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내부 사정·국세행정 손금 보듯...직무 수행능력 검증 청문회 전망
임 의원, 국세행정 전문가에 설득력 갖춘 논리적 언변...野 의원 데뷔 무대
“강 후보자 걸어 온 길 누구보다 잘 알아”...수위조절 정제된 질의 예상도
16일로 예정된 제26대 국세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를 비롯해 인사청문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청문회는 예전과 양상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의 경우 비교적 무난한 수순을 밟아 왔는데 이번에는 다소 변수가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것.
국세청 소관업무의 경우 전문성이 강한 특성이 있는데다 나름대로 정교한 기준과 원칙으로 무장(?)하고 있어 기재위 인사청문 위원들이 따끔한 실무 검증을 하는 데는 나름대로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 위원들이 후보자의 국세행정 수행능력을 검증하는 대목에서는 종종 ‘수박 겉 핡기’ 식 질의가 이어져 맥이 빠지기도 했고, 조금 구체적 질의에 들어가면 정교한 기준과 원칙을 들이대며 조목조목 매끈하게 답변하는 후보자의 논리에 질의 의도가 되레 유야무야 되는 경우가 많았다.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신상검증이 이슈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대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 주변 및 신상검증에서도 역시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세정가에 도는 말처럼 국세청 조직에서 사무관부터 시작해 고위공무원에 오르려면 그동안 치열한 경쟁과 인사검증을 거쳐 올라온 사람들인데 청문회에서 폭로될 정도로 신상관리가 되지 않은 간부는 청장 후보자 이전에 벌써 탈락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국세청 내부에서 발탁된 청장 후보자라면 적어도 재산문제는 기본이고 꼬투리 잡힐 건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이번 강민수 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약간의 변수’가 생겼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세청 내부 사정은 물론이고 국세행정 업무에 해박한데다 논리적 언변까지 갖춘 ‘선수’가 야당 청문위원으로 등판하기 때문이다.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폿 라이트’의 주인공이다.
강민수 후보자(행시 37회)와 임광현 의원(행시 38회)은 불과 얼마 전 까지 국세청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국세행정 발전을 위해 무릎을 맞대 왔다. 두 사람 모두 국세청 입문에서 부터 차세대 인재로 분류돼 오래 전부터 ‘차기 국세청장’ 기대를 받으며 승승장구해 온 인물들이다.
그런 두 사람이 이번에는 한 사람은 국세청장 후보자로, 다른 한 사람은 국세청장 인사 청문위원으로 맞서게 된 것이다. 소위 선수끼리 만난 셈이다. 벌써부터 세정가는 이번 청문회에서 임광현 의원의 ‘활약’과 ‘수위’에, 강민수 후보자의 ‘방어’에 급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여기에다 임광현 의원은 한동안 승진대열에서 질주를 거듭하며 국세청장 턱밑인 국세청 내 2인자 자리인 국세청 차장까지 승승장구하며 오른 인물이었고, 세정가에서는 관운(官運)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아쉽게 국세청을 떠난 전력이 있다.
임광현 의원의 경우 국세공무원 재직 시 남들은 한 번 하기도 어렵다는 국세청 내 핵심부서인 조사국장(지방청 조사국장 포함)을 연달아 6번이나 역임한, 말 그대로 조사분야의 '초 엘리트'였다.
행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한 임 의원은 서울청 국제조사3과장, 국세청 조사기획과장, 부산청 세원분석과장 등 본·지방청 조사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 중부청 조사1국장 및 조사4국장을 역임하고, 서울청 조사2국장에 이어 기업의 저승사자라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장도 역임했고, 이후에는 대기업 담당 서울청 조사1국장까지 핵심 위치에 연속해 배치됐으며, 대한민국 세무조사 최고사령탑인 국세청 조사국장까지 역임했다.
특히 한 번도 하기 힘든 조사국장이라는 국세청 요직을 중부청 조사1국장-조사4국장, 서울청 조사2국장-조사4국장-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이라는 타이틀을 6차례 연달아 역임하는 보기 드문 경로를 거친 인물이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행정고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후 국세청 운영지원과장, 부산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국세청 기획조정관,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대전지방국세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등 국세청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한 정통 세무관료다.
또한 4년 7개월에 거쳐 주요 본청 국장 직위(기획, 전산, 징세법무, 법인, 감사관 직무대리)를 역임한 자타가 공인하는 ‘국세행정 전문가’로, 역대 최장수·최다 본청 국장을 역임했다. 본청 국장 이전에 지방국세청 조사국장 2회 및 조세심판원 심판관 등 다방면의 경험과 국제조세분야 및 프랑스 OECD 사무국 근무로 국제적 감각까지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는 특별히 후보자의 국세행정 업무 수행능력에 대한 검증이 돋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세행정 실무에서부터 총괄까지 경험이 있는 인사가 야당 청문위원으로 참여하는 ‘마당’이어서 검증 수위가 새롭게 제시되는 분위기다. 현 국세청과 국세행정의 문제점을 손금 보듯 속속들이 알고 있는 만큼 임 의원의 질의 수위에 따라 청문회 판이 달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임 의원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 친정을 대상으로 하는 사실상 ‘첫 무대’가 이번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여서 향후 정치인으로서의 입지를 감안할 때 임 의원으로서는 강력한 인상을 심어줘야 할 대목일 수밖에 없다. 양보할 수 없는 기회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주 임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에서 최상목 부총리를 상대로 최근 조세관련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속세, 금투세 폐지 등 현안을 질의하면서 이론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논리정연 한 질문으로 최 부총리를 곤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당시 최 부총리는 답변에 앞서 “워낙 세법 전문가이시고 그 다음에 세무행정을 하셨기 때문에 저보다 지식이 많아 답변이 참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객관적으로 말씀을 하셨고, 제목이 공정한 과세이기 때문에 출제자의 의도가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기도 했었다.
그러나 세정가 일부에서는 “강 후보자가 국세청에서 걸어 온 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임 의원이 수위조절 마친 꼭 필요한 정제된 질의를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는데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한 방 터뜨리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세청과 국세행정을 아는 만큼 오히려 질의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프로필]
☞ 임광현 의원
▲69년생 ▲충남 홍성 ▲강서고 ▲연세대 경제, 하버드 법대 ▲행시38회 ▲속초세무서장 ▲청와대파견 ▲서울청 국제조사3과장 ▲국세청 정책보좌관 ▲국세청 조사기획과장 ▲부산청 세원분석국장 ▲서울청 감사관 ▲중부청 조사1국장 ▲중부청 조사4국장 ▲서울청 조사2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 ▲서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 강민수 내정자
▲68년생 ▲경남 창원 ▲동래고 ▲서울대 경영,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영)버밍험대 경영학 석사 ▲행시37회 ▲용인세무서장 ▲국세청 기획재정담당관 ▲국세청 운영지원과장 ▲국세청 운영지원과장 ▲부산청 조사1국장 ▲조세심판원 상임조세심판관 ▲서울청 조사3국장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 ▲국세청 기획조정관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대전지방국세청장 ▲서울지방국세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