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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세금으로 즐기는 오마카세와 와규의 맛
[국세 칼럼] 세금으로 즐기는 오마카세와 와규의 맛
  • 김진웅 세무사
  • 승인 2024.05.10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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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오마카세가 도마에 올랐다. 공무원들이 어떻게 수 천만원어치 오마카세를 먹고 버젓이 영수증을 붙여놓을 수가 있느냐는 거였다. 2년전 이 맘 때 일이다. 

요즈음 오마카세는 1인당 가격으로 25만원이다. 점심에도 10만원대이다. 

이런 뉴스는 세금을 내는 납세자 입장에서는 불문곡직하고 혈압이 급상승하게 만든다. 

물론 세금은 내 돈이 아니라 나랏일을 하시는 분들의 쌈짓돈인양 대범하고 초연한 국민도 많은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월급쟁이의 약 40%와 자영업자의 약 40%가 소득세를 내지 않으니 내 돈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과세미달인 납세자들도 부가가치세는 열심히 내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30~40% 이상의 세율로 소득세를 내는 납세자에게는 세금은 결코 남의 돈이 아니다. 1년간 번 돈에서 1/3 이상 뚝 잘라 공직자들에게 살뜰하게 쓰라고 맡겼더니 그 돈으로 1인당 25만원짜리 고급 오마카세나 와규 전문점을 들락거렸다니 있을 수 없다. 만약 회사 돈을 직원에게 맡겼더니 담당자가 그 돈으로 1인당 25만원짜리 점심을 먹고 다녔다면 사장은 가만히 있었겠는가.

세금으로 오마카세를 먹고 다니는 공무원 뉴스를 접한 뜻있는 시민들은 걱정이 많았는데 한편으로는 한 여름 호랑이 장가가는 빗줄기처럼 신선한(?) 이야기도 있었다. 국회에서 장관 후보자의 독특한 요리취향으로 오마카세 공방이 벌어지던 중 잠시 휴식시간이 되었다. 장관을 검증하던 국회의원들이 삼삼오오 모였는데 오마카세가 도대체 뭐냐고 묻는 의원들이 꽤 있었다는 것이다. 그 중 한 의원이 자신 없이 “그거 초밥이지?” 했다는 거였다. 

적지 않은 국민들은 여의도 분들이 우리 사회의 주된 오염원으로 보여 가자미 눈을 뜨는 터에 엉뚱하게도 공무원들은 수 천만원 어치의 오마카세를 먹고 다니는 반면 오마카세가 뭐냐는 국회의원들이 있었다는 소식에 납세자들은 화를 내다가 그만 웃고 말았다. 음식 취향이 청렴한 의원님들이 있었다는 뜻밖의 사실에 고무(!)된 것이다. 

한 지방자치단체에서 2018년 11월~2021년 7월 사이 특정 오마카세 요리집을 54회나 방문해 1843만여원을 지출했다는 연합뉴스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장관 후보는 그 기간에 47차례 방문해 1618만여원을 오마카세를 먹는데 지출했고, 2020년 6월 24일 하루에만도 여섯 차례에 걸쳐 총 258만8000원을 결제하기도 했다 한다. 그 밖에도 와규 전문점의 영수증도 결제되어 있었다고 한다.
장관 후보는 2019년 11월 4일 이 식당에서 정당 관계자 등 16명과 간담회를 했다고 기록하고 고작(?) 43만6000원을 결제했다. 1인당 2만7250원을 지출한 셈이다. 

이 세상에 2만원대의 오마카세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식당의 1인당 음식가격은 당시에 점심 오마카세가 7만5000원, 저녁 오마카세가 16만원이었다고 보도됐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그 일식집의 음식 가격을 확인해 보니 지금은 1인당 점심 가격이 무려 10만원이고, 저녁은 25만원이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지방에 가서 맛집을 찾으려면 현지 공무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단골 회식집을 찾으면 맛집 찾기는 성공한 것이라는 말이 우스개 소리만은 아니다.

공직자 회식집을 모아 맛집 책자를 내면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시간문제일 듯 하다. 전국 방방곡곡의 행정부처에서 애용하는 회식집을 모아 화려한 화보를 곁들인 메뉴를 소개하면 대박을 칠 것이다. 전국 조직을 갖춘 행안부가 전국의 맛집 정보를 수집해 베스트셀러를 내기 바란다. 물론 수익금은 소년소녀 가장에게 기부하면 아름다운 미담이 될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아열대 기분을 내러 제주도에 갈 때 꼭 들러야 할 맛집을 소개해야 할 것 같다. 갈치구이는 어장군, 회정식은 바다풍경, 한우는 아리마당, 복어요리는 만부정, 오마카세는 스시코하쿠, 활어회는 털보산해, 와규는 광원, 전복요리는 어우늘, 한정식에는 도라지식당, 흑돼지는 포도원 흑돼지이니 한번씩 들러 보시기 바란다. 찾는 건 아주 쉽다. 도청에서 가깝다. 제주도청에서 애용한 맛집들이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이 고급 요리집에서 국민세금을 축내며 호의호식한 혐의가 구미(歐美) 국회에서 드러났다면 십중팔구 해당 공직자들은 옷을 벗었거나 형사소추되었을 것이다. 물론 그 지방자치단체장도 장관 영전은 커녕 파면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 국회는 도량이 넘쳐서 먹은 거 가지고 째째하게 따지지 말고 큰 정치하자고 그냥 넘어간 모양인데 한 시민단체가 못 참고 고발을 했다. 그러자 경찰서는 간단히 불송치 처리했다. 이에 기초산수만 할 줄 알면 세금으로 오마카세를 수 천만원 어치 먹어댄 공직자들을 김영란법 위반 등으로 처벌할 수 있었다고 식대 산식을 보여주는 분들도 있었다.

한편 오마카세라는 왜어(倭語)를 사용하지 말라며 아름다운 우리말을 쓰자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어를 쓰면서 음식을 먹으면 더 있어 보이냐는 거였다.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하느냐니까 ‘오늘의 주방장 특선요리’ 정도로 부를 수가 있단다. 말이 길어 곤란하다 하니 젊은이들 식으로 ‘오주특’으로 부르면 오마카세보다 더 짧아서 좋단다. 그러나 당분간 우리말은 먹히지 않을 것 같다. 오마카세는 마치 생선회의 에르메스나 프라다 같은 어감이니까.

Googling 하여 보니 오마카세(お任せ)는 그날의 재료로 요리를 준비한 상차림인데 ‘맡김차림’으로 순화해서 부르면 좋겠단다. 우리말이라 아름답다. 任せる(마카세루)는 ‘맡기다’라는 뜻인데 그 명사형인 任せ(마카세)의 앞에 과장성 お(오)를 붙여 오마카세가 되었다고 한다. 주방장에게 ‘맡겼다’는 건 정해진 메뉴가 아니라 그날 그날의 재료에 따라 주방장의 재량에 맡겨 알아서 요리를 내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오마카세의 미덕은 비록 비싸기는 하지만 음식 자체를 즐기며 대화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는 점을 든다. 첫째 메뉴를 고르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오늘은 뭐가 신선하냐는 질문도 필요 없다. 추가 주문을 하려면 그 많은 생선 종류의 이름을 알아야 하고 좋아하는 생선 재고가 있는지 여부를 주방에 물어야 하니 분위기가 깨지는데 맡김차림은 그럴 일이 없어진다.

주방장의 재량이다 보니 보통 광어, 참치, 전복(내장), 성게알 등이 인기 있는 메뉴로 상차림에 오르는데 신선도와 숙성 정도에 따라 맛이 극명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수산시장에서 계절에 따라 납품되는 신선한 재료 위주로 만든다.

맡김차림은 전에는 고급음식에 속해 아는 사람만 찾는 요리집이었다. 그러나 소수의 손님만을 예약을 통해 선별적으로 받는 운영방식이 뒷받침되어 식객들의 허영심을 채워주다 보니 성업 중이다. 전화나 인터넷 예약이 필수이고 인기가 많은 곳은 최소 한 달 전에나 예약이 가능하단다. 또한 no show를 이틀 전에는 알려야 한단다. 인기 많은 곳은 인터넷에 예약 오픈 하자마자 자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사양이 좋은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는 웃지 못할 현실이다.

한편 뉴스방송에 따르면 어느 중앙부처 책임자의 저녁행사가 시내 고급한식당에서 열렸는데 식사비 내역의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그 행정부처는 “국가안보를 해칠 수가 있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식사비용이 ‘국가안보’라는 주장은 참 신박(?)하다. 그런 말 하지 말고 빨리 밝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이번에는 그런 정보를 우리 부처는 가지고 있지 않으니 그런 정보가 우리 부처에 있다는 증명을 시민단체가 한번 해보라고 대응했단다. 이쯤 되니 공직자들의 배짱이 정말 경이롭게 느껴진다. 공직자의 식대는 국가안보이고 그 영수증의 존재 여부는 신비한 보물 찾기가 되었다.

작년에 부산의 큰 횟집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모여 저녁식사를 했는데 한 시민단체가 회식비와 지출주체를 공개해 달라고 하니 이 번에도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사안으로 국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답변을 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결국 소송으로 갔고 법원에서 판사가 재차 요구하니 “회식비 액수 등 해당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대응했다고 한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당시 횟집에 10만원짜리 코스요리 50인분 등을 예약해 회식비는 술값을 빼고 최소 600만원”이었다는 입장이었다.

세금을 방만하게 사용하고도 ‘배째라’는 행정부처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시민단체는 걱정한다. 제22대 국회는 세금을 사용하면 지출부처는 꼼꼼히 기록을 하도록 법제화하고 적절한 사후감사가 가능한 세금 보호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과연 어느 정당에서 세금 보호에 관심을 보일지 의문이라고 한다.

세금을 어떻게 쓰느냐는 세금을 어떻게 거두냐보다 더 진중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가령 어느 친목회에서 회비를 거두었는데 임원들이 그 돈으로 1인당 10만원 이상의 요리집에 가서 회의를 해대면 그 모임이 유지될 리가 없다. 회원들이 회비를 내려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모임은 깨지게 되어 있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세금을 내고 싶지 않게 만드는 세출은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

먹는 거 가지고 따지면 스케일이 너무 작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속담에 바늘도둑이 소도둑된다 하지 않았나. 와규를 먹고 싶으면 자비로 먹어야지 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고급요리를 즐기는가. 

일개 도청이 먹어댄 고급 음식점 식대가 수 천만원이 나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비단 도청만의 일은 아닌 게 확실하다. 

어느 힘 있는 기관에 식대 영수증을 내라고 하니 상호를 모두 먹칠 해서 제출했다 한다. Flash로 비추어 보니 와규집이나 고급 음식점들이었다는 것이다. 방만한 식대로 비난을 받고 있는 그 기관은 시민과의 회의 때 제공한 음식은 샌드위치였고 자신들이 가서 회식한 곳은 와규집이라니 참 부끄럽다. 세금이 이렇게 쓰이면 곤란하다.

세금이 줄줄 새는 예는 부지기수이다. 바늘도둑이 소도둑되는 건 시간문제다. 식대에는 비교가 되지 않는 천문학적인 규모도 많다. 용인경전철이나 의정부 경전철을 보면 나랏돈이 얼마나 함부로 쓰이는지 잘 말해준다. 

2013년 개통된 경기도 용인경전철은 하루 평균 이용객이 고작 8000명 수준이어서 텅 빈 상태로 운행하기 일쑤였다. 2001년 한국교통연구원은 하루 평균 17만 명이 이용할 거라고 뻥튀기를 했다. 결국 적자보전 계약 조항에 따라 과거 10년간 세금 4200억원이 민간 사업자들 손에 들어갔고 앞으로 2043년까지 민간 적자 보전액은 1조원을 넘길 예정이다. 

국회도 정부도 언론도 세금이 천문학적으로 새는데 문제 삼지 않자 용인시민들은 팔 걷고 재정낭비에 대해 주민소송에 나섰다. 우리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증거이다. 시민들이 나서야 하는 이런 과정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소송요건부터 따지다 보니 11년이나 끌어온 법정다툼 끝에 법원은 결국 주민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터무니없는 수요예측을 내놓은 연구원과 검증도 예방책도 없이 사업을 밀어붙인 이정문 전 시장은 21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럴만한 자산이 있을 리 없다. 빚 좋은 개살구인 셈이다. 속수무책으로 20년간 계속 적자를 물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판결은 매우 소중하고 상징적인 모멘텀이 돼야 한다. 

이 판결은 제22대 국회가 지금이라도 세금을 제대로 쓰는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에게 보내는 경고장이다.

김진웅 세무사
김진웅 세무사

 

•(사)한국조세연구포럼 등 다수 학술단체 회원, 감사, 분과위원장, 이사 역임 
•베르나바이오텍포리아(주) 등 다수 국내외기업 감사 및 사외이사 역임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자문위원 역임
•중소기업중앙회 특별위원회 위원 역임 
•국세공무원 강의 및 명예교수 역임
•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MA, Tax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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