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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만 세무사들 어떤 판단으로 회장선거 투표 했을까?
[칼럼] 1만 세무사들 어떤 판단으로 회장선거 투표 했을까?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3.06.29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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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부산지방세무사회를 마지막으로 제33대 한국세무사회장과 윤리위원장을 뽑는 지방회 순회투표가 모두 끝났다. 오는 30일 세무사회 정기총회에서 개표가 이뤄져 당선자가 가려진다. 세무사 유권자 1만4868명 가운데 1만명 가까운 9967명(투표율 67.04%)이 투표했다. 적잖은 투표율이다,

후보자 합동토론회는커녕 소견발표회도 없는 이번 선거판에서 세무사들은 무엇을 참고해서, 어떤 판단으로 회장 적임자를 선택하고 투표했을까.

한국세무사회는 오래 전부터 후보의 입은 막고 투표권자인 회원의 귀를 막는 ‘깜깜이’로 임원선거를 한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 선거도 그런 선거관리는 여전했다. 오히려 더 입과 귀를 틀어막았다.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출범한 날 첫 결정 사항으로 매번 실시하던 ‘후보자 소견발표회’를 없애버렸다. 인터뷰, 공청회, 토론회는 고사하고 소견발표회 없이 무슨 선거를 치르겠다는 거냐는 후보자들과 일부 회원의 항의는 묵살됐다. ‘후보자 상호비방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또 소견문과 홍보물에 대한 까다로운 검열 관행도 지속돼 일부 후보의 홍보물은 흉물이 된 채 회원들에 발송됐다.

여기에 특정후보 지지를 위한 한국세무사회 집행부와 전직 세무사회장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 도를 넘었다. 선거 와중에 세무사신문 1개면이 정구정 전 회장과 특정 회장후보, 윤리위원장 후보가 함께한 국회 사진으로 도배돼 전국 회원에 발송됐다.

심지어 세무사회장 후보가 보내야 하는 선거관련 문자에 정 전 회장이 자신 명의로 ‘특정 후보에게 투표해 달라’고 요청하는 비상식적 처사가 벌어져도 선거는 조용히(?) 치러졌다. 이 외에 일부 후보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변칙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비상식 속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회원들은 과연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사무실을 방문한 후보자를 접한 회원들은 그나마 지도자의 소양을 따져보고 투표 때 참고했을 수 있다. 하지만 명의대여자가 아니라면 후보자가 만나는 회원은 전체 1만5천명의 일부에 불과하다. 많아야 수천 명이다.

그렇다면 세무사 대부분은 선관위의 검열을 받은 후보자 소견문과 홍보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글로 묘사된 후보들의 깨알 공약이나 주장은 분량도 많지만 핵심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후보 뿐 아니라 주변 참모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보태지기 때문에 업계 공통 고민과 해결방안이 충실히 담겨 있지만 받아보는 회원들은 비슷하다고 치부한다.

소견문과 홍보물을 읽고 그들이 제시한 세무사업계의 밝은 미래에 감동받았다는 세무사를 접할 수 없는 건 그 때문이다. “회원의 30% 이상은 선거홍보물 봉투를 뜯지도 않고 방치하다가 쓰레기통으로 보낼 것”이라는 한 세무사의 넋두리는 역외자에게 충격을 준다. 투표 현장의 동료 세무사에게 “누구 찍으면 되냐”고 묻는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하면서는 ‘과연 전문자격사단체 선거가 맞나’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한국세무사회 임원선거가 너무 폐쇄적으로 운영돼 온데다 사무실 유지가 우선인 세무사들의 무관심이 보태진 결과다. “누가 되든 나에게 손해만 끼치지 않으면 된다”는 소리가 많다. 어차피 세무사회가 해줄 건 없고 ‘각자생존’이라는 것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선거규정과 세무사회 권력(?)을 독차지 하려는 특정인과 특정세력의 10여년에 걸친 편파적 선거관리에 면역이 생긴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자신들의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이렇게도 무관심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한국세무사회장은 최고의 조세전문가를 자처하는 1만5천여 세무사의 수장이다. 수백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막강한 권한과 함께 정치권 등 대외적으로도 그 위상을 인정받는다. 이는 회장 개인이 보유하고 누리는 권력적 측면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무사회장이 어떤 소신을 갖고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세무사업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점이다. 특히 AI의 발달이 특정 업무를 대체하면서 사라질 위기 직업군 4위로 세무사가 꼽힌다는 통계와 분석이 잇따르는 형국이다. 회원이라면 시대적 흐름을 돌파해 나갈 능력과 추진력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고민해보고 꼼꼼히 따져서 자신들의 대표로 앉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려면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야 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차단하려는 시도에 회원들이 단호히 맞서야 한다. 한국세무사회의 주인은 회원이며 주인인 그들이 가진 참정권 역시 누구도 범할 수 없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소견발표를 없앤 선관위의 일방적 결정, 회칙에 위배해 지방회장 보궐선거를 폐지한 세무사회의 규정 개정에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바로잡아야 했는데 회원들은 그러질 못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구성원들이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고 방관하는 조직이나 집단이 제대로 유지되고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규제 일변도의 선거규정에다 그나마 리더로서 후보자의 면면을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절차인 소견발표회도 없이 선거가 진행됐다. 그런 선거관리에서 세무사들은 무엇에 근거해, 어떤 판단으로 차기 세무사회장을 선택했는지 자못 궁금할 따름이다.

과거에 비해 이번 선거에서는 그나마 지방회별 몰표 현상이 많이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변화에 맞춰 30일 선출되는 차기 회장은 공정한 선거가 담보되는, 전문자격사 단체에 걸맞은 선거관리규정이 되도록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해 본다.

이대희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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