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12월말 결산 법인들의 결산보고와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시기라 회사를 운영하는 담당자들은 바쁜 시간을 보낸다. 이를 기준으로 법인에 대한 세무신고를 해야 하는 세무사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19일 한국세무사회관 6층 강당에서는 주식회사 한길티아이에스(이하 ‘한길TIS’라 한다) 주주총회가 열렸다. 3월 초에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가 각 주주들에게 통지되었음에도 전체 주주의 5%도 안되는 참석자만 총회장을 채우고 있었다.
물론 주주총회는 보유 주식수의 절반 이상 주주만 참석하면 총회성립 요건이 되니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러한 소수 주주의 참여가 과거 일탈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과 함께 반성의 여지를 남겼다.
한길TIS는 2009년 8월에 전자세금계산서발행 등 목적사업으로 4491명의 회원으로부터 29억8000여만원을 출자받아 설립한 한국세무사회 전산법인이다. 설립 당시의 예상과 다르게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업체의 과당경쟁과 국세청이 무료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전자세금계산서 발행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결손금 누적이 됐고 한국세무사회와 외부 회사의 출자가 이어지고 자본잠식 상황에서 감자까지 이뤄지게 됐다. 2021년에는 주주인 세무사 회원들에게 출자한 약 30억원을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한길TIS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했다. 신청서 접수기간을 한국세무사회 회장선거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21년 6월 4일까지로 해 회원들로부터 금권선거를 자행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 한길TIS의 경영성과는 이날 주주총회 자료에 잘 나타나 있다. 설립 15년이 지나면서 베스트CMS 등 주력 6개 사업부문을 운영해 지난해에는 매출액 24억, 당기순이익 6억원의 경영성과를 달성했다. 한길 측은 최근 3년간 경영성과는 이전 사업연도에 비해 부진한 편이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7%로 점차 증가하고 있고, 부채비율 3.2%, 유동비율 2.9%로 재무구조가 매우 건전하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신규사업 투자부진 등으로 기존 사업이 한계에 봉착한 실정이므로 급변하는 AI시대에 대응할 수 있도록 사업의 다각화로 수익창출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특히 일반적인 권고 사항을 넘어선,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있던 한갈TIS의 민낯이 공개되자 정상적인 회사에서는 보기 어려운 질타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 종합세트를 보고 있는 건가?
영업보고서에 이은 감사의 감사보고 내용은 한길TIS 주주인 세무사들의 분노를 치밀어 오르게 했다. 시정을 촉구한 모든 지적 사항에서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이 결부돼 있어 한길TIS와 공익재단의 관계가 매우 의심스럽게 느껴졌다. 양파 껍질 안에 숨겨진 속살이 얼마나 더 많을지 파헤치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첫째로 고액기부금의 지출 문제이다.
회사의 재무구조 비해 과다한 기부금 지출로 재무구조를 악화시키고 있었다. 수년에 걸쳐 많게는 한 해 9000만원의 고액 기부금이 지출되기도 했다. 그동안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회원이 적어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5년간 계속되지 않았는지 자성(自省)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이사회의 사전 의결도 거치지 않고 고액의 기부금을 지출하고도 지출 사실을 은폐하려 한 정황까지 엿보인다고 하니 의구심은 더 커진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2억9290만원이라는 거액이 주주인 세무사들도 모르게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 기부금으로 넘어간 것이다.
둘째는 CMS수수료의 부당 지출이 눈에 띈다.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이 후원자로부터 받는 후원금에 대한 CMS수수료를 한길TIS 명의로 세금계산서를 받고 지출한 사실도 밝혀졌다.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 홈페이지에 한길TIS의 배너광고를 게재하는 대가라 주장하더라도 대가성을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 역시 이사회 의결도 없이 지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약정서조차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출된 금액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2395만여 원에 이른다.
셋째로 오피스몰의 운영수익을 우회 기부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길TIS는 2020년 6월부터 사무용품 쇼핑몰 운영계약을 체결하면서 세무사 회원 대상 사무용품 판매대금의 1%를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에 기부토록 하는 3자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2567만여 원이 부당하게 지급된 사실이 드러났다. 물품 구매자인 세무사 회원에게 공지되지도 않은 채 이사회 의결 절차도 없이 진행된 것은 한길TIS가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수입을 포기하고 우회 기부한 것이다. 회원에게는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기회도 빼앗아버린 셈이었다.
이외에 과다한 법률자문료 지출도 지적됐다.
한길TIS는 업무 성격상 법률자문을 받을 필요성이 희박할 뿐만 아니라 한 자문 법무법인의 경우는 지금까지 자문실적이 전무한 형편이며, 한 자문 법무법인의 경우는 무려 11년 이상 월 100만원의 자문료가 지급되기도 했다. 자문을 받을 필요가 있는 사건 발생 시에만 건별로 자문료를 지급하는 것은 회사 비용절감 면에서 당연한 준수사항으로 보인다.
한길TIS 운영의 태생적 한계가 드러난 것
한길TIS가 사업 활로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경영진의 부실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최근 9년간 20억원을 전후한 매출액을 올리며 정체 중인 것도 위에서 본 비리의 종합저장소 같은 모습의 연출도 우선은 책임 있는 경영진의 부재에서 오는 듯하다.
주주총회장에서 한길TIS의 이러한 방만 운영에 대한 특히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에 대해 무조건 퍼주기식 기부행위에 대한 주주의 추궁이 나오자 현 대표이사는 ‘사무국에서 일했던 패턴 그대로 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일처리 했다’고 밝혔다. 즉 기부금에 대하여는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 이사장의 요구가 있어 당시 세무사회장에게 보고하게 됐고 회장의 지시에 따라 지급한 것이라는 전형적인 직원 수준의 일 형태를 보인 것이다. 또 당장 부당 지출된 금액을 회수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회수 가능한지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면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진 법률자문료의 경우에는 어떤 상황에서 지급됐는지 추측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괜한 오해 일 수도 있겠으나 이사회의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점에서는 임의성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한길TIS는 사무실 임대차 계약을 통상적인 상관례와 다르게 임대주 요구로 5년간 장기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건물 노후로 인한 중앙난방 가동 중단, 누수, 동파 등 여러가지 불편사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자체 난방 추가 공사비용이 발생하는 지경에도 사무실 이전을 못하는 등의 불평등 조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말 못할 구조적인 문제가 작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잘못된 연결고리 끊어내고, 새로운 역할 기대
한길TIS의 중심사업은 한길백업, 한길팩스, 베스트츤, 세무라인(토털솔루션), 전자세금계산서(베스트빌), 오피스몰이다. 기존 서비스 상품들의 지속적인 서비스 개선과 안정화를 이뤄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회원을 위한 한국세무사회 전산법인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감사의견에서도 제시되었듯이 한길TIS의 프로그램 독자개발 및 운영회사로 대전환해 명실상부한 한국세무사회 전산법인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세무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과거 집행부의 일탈과 같은 사례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와 감독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세무사회가 혁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세무사회’ 구축사업을 한길TIS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 및 전문 인력확보로 플랫폼 원천기술 확보와 운영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 할 것이다.
2021년 6월 당시 세무사회 집행부는 한길TIS가 회원들이 소유하고 있던 주식을 자사주로 매입하도록 했다. 10년도 더 지난 시점에 그 당시 매입가를 기준으로 매입함에도 회원들에게 ‘배당이나 매매를 통하여 수익을 올릴 수 없는 실정이므로 이번 기회에 한길 주식을 양도해 출자원금을 회수하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홍보했다. 그 당시에 세상은 변하고 있었는데 세무사회는 그 변화 자체도 감지 못하고 특정체제 유지에만 온힘을 쏟고 있었다.
회원들은 현재든 미래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원한다. 회원들에게 도움 되는 미래 비전을 만들어 내는 집행부가 돼야 함은 당연하다. 이제 AI를 도외시 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길TIS가 운영되길 기대한다.
또 중요한 것은 이 시점에 베일에 가려진 한국세무사회공익재단의 미래도 재검토해 봐야 한다고 본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고 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변한다는 그 사실 뿐’이라는 격언을 우리 세무사와 한국세무사회가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 세무법인 윈윈 대표
• 국세동우회 자원봉사단 부단장 및 칼럼리스트
• 대한세무학회 총무부학회장
• 전) 한국세무사회 부회장
• 전) 서울지방세무사회 부회장
• 전)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 국립세무대학 2회 졸업
• 경희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