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A의 총 발행주식 43,000주의 실제소유자인 B는 위 주식 중 22,000주를 본인 명의로, 11,000주를 C명의로, 10,000주를 D명의로 각 보유하고 있었다.
원고는 1992년 9월경 B로부터 위 주식 43,000주 전부를 30억원에 양수한 후 그 중 20,000주에 대하여는 원고 앞으로 명의개서를 마쳤으나, 나머지 주식 23,000주(이하 ‘이 사건 주식’)에 대하여는 원고 앞으로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채 2017.3.31.까지 B, C, D(이하 ‘B 등’)의 명의를 그대로 유지했다.
관할세무서장은 이 사건 주식이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 해당해 구 상속세 및 증여세법(2003.12.30.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의2 제1항 본문 중 두 번째 괄호 부분(‘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 및 부칙 제9조에 따라 원고가 2003.1.1. 이 사건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그 취득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 연도 말일인 2004.12.31.까지 원고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명의수탁자인 B 등에게 가산세를 포함해 14억원의 증여세를 각 부과·고지하는 한편, 원고를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해 2017.10.26. 및 2017.11.3. 같은 금액의 증여세를 각 부과·고지했다(이하 ‘이 사건 처분’). 원고는 구제받을 수 있을까.
구 상증세법 제41조의2 제1항(현 상증세법 제45조의2)은 “권리의 이전이나 그 행사에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토지와 건물은 제외)에 있어서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14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명의자로 등기 등을 한 날(그 재산이 명의개서를 요하는 재산인 경우에는 소유권취득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 연도말일의 다음 날)에 그 재산의 가액을 명의자가 실제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타인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는 경우에 증여로 의제하는 것인데 이를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라고 한다.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는 실질적으로 재산을 증여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타인의 명의를 빌려 재산을 취득(대부분 주식 취득)한 것인데 이를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거래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그 실질 내용에 따라 과세한다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자신의 재산을 제3자의 명의로 이전하여 각종 조세를 회피하거나 자녀 등에게 우회적으로 상속 또는 증여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질이 증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증여세를 과세함으로써 세법상 대원칙인 실질과세원칙을 희생시킨 것이다.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는 주식 등 재산의 소유명의를 실제소유자가 아닌 사람 명의로 주주명부 등에 등재한 경우에 이를 증여로 의제하는 것(‘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과 당해 재산을 취득한 후 그 취득 연도의 다음연도 말까지 명의개서 등을 하지 아니하고 종전 명의자 이름으로 남겨 둔 경우도 명의신탁을 한 것으로 보고 증여로 의제하는 것(‘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있다.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은 부동산을 포함해 1982.1.1.부터 시행된 상증세법에 신설되었으나 1995.7.1.부터 시행된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부동산에 관하여 그 소유명의를 신탁한 경우 또는 장기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으므로 1997.1.1.부터 시행된 개정 상증세법은 명의신탁 증여의제 대상 재산에서 토지와 건물을 제외했으며 2002.12.18. 개정 상증세법에서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추가로 신설됐다.
한편, 2002.12.18. 개정된 구 상증세법 부칙 제9조는 ‘명의신탁재산에 관한 경과조치’로서 개정법 시행 전에 소유권을 취득하고 그 시행일(2003.1.1.) 현재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분에 대하여는 법 시행일에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2003.1.1. 전에 이미 명의신탁돼 있던 재산의 경우에는 2003.1.1.에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그 다음 연도 말일인 2004.12.31.까지 명의개서를 하지 않고 종전 명의자 이름으로 남겨 둔 경우에는 명의신탁을 한 것으로 보고 증여로 의제한다.
다만, 명의신탁을 한 경우에도 조세회피목적이 없다면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지만,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3항은 타인의 명의로 재산의 등기 등을 한 경우, 실제소유자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조세회피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주식을 명의신탁한 경우에 조세회피목적이 없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명의신탁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명의신탁재산의 증여규정을 적용해야 하고, 이러한 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종전 명의자 이름으로 남겨 둔 경우로서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데, 원고는 1992년 9월경 실제소유자인 B로부터 이 사건 주식을 양수하면서 B 등과 새로운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B 등의 기존 주주명부의 기재를 새로운 명의신탁약정에 대한 명의개서로 전용하였으므로 원고에게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하여 과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원고가 위와 같이 주장을 한 이유는 국세의 부과제척기간 때문이다. 국세기본법 제26조의2는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기간인 부과제척기간을 규정하고 있는데 증여세의 경우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로부터 10년, 납세자가 부정행위나 무신고 또는 거짓신고를 한 경우에는 15년을 부과제척기간으로 한다. 과세관청은 부과제척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과세를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대로 1992년 9월경 명의신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볼 경우 1992년 9월경 명의신탁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되므로 피고는 과세처분을 한 2017년은 부과제척기간 15년이 이미 지난 것이 되어 이 사건 과세처분은 무효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이 사건 과세처분을 한 것은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양수한 후 본인 앞으로 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구 상증세법 부칙 제9조에 따라 원고가 이 사건 주식을 2003.1.1. 취득한 것으로 보고 그 취득일이 속하는 연도의 다음 연도 말일인 2004.12.31.까지 원고 명의로 명의개서를 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명의개서해태에 따른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할 경우 그 때를 기준으로 하면 2017년에 부과된 이 사건 처분은 증여세 부과제척기간인 15년 이내에 한 것이 되기 때문에 적법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명의신탁관계의 성립에 명의수탁자 앞으로의 새로운 명의개서 행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명의신탁자가 명의수탁자 소유 주식을 취득하면서 명의수탁자와 사이에 명의신탁 합의를 하여 기존에 명의수탁자 앞으로 마친 명의개서를 유용하기로 한 경우 새로운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는 한편, “기존의 명의신탁 합의를 종료하기로 하고 새로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별개의 명의신탁 합의를 하는 경우에는 애초의 명의신탁 주식에 관하여 새로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별개의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면서, “명의신탁자는 명의신탁관계가 성립한 때로부터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 및 구 상증세법 제4조 제4항에 따른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며, 명의신탁 합의일을 해당 주식의 증여의제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주식을 매수한 후 명의개서를 하지 않고 그대로 둔 경우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가 적용되는 것이지만 명의신탁 합의에 따라 기존 명의개서를 유용하여 주식 명의를 그대로 둔 경우에는 명의개서해태가 아니라 새로운 명의신탁에 해당한다는 것이며 명의신탁 합의가 존재하는 등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의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증여세가 과세되었거나 과세될 수 있는 주식에 대하여는 그 이후에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의 과세요건이 별도로 충족된다 하더라도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만 적용되어야 하고,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이 다시 적용될 여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1992년 9월경 종전 소유자인 B로부터 이 사건 주식을 양수한 후 일부 주식을 그대로 B 명의로 두기로 합의한 것을 명의신탁으로 보았으며 C, D 명의의 주식에 대하여도 종전 소유자인 B와 종전 명의수탁자인 C, D 사이의 기존 명의신탁 합의를 종료하기로 한 후 원고와 C, D 사이에 새로운 명의신탁 합의를 하여 원고 앞으로 명의개서 하는 대신 C, D 명의로 그대로 두기로 했으므로 그 무렵부터 원고와 B 등 사이에 위 주식에 관한 새로운 명의신탁관계가 성립됐다고 봤다.
이에 따라 법원은 원고와 B 등 사이에 1992년 9월경 새로운 명의신탁관계 성립되었으므로 위 주식에 대해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되어 증여세가 과세되었거나 과세될 수 있는 이상, 이에 대해 다시 명의개서해태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해 2004.12.31. 증여받은 것으로 의제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관할세무서장은 1992년 9월을 기준으로 증여세 신고기한 이후부터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하고 그 날부터 증여세 부과제척기간을 계산해야 하는 것이지 명의개서해태를 이유로 2004년 말을 기준으로 부과제척기간을 계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보았다.
결국 이 사건 처분은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에 따른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로부터 15년이 지난 시점에 이루어진 것이어서 위법하다는 이유로 취소되었고 원고는 구제받을 수 있었다.
대법원 2023.09.21.선고 2020두53378 판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