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국세청 공무원 20,666명이 총 335조 6700억여 원의 국세수입을 기록해서 1인당 세수가 162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총 징세비용은 1조 8900억여 원으로 1인당 징세비가 약 9200만원이고, 세수 100원을 걷기 위한 징세비는 0.56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수 100원당 징세비 추이를 보면, 2019년 0.60원, 2020년 0.63원, 2021년 0.54원, 2022년 0.49원, 2023년 0.56원 등 2023년에는 전년 대비 약간 증가했지만 2020년 이후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국세청이 표방하고 있는 국세행정의 방향을 보면 앞으로도 징세비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세청은 지난 5월 보도자료를 통해 2024년을 ‘AI(인공지능) 국세행정’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AI를 이용한 국세행정의 디지털 전환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3년 귀속분 종합소득세 신고대상의 50%인 약 700만 명이 국세청이 세액까지 계산해주는 ‘모두채움 서비스’를 받았고, 앞으로 근로장려금이나 자녀장려금 역시 모바일 안내문 링크 클릭이나 우편 안내문의 큐알코드 스캔을 통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동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배달라이더나 학원강사 등 인적용역 소득자에 대한 환급금 계산과 안내를 통해 618만 명의 납세자에게 약 1.5조원의 환급금 찾아주기를 했고, 연말정산 간소화 자료를 근로자의 근무 회사에 자동으로 제공해주는 일괄제공 서비스를 통해 200만 명 이상의 근로자들의 소득공제 자료 내려받기 등의 번거로움을 덜어 주었다고 한다.
국세청은 이해 더해 2024년부터 2년간 300억원을 투입해 홈택스 고도화 사업을 추진해서 새로운 ‘AI 홈택스’ 개통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통해 ‘AI 국세상담’의 대상 세목을 확대하고 더 많은 상담사례 학습을 통해 상담수준을 높이는 한편, AI 서비스를 신고·납부 등 다양한 분야로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국세청의 계획대로 국세행정에 AI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잘 정착되면 납세편의 제고는 물론 징세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세행정에 AI를 접목시킴으로써 행정편의와 납세편의가 제고되고 징세비용이 줄어들면 납세협력비용도 동시에 줄어들게 될까?
일반적으로 납세협력비용은 세금과 관련된 증빙의 수취와 보관, 세금에 대한 신고서의 작성과 제출 등 세금을 신고하고 납부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협력의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자료제출 등을 포함해서 납세자가 부담하는 세금 이외의 경제적·시간적 비용과 심지어 심리적 비용까지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국세청이 현재 홈택스 싸이트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잘 짜여진 전자세정 덕분에 납세자가 이 시스템을 이용함으로써 납세협력비용이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의 전자세정에 AI 서비스까지 가미되면 보다 좋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세행정 비용도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3년에 발표한 ‘국세행정에 대한 납세협력비용 측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납세자가 부담하는 총 납세협력비용은 총 15조400억여 원으로 국내총생산의 0.73% 수준이라고 한다.
한편,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2021년 10월에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이 측정한 국세행정에 대한 납세협력비용이 2007년 기준으로 7조 140억원에서 2011년에는 9조 8,878억원, 2016년에는 11조 1,179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납세협력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국세청의 첨단 전자세정과 IT기술의 발달 등으로 세금계산과 신고·납부의 편의성이 증대되어 징세비가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납세협력비용은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납세협력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본래의 납세의무와는 무관한 자료제출 등 각종 협조의무를 납세자에게 부담시키면서 그러한 의무를 불이행한 것에 대해 가산세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도 납세협력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는 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도를 홍보하고 당사자들로부터 자발적인 협조를 이끌어 내기 보다는 새로 도입되는 제도를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의무불이행에 대해 과태료나 가산세 등의 부담을 지우는 식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시간적·심리적 협력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의 세무사 단체(“한국세무사고시회”)와 일본의 세리사 단체(“일본청년세리사연맹”) 간에 매년 양국을 번갈아 오가면서 양국의 조세제도에 대한 간담회(일종의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참석하면서 겪은 일화를 소개해 본다.
이 간담회는 상대국을 방문하는 측에서 초청국에서 궁금해 하는 세금제도에 대해 자료를 준비해서 설명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몇 년 전인 2018년 초가을에 한국 측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해여서 관례대로 일본 측에서 알고 싶어 하는 우리나라의 세금계산서제도를 설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그 당시 일본 정부는 자국에는 없던 한국의 세금계산서와 유사한 인보이스제도를 도입하려고 준비하고 있던 터라, 일본 세리사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세금계산서제도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갔던 대부분의 세무사들이 놀랐던 점은 일본 정부가 인보이스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면서 2018년부터 5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3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 그 해 세제개편안을 발표하고 국회에서 통과되면 바로 그 다음해부터 시행하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의 입장에서는 세금계산서제도를 5년이나 준비한 후 시행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본 세리사들은 한결같이 새로운 제도에 대한 준비과정과 국민들에 대한 설득과정 등이 있는데 어떻게 새로운 제도를 바로 시행할 수 있는지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어서 적잖이 놀란 적이 있었다.
물론 단편적인 한 사례에 불과하지만 이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국민정서와 문화차이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제도도입에 대한 납세자의 부담을 고려하는 양 정부의 태도를 어느 정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정부 입장에서는 원활한 과세를 위해 세금신고와 납부에 직접 필요한 자료뿐만 아니라 관련 자료도 폭넓게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세수확보 뿐만 아니라 징세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겠지만, 반면에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납세의무와 협력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징세비용과 납세자의 납세협력비용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언뜻 보면 상충관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세비용과 납세협력비용을 함께 줄일 수 방안이 없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세법규정과 함께 과세자료 확보를 위한 자료제출 의무 등의 확대로 인해 납세협력비용이 증가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서, 복잡한 세제의 단순화와 협력의무에 불과한 자료제출 의무에 대한 부담감소 등을 통한 납세협력비용 축소 노력도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전자세정으로 인한 국세행정의 효율성을 통해 징세비가 절감되는 이면에는 전자세정에 협조하는 납세자와 세무대리인의 노력과 비용발생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서 전자신고나 자료제출에 대한 세액공제 등의 인센티브를 늘림으로써 징세비와 납세협력비용이 함께 줄어들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가 되었으면 한다.
•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 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 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우회 회장
•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