기에 따라서는 우리 세상을 살 맛나게 바꿀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부여 받은 것이라서 행운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는 소설가보다 정치인이 더 행복하고 정치인보다는 행정종사자가 더욱 행복한 셈이다.

과세관청이 납세자를 위한 고민을 많이 해왔고 좋은 예가 수도 없지만 국세청이 최근 시범적으로 확대 시도한 ‘조사시기 선택제’ 역시 주목할만한 제도발전의 ‘씨앗’이다.
우리 세정에서 조사기간 통지만큼은 오랜 전통(!)을 가진 국가독점사항이었다. 납세자가 어떤 형편에 처해있든지 간에 조사대상자가 되면 납세자의 사정을 가리지 않고 조사통지서는 일단 날아가게 되어있다.

그런데 최근 상속세 조사에 한하여 13개 세무서에서 시범적으로 납세자가 조사 받을 시기를 선택하도록 시범실시를 한다는 것이니 이런 발상의 전환이 더욱 발전하기를 업계는 기대하게 된다.

상속세 조사대상자야 소수로 한정되어 있지만 조사시기 선택제를 수 많은 법인세나 소득세, 부가가치세 조사에 확대할 수 있다면 이는 조사분야에서 획기적인 발전으로 평가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선진국에서 이미 법인세나 소득세 조사시기를 사전에 납세자와 협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가 하는 것을 우리가 못할 바가 없다. 또한 수십만 대군을 관리하는 국방부조차 대한민국의 수많은 장정들에게 입영시기를 스스로 정하고 원하는 부대로 지원하도록 일일이 배려하는 세상이다.

일방적으로 조사기간을 통지하는 세무조사는 납세자들에게 적지 않은 애로를 발생시키고 있다. 일례로 두 회사가 사실상 합병되어 회사는 하나인데 과거연도 조사로 두 개의 조사반이 동시에 한 회사에 찾아와 조사를 하여 회사가 진땀을 뺀 경우도 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씨앗에 물을 잘 주면 좋은 관상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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