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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세기의 결혼, 세기의 이혼
[국세 칼럼] 세기의 결혼, 세기의 이혼
  • 김진웅 세무사
  • 승인 2024.06.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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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할 게 없는 선남선녀가 ‘세기의 결혼’(당시의 기사 제목)을 하였다가 30여년 후 불행하게도 ‘선남’이 ‘선녀’와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혼을 원하는 선남은 20억의 위자료와 1조 3808억원을 선녀에게 주라고 제2심 이혼판결이 났습니다. 선남의 불륜에 대하여 여기에 굳이 옮기고 싶지 않지만 우리 사회의 법 제도와 사법부의 태도, 그리고 과연 세금은 만인에게 평등한가를 묻고자 합니다.

우리 사회는 여권(女權)이 크게 자라면서 간통죄를 폐지하라는 요구를 여성계가 요구하기에 이르자 간통죄는 결국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다만 간통에 따른 민사적 배상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혼소송은 외국의 파탄주의와 달리 한국만큼은 여전히 유책주의입니다.

파탄주의란 결혼이 파탄 난 경우 원한다면 이혼해도 좋다는 입장인 반면 유책주의란 사랑이 식었어도 결혼생활을 파탄 낸 배우자는 이혼청구를 감히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말합니다. 유책주의는 과거 남존여비적 유교사회에서 비롯한 여성소외로부터 기인하였습니다. 그러나 시절이 바뀌면서 여성계가 적극적으로 원하여 간통죄가 사라졌듯이 유책주의 역시 파탄주의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일 듯 합니다.  

우리 나라의 유책주의 판결은 민법 840조에 근거합니다. 이 조항은 이혼사유를 여섯 가지로 정합니다.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등입니다.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면 부부의 일방은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혼인생활 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 배우자는 전혀 이혼청구 할 수 없을까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유책주의에도 일부 예외사유가 있긴 합니다. 보복심에서 이혼에 불응하며 객관적으로 보아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을 경우, 유책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파탄의 책임을 넘어 지대한 경우, 세월이 오래 흘러 누가 파탄의 책임이 있는가를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한 경우 등입니다.   

2015년 선남이 뜬금 없이 신문 지면을 통하여 자신의 혼외 관계를 만천하에 고백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참으로 의아하고 생경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후 선남은 이혼조정신청을 합니다. 돌이켜보면 유책주의의 예외사유를 적용받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법률전문가에 따르면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사정을 객관화하는 증거를 만들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합니다.

그 후 선남은 2018년 2월 이혼소송(본소)을 냅니다. 한사코 이혼을 거부하던 선녀도 2019년 12월 드디어 이혼 맞소송(반소)을 냅니다. 제1심 법원은 두 사람이 서로를 상대로 낸 각각의 소송을 심리하고 이렇게 판결했습니다. “주문. 반소에 의하여 원고(선남)와 피고(선녀)는 이혼한다. 원고는 피고에게 위자료로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을 각각 지급하라.” 

법원은 선남선녀가 이혼하되, 선남이 아니라 선녀가 낸 이혼소송을 근거로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유책주의를 적용한 판결로 보입니다. 홍상수 영화감독도 비슷한 사례입니다.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으나 유책주의에 따라 2019년 6월 패소하였습니다.

이 번 선남선녀의 제2심 판결은 과거 이혼소송의 판결에 비추어보면 진일보했거나 이례적입니다. 왜냐하면 상간으로 이혼시 통상 이혼 위자료가 고작 2~3000만원이었고 많아 봐야 5000만원이었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유책 배우자에게 너무 관대한 판결이라고 분개하였습니다. 결혼을 깬 값이 고작 그거 밖에 안되냐는 거지요. 선남선녀의 제1심 판결 역시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누구 덕에 선남의 그룹이 그처럼 급성장했냐는 겁니다.

항소심에서는 선녀의 부친이 바람막이를 해주고 그의 비자금 300억원이 선남의 회사로 흘러 들어가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장이 재판부에 받아들여졌습니다. 재판부는 선남의 부친이 선녀의 부친에게 준 총 300억원 어치의 약속어음을 차용증으로 보았습니다. 그 돈은 증권회사 인수를 비롯해 그룹경영에 사용됐을 거라고 인정했습니다. 아울러 그룹 성장에 유력 정치인인 선녀의 부친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재판부는 정경유착 사실을 판결로 확인해 주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1991년 이뤄진 증권사 인수는 선남의 주장대로라면 계열사 자금을 횡령한 돈으로 선녀의 주장대로라면 통치 비자금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합니다. 양측의 주장이 이러하니 모두 문제입니다. 정치 비자금이 오고 갔다는 주장이나 계열사 자금을 동원했다는 주장이나 모두 위법하기 때문입니다. 언론은 이를 비자금 형성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당시에 선남의 그룹은 “자금 출처가 불분명했지만 세무조사나 검찰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이동통신사업에도 진출했다. 정치인과의 사돈 관계를 보호막·방패막이로 인식하고 위험한 경영을 감행해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대구시장은 교복 만드는 섬유회사가 통신재벌로 큰 계기는 선녀의 아버지가 선남의 그룹을 이동통신업자로 선정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선녀의 어머니는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남편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메모를 작성했는데 메모에는 시동생 등의 이름과 함께 2억~300억원의 숫자가 적혀 있었고, ‘oo 300억원’,  ‘맡긴 돈 667억+90억’ 등이 쓰여 있었던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1991년 300억원을 건넬 당시 자장면이 1500원하던 때이니 현가로는 1500억인 셈입니다. 재판부는 선녀의 아버지가 수천억원의 정치 비자금을 조성한 후 동생에게 120억원, 사돈인 신 회장에게 230억원 등 자신의 친인척과 기업가들에게 맡긴 점이 과거 검찰수사와 재판에서도 인정된 만큼 이 메모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기할 일은 선녀의 변호사 주장은 법원에 제출된 자료를 회계사를 통해 검토한 바 선녀 가족에게는 30년간 300억원이 넘어가고 선남의 혼외자와 그녀의 재단에는 1000억이 넘어갔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은 세금 사회에서 보면 거액의 증여세 문제가 발생합니다. 금액 규모가 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해당될 수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체의 정기조사에서 연말 우수사원에게 부상으로 수여한 50만원 상당의 금 펜던트조차 급여로 보아 과세하는 세무당국이 선남선녀가 주고 받은 자금과 혼외자 증여가 각각 수백억에서 1000억에 이른다는 변호사의 주장을 접하고도 그냥 넘어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보도대로라면 과거에 정치인은 사돈에게 통신사 인수 방패막이를 해주고 사돈은 재벌로 성장하고 그들의 자녀는 천문학적으로 커진 4조원대의 재산을 놓고 버젓이 비자금을 동원했다고 주장하는 세상입니다.

이러다 보니 세간에서는 과연 비자금과 정경유착으로 커진 4조의 재산을 그 자녀들이 재산분할하여 나누어 갖는 것이 정상이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칙에 따라 법과 질서를 지키는 이들은 오로지 서민들뿐이라는 겁니다. 

선남선녀의 이혼소송은 한국사회의 재벌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압축해 보여줍니다. 거액의 정치 비자금과 정경유착입니다. 선남선녀는 법정에서 비자금의 수수와 정경유착을 인정하며 재산분할 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것입니다. 

Will Rogers(1879~1935)는 100년 전에 우스개 소리를 한 마디 남겼습니다. ‘사람이 죽었을 때 변호사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은 유산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 길뿐이다. 그러면 반경 10마일 내에 변호사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서민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유대인 속담에는 세금은 비도 오지 않는데 잘 자란다는 말도 있습니다. 

한편 소득세를 ‘Capital punishment:The income tax’라고도 말합니다. Capital은 자금의 뜻도 있지만 극형의 의미도 있습니다. 조금 완화하면 세금은 모진 처벌이라는 뜻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부자들의 천문학적인 일감 몰아주기와 가족간 거래에 대해 과연 Tax collector 들이 얼마나 세밀히 들여다 볼지 그 것이 알고 싶습니다. 

김진웅 세무사
김진웅 세무사

 

• (사)한국조세연구포럼 등 다수 학술단체 회원, 감사, 분과위원장, 이사 역임 
• 베르나바이오텍포리아(주) 등 다수 국내외기업 감사 및 사외이사 역임 
•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자문위원 역임
• 중소기업중앙회 특별위원회 위원 역임 
• 국세공무원 강의 및 명예교수 역임
• 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MA, Tax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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