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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원천징수의무자와 납세협력 의무
[국세 칼럼] 원천징수의무자와 납세협력 의무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4.04.26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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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세금을 거둬들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라 할 수 있다. 세무공무원이 직접 과세소득을 조사·결정해서 고지서를 들이미는 방법(정부부과제도), 또 한 가지는 과세소득을 납세자 스스로 계산해서 신고·납부하는 신고납세제도이다. 

정부부과 방식보다는 납세자 스스로 자기가 납부할 세액을 신고하는 신고납세 방식이 훨씬 더 민주적이고 합리적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이런 신고납세 방식과는 다른 또 하나의 방식을 세법은 정하고 있다. 원천징수제도이다.

원천징수제도란 근로자 등이 자신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직접 신고 납부하지 않고 소득을 지급하는 자(이하 “원천징수의무자”=국가, 법인 또는 개인사업자, 비사업자 포함)등이 소득을 지급하면서 관련 세금을 징수해 납부하는 제도이다. 

이해하기 쉽게 일상적인 단어로 표현하면 직원 개인의 소득세를 회사에서 월급을 줄 때 세금을 미리 떼고 준다. 여기서 ‘미리 떼고’가 원천징수다. 즉 원천징수란 직원(근로자)이 월급을 받고 나서 나중에 소득세를 내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도록 회사가 월급을 줄 때 세금을 떼는 행위를 지칭하는 것이다. 

여기서 회사는 앞에서 말한 ‘소득을 지급하는 자=원천징수의무자’에, ‘직원=근로자 등(이하 “원천납세의무자”라 함)’에 해당한다. 국가가 원천징수라는 제도를 둔 취지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고 있다. 

①소득의 발생 원천에서 징수하게 되므로 과세누락을 방지할 수 있어 세수 확보 면에서 우월하고, ②원천징수의무자가 징수해 과세관청에 납부하도록 함으로써 징세 절차가 간편하며 징세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③여러 사람에게 지급하는 소득을 원천징수의무자가 일괄 신고·납부하도록 함으로써 원천납세의무자 각인이 개별 신고·납부하는 것보다 납세 편의를 도모하며, ④원천징수의무자가 소득귀속자가 부담하는 세금을 납부토록 함으로써 원천납세의무자가 조세를 직접 신고·납부 할 때보다 조세저항이 완화되는 이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천징수 제도 하에서의 원천납세의무자는 그가 부담하는 조세에 대한 과세표준 및 세액의 확정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직접 당사자가 되지 아니하고 간접적·수동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원천징수로 인한 조세부담감이 희박하게 되어 납세의식 향상을 저해하는 제도로 작용하는 것은 흠이다. 그런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천징수제도가 채택되는 이유는 이 제도가 징세·납세의 효율성, 기술적 편의성이 담보되는 제도라는 점에 있을 것이다. 

 

◇원천징수의무자가 왜 납세협력 의무를 지는가
 그렇다면 무슨 근거로 원천징수의무자는 원천납세의무자가 내야 할 세금을 국가를 대신해서 징수하여 납부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국가가 하라고 시켜서 그렇다(소득세법 제127조①). 이것을 납세협력 의무라고 한다. 

본래 세금은 국가가 징수해야 하는데, 앞에서 살펴본 장점 등을 고려해서 원천징수의무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떠넘긴다는 말이 부정적으로 들릴지 모르나 이는 세무업무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면 틀린 말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징세 공무원은 한정돼 있는데, 기업체에 고용되어 근로소득을 얻는 국민은 경제활동 인구에서도 절반을 넘는 1800만명에 육박하고 근로소득 외에도 이자, 연금, 기타소득에 법인소득까지 합한다면 원천징수의무자의 세무업무 부담은 훨씬 더 커진다. 이들에 대한 세금을 일일이 매월 국가에서 직접 계산하고 징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원천징수의무자가 대신 세금을 계산해 납부하는 것이다. 
원천징수 방식으로 거둬지는 세수는 2022년 한해 92조원에 이르는데, 이는 국세청이 거둬들인 세금 총액의 2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과중한 연말정산 업무…환급세액 대신 지급까지
원천징수의무자의 협력의무 중 가장 중요한 업무는 연말정산 관련업무일 것이다. 연말정산이란 근로소득을 지급하는 자가 근로자의 1년간 급여액에 대해 확정된 연간세액과 매월 급여를 지급할 때 간이세액표에 의하여 이미 원천징수한 세액을 비교해 과부족액을 정산(추가징수 또는 환급)하는 절차를 말한다. 

원천징수의무자는 소속 근로자에게 다음연도 2월분의 근로소득을 지급하면서 일일이 연말정산 업무를 해야 하는 의무를 진다. 연말정산결과 환급세액이 발생하면 원천징수의무자는 연말정산 하는 달(2월)에 원천징수해야 할 세액(2월분)에서 환급세액을 차감한 후 관할세무서에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 연말정산 결과 환급할 소득세가 2월에 원천징수하는 세액을 초과하는 경우 2월분 원천징수 세액으로 환급하고, 그래도 부족한 세액은 원천징수의무자가 국가를 대신해 2월 급여를 지급할 때 미리 환급하고 있다. 물론 원천징수의무자가 대신 환급한 세금은 다음 달부터 원천징수한 세액으로 충당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절차도 복잡하고 환급까지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천징수의무자는 연말정산 업무뿐만 아니라 직원의 환급세액까지도 국가를 대신해서 선지급 의무까지 지고 있다. 

 

◇지급명세서 자료 보고…지나친 행정편의주의
간이지급명세서란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새로 부여된 납세협력 의무다. 이는 소득을 지급하는 원천징수의무자가 개인별 인적사항, 소득금액 등을 기재해 국세청에 제출하는 서류이다. 결정세액, 세액공제 등을 반영해 연 1회 제출하는 지급명세서와는 별개로, 총지급액, 원천징수세액 등만 작성해 제출한다.

정부는 그동안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지원을 위해 간이지급명세서 제출주기를 지속해서 단축해 왔다. 2019년에 근로장려금 반기별 지급을 위해 원천징수대상 사업소득·상용근로소득에 대한 간이지급명세서 반기별 제출을 의무화했고, 2021년 7월부터는 일용근로소득 지급명세서 제출기한을 분기(3개월)별 제출에서 매월 제출로, 사업소득에 대한 간이지급명세서는 반기(6개월)별 제출에서 매월 제출로 각각 변경시켰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로소득에 대한 간이지급명세서를 2026년 1월부터는 매월 제출로 개정했다(2024년 1월 시행 발표했다가 2년 연기). 2026년부터 매월 제출로 제출주기가 연 2회에서 12회로 늘어난다면 업무가 6배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

 

◇납세협력 의무인데…가산세보다는 인센티브
현행 세법은 원천징수 납부의무 및 지급명세서 제출의무가 이행되지 않는 경우 가산세라는 불이익을 규정하고 있다. 

원천징수 의무자가 원천징수해야 할 세액을 정해진 기간에 납부하지 않거나 미달 납부한 경우 지연납부기간에 따라 일수 계산된 납부지연가산세가 발생한다. 지급명세서를 기한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미제출 지급금액의 1%를 가산세로 부과한다(단, 제출기한이 지난 후 3개월 이내에 제출하는 경우 0.5%). 

또한, 간이지급명세서의 경우 제출하지 않은 지급금액의 0.25%이다. 단, 제출기한이 지난 후 3개월(사업소득에 대한 간이지급명세서의 경우는 1개월) 내 제출하는 경우는 지급금액의 0.125%로 한다. 

또 제출된 지급명세서 등이 불분명한 경우에 해당하거나 기재된 지급금액이 사실과 다른 경우에는 불분명하거나 사실과 다른 지급금액의 1%(단, 일용근로소득에 대한 지급명세서의 경우 0.25%)를, 간이지급명세서의 불분명하거나 사실과 다른 경우 지급금액의 0.25%를 가산세로 납부해야 한다. 

이와 같은 지급명세서 관련 촘촘한 가산세는 요율이 낮아 보일 수 있으나, 지급금액이 고액인 경우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부담이 상당해진다. 납세협력 의무를 납세자에게 부여할 수는 있다 하더라도 본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과도하게 지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정부 정책상 필요한 제도라 하더라도 국가는 그 협력자가 행한 정상적인 원천징수 및 납부 이행에는 당연시하고 업무수행의 착오 또는 미이행의 경우에는 의무를 불이행했음을 이유로 그 협력자에게 가산세를 부과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성실 협력의무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맺는말
원천징수의무자는 국가를 대신해서 경제적·시간적 제반 비용을 감수하고 천문학적인 세금을 묵묵히 거둬들여서 국가 재정을 튼실하게 해주는 성실한 사업자 집단이다. 국고를 채우는 역할만도 아니다. 

각종 세무정보를 수집해서 적기에 정부 당국에 제출함으로써 국가 정책개발과 국민 복지에 이바지하는 역할이 너무나 크다. 
그런데도 국가가 필요에 따라 의무만 부여해 놓고 일말의 고마움이나 보상도 없다면 그들에게는 섭섭한 일이 아닐까.
온 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국회의원 선거도 이제 막을 내렸다. 선거과정에서도 무수한 종류의 선거공약들이 민생을 생각한다는 명목으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었다. 

각종 세금 감면이나 영세사업자를 위한다는 공약들이 분분했지만, 정작 국가가 해야 할 일을 소리 없이 대신해온 원천징수의무자에 대한 보상은 일언반구도 없었다. 

새로 구성된 국회에서는 납세협력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있는 원천징수의무자에게 시대 흐름에 맞는 입법이 있었으면 한다. 

우선 의무 이행에 합당한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규정돼야 한다. 세정 당국도 옛날부터 법이 그렇게 규정돼 있었다고 당연시할 것이 아니라 납세협력의무자를 제대로 예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본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 경영학박사 
• 수필가       
•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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