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10-05 10:24 (토)
[국세 칼럼] 인민군보다 더 나쁜 송이 엄마
[국세 칼럼] 인민군보다 더 나쁜 송이 엄마
  • 김진웅 세무사
  • 승인 2024.08.22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김송이(가명)는 아빠가 없습니다. 엄마 Tania와 살고 있습니다. 여느 어린이처럼 강아지도 키우고 햄스터도 좋아합니다. 송이는 어린이집을 졸업했지만 졸업 앨범을 받지 못했습니다. 앨범 값 5만원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송이는 사정을 아는 주변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고 있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엄마는 일하고 싶지만 출입국사무소는 엄마의 취업비자를 9년째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송이는 한국어가 미숙합니다. 그래서인지 초등학교에 들어갔어도 학교에서 영 자신감이 없습니다. 이를 눈치 챈 담임선생님이 방과 후에 한국어를 보충해주었습니다. 모범상도 주었습니다. 기를 살려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담임은 송이가 감수성도 있고 머리도 있는 아이라고 평가합니다. 다만 외국인 편모(偏母)와 살고 있어서 한국어가 늦다는 것입니다.

송이는 왜 아빠가 없는 걸까요? 거기엔 기구한 사연이 있습니다. 송이 엄마가 송이 아빠를 만나서 연애를 하고 송이를 임신한 것까지는 보통의 남자와 여자들의 사랑 이야기와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송이를 임신하고 나서 비로소 남자가 유부남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송이 엄마는 힘들지만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결국 혼자서라도 헤쳐나가리라 마음먹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난 송이를 한국에서 키우기로 했습니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아이만을 위해 살기로 한 것입니다.

송이는 친자 인지 절차를 거치면 한국인 아빠의 딸로 입적이 가능합니다. 그러면 아이를 빼앗깁니다. 송이의 출생신고 때문에 엄마는 위장 결혼하는 방식으로 딸의 주민등록을 해결했습니다. 이것이 잘 넘어갔더라면 엄마는 결혼비자를 받아 취업도 하고 송이를 열심히 키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사란 어려운 이들에게는 결코 평탄하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위장결혼혐의로 송이 엄마는 비자가 박탈됐습니다. 출입국사무소는 송이 엄마에게 비자 대신 ‘보호일시해제 기간연장’이라는 형식으로 한 달씩 연장해 주고 있습니다. 취업 금지는 물론이고요. 결국 비자도 없이 엉거주춤 9년이 흘렀습니다. 송이가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국가지원도 엄마가 법적 신분증이 없으니 막혀버렸습니다.

엄마에게 일을 하지 못하게 하니 아이와 엄마는 장래 어떻게 살 수 있을까요? 노숙자가 되겠지요. 과연 이것이 온당한 행정처분일까요? 자녀가 한국 국민이고 초등학교 2학년인데 유일한 보호자인 엄마를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취업을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 출입국관리법의 당초 취지였을까요? 한국 아빠는 떠나 버렸는데 엄마는 비자를 주지 않는 겁니다. 이건 온당한 행정처분이 아닙니다. 인륜에 반하는 법의 해석과 집행은 자연법을 근간으로 하는 법철학에도 반합니다.

송이 엄마가 송이를 버리고 떠난다면 송이는 과연 누가 키우게 될까요? 우리가 낸 세금으로 보육원에서 키우게 됩니다. 보육원에서는 만18세까지 머무르게 됩니다. 자립준비가 안되면 24세까지 출소를 연기할 수 있습니다. 결국 친모를 내쫓고 송이를 고아로 만들어 24세까지 나라 세금을 쓰면서 보육원에서 양육할 것인지, 아니면 친모에게 취업비자를 주어 모녀가 가정을 이루어 인간답게 자립하게 할 것인지의 선택의 문제가 남습니다.

누가 봐도 아이는 가정에서 양육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사랑을 더 받고 공감능력과 행복도가 높을 확률이 큽니다. 송이 친모는 다행히 건강합니다. 한국 남성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혼자라도 아이를 한국에서 양육하겠다고 절규하고 있는데 9년째 한국 정부는 이 호소를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유는 엄마의 위장결혼 전력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건 아이의 주민등록을 위한 고육지책이었는데 9년 동안 굴레가 되었습니다. 결국 송이가 아홉 살이 되도록 엄마는 입국비자도 없는 한달 짜리 체류자로 살아왔습니다. 매달 출입국사무소에 가면 한장짜리 체류연장서를 줍니다. 그 때마다 취업은 절대 안 된다는 규정을 빠뜨리지 않고 넣어 줍니다. 이러니 송이네 모녀가 사는 것은 기적입니다.

다문화 아동을 지원하는 활동가가 이 사연을 듣고 법무부에 알아보았습니다. 이런 경우 비자 발급이 안되냐고 물으니 취업 비자는 불가하고 육아 비자 발급은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육아 비자 발급을 받을 수 있으니 해당 출입국사무소가 비자발급상신서류를 법무부에 보내야 하며 법무부는 인도주의에 따라 한국 국민인 아동을 위해 외국인 부모의 육아 비자는 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희망을 가지고 해당 출입국사무소에 연락했습니다. 법무부 이야기를 전하고 비자 발급을 상담하자 담당자는 송이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며 검토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 연락이 없어 송이를 데리고 직접 방문했습니다. 인도주의적으로 처리해주면 안되겠느냐 하니 담당자의 속내는 송이 엄마가 아이를 위해 위장결혼을 시도한 전력이 있어서 비자발급상신을 망설이는 것이었습니다.

“송이를 보세요. 외모가 100% 한국사람이잖아요.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송이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외국 한번 나간 적이 없이 한국에서만 자라고 있는 한국 아이인데 한국 아동이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보호할 의무가 국가기관에 있어요. 외국인인 송이 엄마를 위해 비자를 발급해 달라는 게 아니라 한국 국민인 송이가 행복하도록 국가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송이 엄마에게 취업비자를 발급해 주실 것을 간청하는 겁니다. 

국가가 보호할 대상이 한국 어린이이고 그 엄마는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건 가혹한 논리입니다. 한국 국민인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친모가 직접 양육하도록 취업 비자를 주는 것이 행복권을 보장하는 대한민국 헌법에 부합하는 겁니다. 그 친모의 전과가 족쇄가 돼 아이의 행복을 가로막는 것은 앞뒤가 뒤바뀐 법의 해석입니다. 비자 발급을 마냥 거부한다면 장차 송이는 어떻게 되나요?”

금년 4월에 출입국사무소를 다시 방문한 사회활동가는 담당자에게 비자발급상신을 법무부에 해달라고 다시 요청하자 법무부에 질의하려면 출입국사무소에서 심사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이 준비가 간단치 않으니 올 상반기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또 다시 감감무소식입니다.

송이 엄마에게 취업 비자를 주지 않을 경우 송이는 결국 엄마의 나라로 떠나야 합니다. 그간 살아온 한국과는 단절됩니다. 아니면 엄마와 생이별을 하고 보육원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한국 정부는 이런 경우에 송이 엄마 대신 아이를 더 잘 키울 자신이 있나요? 엄마를 빼앗긴 아이가 과연 잘 자랄 수 있을까요? 땀 흘려 일해 한국에서 딸 아이를 직접 키우겠다는 엄마를 추방하고 아이를 굳이 고아로 만들어 보육원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키우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요? 

정부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외국인들이 난민신청을 해도 난민 비자를 주고 있습니다. 어린이를 동반하면 수백만원의 정착보조비도 매달 지급합니다. 대한민국에 적대세력인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 인민군이 한국에 망명해도 주택과 정착금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 아빠를 둔 송이는 정녕 아빠의 나라에서 살면 안 되는 걸까요? 김정은 정권을 보위한 인민군 출신보다 송이 엄마가 더 나쁜 사람일까요? 

인구가 줄면 국가의 미래가 없다고 국가소멸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으라고 해마다 50조원의 세금을 지출하고 있다고 정부가 홍보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인 송이는 귀한 세금을 넘보지 않습니다. 송이가 바라는 것은 그저 일하는 엄마와 함께 아빠의 나라에서 살고 싶을 뿐입니다.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이지만 강합니다. 유대인 피만 흐르면 어디에 살더라도 이스라엘 국적을 줍니다. 심지어 “국가보다 유대인 피가 우선한다”고까지 말합니다. 과연 우리가 이스라엘보다 못할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요?

김진웅 세무사
김진웅 세무사

 

•(사)한국조세연구포럼 등 다수 학술단체 회원, 감사, 분과위원장, 이사 역임 
•베르나바이오텍포리아(주) 등 다수 국내외기업 감사 및 사외이사 역임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자문위원 역임
•중소기업중앙회 특별위원회 위원 역임 
•국세공무원 강의 및 명예교수 역임
•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MA, Taxation)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 2층(서교동,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