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餘白] 정영철 부국장
또 ‘경기’17, ‘일자리’ 14, ‘투자’ 8차례 등으로 총체적 경제위기상황을 뼈저리게 느끼고 이를 극복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연설문 곳곳에 녹아 있다.
곱씹어 볼 대목은 국정운영의 4대 기본방향 제시다.
첫째, 비상경제정부 구축이다. 둘째, 민생문제를 촘촘히 살피는 따뜻한 국정. 셋째, 선진일류국가를 향한 개혁. 넷째, 녹색성장과 미래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일이다.
이 대통령 연설에 이어 청와대는 즉각 한국판 워룸(War Room)인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신설했다. ‘비상경제대책회의’는 대통령이 의장이 되고, 기획재정부장관과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국정기획수석, 이밖에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 2~3명이 참석하는 회의로, 이른바 전대미문의 경제난국을 타개하는 거대기구로 가동된다.
물론 지금 같은 경제위기를 효과적으로 헤쳐 나가려면 ‘비상경제정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인적 체질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별도의 지원기구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경제정부의 핵심 멤버와 비상경제대책위원회의 구성 인적자원이 그대로라면 차이점이 뭐냐는 의문이 제시된다. 속된 말로 그 나물에 그 밥이 인 셈이다.
대통령이 구상하는 비상경제정부나 비상경제대책회의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아직 몰라 신뢰성에 대한 평가는 예단하긴 어렵지만 조직과 인적쇄신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으면 모처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신년 국정연설이 퇴색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하면된다”는 긍정적인 기대조차 이끌어 내기 어려울 것이다.
훌륭한 지도자는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해결책을 제시해 나가야 한다. 이 대통령이 현재의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훌륭한 대통령으로 길이 남으려면 4가지 국정방향을 차질 없이 실천해야 한다.
위기극복을 위해 ‘위기’를 29차례나 강조한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만큼이나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정치적 리더십이다.
우리의 역사는 위기 때마다 새로운 영웅을 만들어 낸다. 발명품도 다를 바 없다. 10년전 IMF때는 삼성전자가 TV시장에서 소니를 추월해 세계1위 업체로 빛났다.
디지털 방식의 이동통신 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도 이즈음 세계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해 대한민국 휴대전화 신화를 일궈냈다.
새해벽두 대전에서 날아온 세계최초 심해저 광물 채광장비 첨단로봇 ‘자항식 집광기’개발은 위기 속 희망의 발명품이다. 바다 노다지를 캐내는 이 로봇이 새해 동해 심해저 수심5000m에서 시험채광 작업을 벌인다고 한다. 시험작업에 성공되면 이미 우리나라가 광구개발권을 가지고 있는 하와이 남동쪽 태평양 해저에 투입되어 망간단괴를 채광 한다고 한다.
이곳에는 부존광물자원 3억 톤이 매장돼 있다. 망간단괴 연간 300만톤 씩 100년을 채광할 수 있는 양이며, 돈으로 따지면 매년 1조원의 수입대체효과를 안겨준다는 것이다. 새해 희망을 쏘아올린 곳은 연구원8명의 작은 연구소,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원이다. 이렇듯 우리주변에는 비관만 있는 것이 아니라 희망도 상존하고 있다.
훌륭한 지도자의 리더십은 강한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야당과 노조 등 반대세력을 포용해 함께 나아가야 한다. 소띠의 해 소처럼 열심히 일해 새로운 영웅, 세계 1등 개발품이 쏟아지는 한해를 만들어 보자.
희망은 그 자체 만으로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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