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해처럼 정부는 지난 7월 25일자로 국회에 제출할 올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국회 심의과정을 통해 정부안에 대한 개정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매년 정부가 발표하는 세법개정안의 대부분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해 입법화되는 것을 지켜본 국민의 입장에서는 정부안이 그대로 시행될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앞으로 국회 논의과정에서 가감되었으면 하는 내용들을 짚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밝힌 2024년 세법개정의 기본방향을 보면, 경제의 역동성 확보를 위한 투자·고용·지역발전의 촉진 및 자본시장의 활성화와 민생안정을 위한 결혼·출산·양육 부담의 완화 및 서민·소상공인 등의 지원, 합리적인 조세체계 구축을 위한 세부담의 적정화 및 조세제도의 효율화 추진과 납세자 친화적 환경 구축을 위한 납세자 편의와 권익의 강화 등이다.
이런 세법개정 기본방향에 따라 정부가 발표한 주요 개정안 중에 눈에 띄는 몇 가지를 들어보면, 최대주주 등에 대한 보유주식 할증평가의 폐지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결혼세액공제 신설과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대한 비과세 도입, 상속공제액의 인상과 상속세율의 인하,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유예와 과태료 인하 등을 통한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제도의 합리화 등이 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면서 국세청 등 관계부처 뿐만 아니라 세무사회 등 다양한 민간단체들로부터 세법개정 건의안을 수집했고, 특히 현장 중심 소통을 위해 중소기업중앙회와 세무사회 등 일부 건의기관을 직접 방문해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부가 경제인단체나 조세전문가 단체 등을 직접 방문하여 세법개정 건의안을 청취하면서까지 국민이 원하는 세법개정안을 만들고자 한 노력의 결과 예년에 비해 다소 획기적인 세법개정안도 있는 반면에, 계속해서 현실과 괴리된 불합리한 세제에 대한 개편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할 것이다.
먼저, 정부는 고용증대 지원을 위해 통합고용세액공제를 그간의 상시근로자 중심에서 임시직과 초단시간 근로자 등 계속고용 이외의 고용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지원을 확대하려고 한다. 또한, 그동안은 통합고용세액공제를 받은 경우 최초 공제연도부터 2~3년간 고용유지 의무기간을 두고 이 기간 동안 고용이 감소하게 되면 공제세액을 추징하는 사후관리규정을 폐지하고, 최초 공제연도 대비 계속 고용인원을 유지할 경우 1년간 추가 공제를 해주는 것으로 개정하겠다고 한다.
이런 식의 세제지원을 통해서라도 고용을 늘리려는 정부의 의도는 이해할만하지만, 장기 계속 고용이 아닌 1년 미만의 기간제나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이 안 되는 초단시간 근로자까지 고용세액공제 적용대상으로 하고, 일정 기간의 고용 유지의무까지 폐지하면서 고용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과연 양질의 고용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하겠다.
오히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기간제나 단시간 근로자를 선호하는 기업 때문에 잦은 이직과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혼과 출산, 양육 지원과 관련해서 내놓은 개정안을 보면, 먼저 결혼세액공제의 경우 결혼비용 지원을 위해 혼인신고 시 부부에게 100만원의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또한 출산과 양육 부담의 완화 명목으로 자녀세액공제 금액을 현재 첫째 15만원, 둘째 20만원, 셋째 30만원인 것을 각각 25만원과 30만원, 40만원으로 10만원씩 인상하는 안 등이 있다. 우리 사회가 저출생 문제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 정도의 결혼세액공제와 자녀세액공제 금액이 실질적으로 출산과 양육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 하겠다.
한편, 기업의 출산지원금 비과세와 관련해서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한 출산지원금에 대해서 기업에는 비용으로 인정하고 근로자에 대해서는 전액 비과세 근로소득으로 인정하겠다는 안인데, 이 또한 조세논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라도 출산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간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부분도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비과세금액을 제한하던지, 아니면 출산 후부터 몇 년간 매년 일정금액을 나누어서 비용으로 인정함으로써 형평성 제고와 함께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올해 세법개정안 중에 가장 뜨거운 이슈라고 할 수 있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안인데, 정부는 국내 투자자 보호 및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현행 주식 등에 대한 양도소득세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당초 금융투자소득세는 2020년 12월 말에 도입되어서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가, 2022년 말에 소득세법을 개정해서 2025년 1월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한차례 연기된 바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금융투자소득이 시행될 경우 적용될 기본공제금액 5000만원을 넘는 연간 금융투자소득금액을 발생시키는 투자자가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연간 전체 투자자의 1% 정도에 불과해서 금융투자소득세가 대다수의 금융 투자자들에게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면 현재는 인정되지 않는 과거 5년간의 금융투자손실을 해당 연도의 금융투자소득금액과 상계할 수 있는 등 오히려 투자자에게 유리한 면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기본공제금액을 상향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금융투자소득세를 보다 합리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개선 노력 없이 폐지하는 쪽으로만 밀고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 중에 가장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상속·증여세의 부담 적정화를 위해 상속세 및 증여세율을 인하하고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는 안이라고 할 것이다.
정부는 물가와 자산 등의 여건 변화를 반영하고 과도한 세부담 완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상속세 및 증여세의 최고세율을 기존의 50%에서 40%로 하향 조정하고 과세표준 구간 1억원 이하일 때 10%인 세율을 과세표준 구간 2억원 이하까지 10%로 하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또한 중산층 및 다자녀 가구의 세부담 완화를 위해 자녀 1명당 5천만원인 상속공제를 1인당 5억원까지 대폭 상향하겠다고 한다.
그동안 다른 나라에 비해 상속세나 증여세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과 함께 부동산가격의 상승 등으로 인한 자산가격이 높아진 탓에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공제가 상대적으로 낮아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이 과도하다는 주장 등을 감안할 때, 상속이나 증여에 대한 어느 정도의 세율 조정이나 공제금액 상향 등의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상속세나 증여세 과표 하위구간에서의 세율이나 과표구간의 조정은 거의 하지 않고 적용대상이 많지 않은 현재의 최고세율 구간만 없애는 것으로 세율을 대폭 인하하는 것이나, 자녀에 대한 상속공제액을 1인당 5억원으로 대폭 인상함으로써 자녀가 없거나 적은 가구와의 차이가 지나치게 많이 나게 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보인다.
참고로 국세청이 발표한 2023년 기준 국세통계를 보면, 전체 상속세 신고 건수 18,282건 중에 최고세율 구간인 과세표준 30억원이 넘는 경우는 1,177건으로 전체의 6.43%에 불과하고, 증여세도 전체 증여 건수 164,230건 중에 최고세율 구간인 과세표준 30억원이 넘는 경우는 832건으로 전체의 0.5%에 불과하다.
정부가 경제의 역동성을 살리고 사회변화상을 반영하기 위해 매년 다양한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나, 세법개정안이 실제로 현실에서 어떤 식으로 작동할지 또는 소득계층 간에 형평성문제를 야기하지는 않을지 등을 고민해 좀 더 정교하고 합리적인 개정안이 나왔으면 한다.
• 현) 한국세무사회 세무연수원장
•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 현) 한경협(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 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우회 회장
•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