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6-17 20:17 (월)
[국세 칼럼] 상속세는 징벌적 세금인가?
[국세 칼럼] 상속세는 징벌적 세금인가?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4.05.16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문화일보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업력이 100년 이상인 장수기업의 수는 17곳으로 일본과 비교했을 때 200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이는 2022년의 9곳과 비교하면 2024년 기준으로 8곳이 늘어난 수치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2022년 기준으로 설립한지 100년이 넘는 기업의 수가 일본이 3만7085곳, 미국 2만1822곳, 독일 5290곳, 영국 1984곳, 이탈리아 1182곳 등 그 수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면서 해당 언론은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100년이 넘는 장수기업이 이렇게 적은 이유로 한국의 산업화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 영향도 있지만, 과도한 상속세 부담과 일부 반기업 정서 등이 국내 장수기업의 양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각국의 상속세율을 보면 일본이 최고세율 55%로 우리나라의 50%보다 높긴 하지만 호주나 뉴질랜드처럼 아예 상속세가 없는 나라도 있고, 상속세가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OECD 국가의 평균 상속세율이 25%임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55%로 우리나라보다 높긴 하지만, 2009년에 도입한 ‘중소기업 경영승계 원활화법’과 2018년에 도입한 ‘사업승계 특례조치’에 따라 일정 요건을 충족해서 기업을 물려받은 후계자에 대해서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유예하거나 면제해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게다가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의 최대주주 등의 주식에 대해서는 20% 할증평가를 하도록 되어 있어 그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상속세와 관련된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몇몇 대기업들에서는 상속세문제로 경영권분쟁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한미약품그룹의 경우 2020년 창업주가 타계하면서 상속인들이 그룹계열사의 주식 수천만주를 상속받으면서 납부해야할 상속세가 5400억원에 달했다고 하는데, 일부 상속인들이 거액의 상속세납부 재원 마련을 위해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주식 수백만주와 함께 신주 수백만주를 제3자 배정방식으로 다른 기업그룹에 넘기 방식으로 그룹통합을 추진하다가 다른 상속인과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통합이 무산됐다고 한다. 

이로 인해 일부 상속인들은 아직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납부 재원 마련과 지분확보를 위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와 접촉하고 있다는 뉴스도 있었고, 계속해서 상속세납부 재원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을 대거 매물로 내놓음으로써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에 비해 상속세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남으로써 곤란을 겪고 있는 층이 비단 대기업 오너들의 상속인뿐만 아니라,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상속인들도 금액의 차이가 있을 뿐 과다한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 통계자료를 보면, 최근 몇 년간 상속세 납세인원과 납세액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2019년 납세인원 9555명에 납세액이 3조7000억원이던 것이 2020년에는 11,521명에 5조2000억원, 2021년 14,951명에 20조4000억원, 2022년 19,506명에 13조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물론 해를 거듭할수록 상속세 납세액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대기업 오너들의 상속으로 인한 영향도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상속세 납세인원이 몇 년 사이에 배로 늘어난 것은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상승한 부동산가격 등으로 인한 상속재산 평가액의 증가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랫동안 묶여 있는 낮은 상속공제액 등의 영향도 있다고 할 것이다.

얼마 전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인협회가 KB월간주택가격동향과 통계청의 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그동안 부자만 내는 것으로 인식됐던 상속세가 앞으로는 서민의 세금이 될 것이라고 하면서, 올해 서울 지역 아파트 193만1000가구 중 10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비중이 39.9%(77만2400가구)에 달해 이미 상당수 국민이 상속세 과세권에 들었고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6년 후인 2030년에는 서울에서 상속세를 내야 하는 가구의 비중이 80%로 급증할 전망이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1999년까지 과세표준 50억원 초과분에 대해 최고 45%의 세율을 적용하던 것을 2000년부터는 과세표준 30억원 초과분에 대해 최고세율 50%로 강화하는 것으로 개정한 이후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기초공제나 배우자공제, 일괄공제 등 주요 상속공제는 그동안의 경제성장이나 물가상승 등을 거의 반영하지 못한 채 대부분 수 십년 전에 정한 금액을 현재까지 유지해 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서울 지역에서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하고 있다가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에도 상속세가 과세되는 경우가 흔하게 되어 이제는 상속세가 징벌적 세금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보자면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던 상속세 과세가 1970년대부터 점차 쇠퇴하고 있다고 하는데, 미국의 경우 1970년 중반까지는 상속세 최고세율이 70%에 달했고 상속세 과세대상 인원도 전체 피상속인의 7% 이상이나 되었던 것이 현재는 고액의 상속공제액 적용과 세율 인하 등으로 인해 상속세를 납부하는 비중이 0.1%도 채 안된다고 한다. 

특히 스웨덴이나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상속세를 아예 폐지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낮은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과 높은 최고세율, 경제성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낮은 상속공제 한도액 등으로 상속세에 대한 국제적인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고 할 것이다.

마침 파이낸셜뉴스가 작년 말에 흥미로운 분석기사를 내놓았는데, CNN이 영국 국제교류 및 이민 관련 기업 헨리앤드파트너스의 ‘2023 부의 이동 보고서’를 토대로 보도한 전 세계 순자산 100만 달러(약 13억원) 이상 소유한 부자 중 이민을 떠난 사람들의 국적 중 한국이 800명으로 7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을 두고 부자들이 한국을 떠나는 주된 이유가 ‘상속세’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하고 있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주하는 나라가 미국(47.9%), 캐나다(20.1%), 호주(8.0%) 등이라고 하는데, 이 나라들 중 미국은 부모 1인당 유산이 1170만 달러(약 152억 4500만원), 부모 합산 2340만 달러(약 304억 9000만원)까지 상속세가 면제되고 캐나다와 호주는 상속세가 없기 때문에 투자이민 비용이 오히려 상속세보다 저렴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부자들 중에서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이 실제로 상속세부담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상속세부담을 크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10일 치러진 총선 이후 아시아경제가 22대 총선을 계기로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속세 개편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 10곳 중 9곳(94%)이 개편에 찬성한다고 했는데, 상속세를 개편해야 하는 이유로는 72%가 ‘기업의 안정적 경영’을 들었다고 한다. 

아시아경제는 이런 반응에 대해 기업들이 거액의 상속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등 회사 소유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하는 현실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최근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개편하는 방안을 포함해서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 및 세율의 조정, 각종 상속공제의 현실화 방안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해서 상속세가 징벌적 세금이 아닌 합리적인 세금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 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 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교우회 회장
•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master@intn.co.kr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 2층(서교동,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