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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국세 칼럼] 내가 낸 세금,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3.06.23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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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이 예산에 잡힌 세입에 미치지 못하는 ‘세수 결손’이 올해 기정사실로 굳어져 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1일 공개한 ‘4월 국세 수입 현황’을 보면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걷힌 국세는 134조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조9000억원이나 적었다. 같은 기간 역대 최대 규모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경기둔화로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수가 15조원 이상 줄었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양도소득세수가 8조원 가량 줄어든 탓이 컸다. 

정부는 올해 경기를 ‘상저하고’로 예상했지만 성장 동력인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고, 무역적자도 15개월째 뒷걸음질하는 등 총체적 난국이어서 대규모 세수 결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유지해 온 자동차 개별소비세 세율인하 종료 조치도 한 푼이라도 세수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고육책으로 보인다. 세수 부족이 이처럼 심각한 상황인데도 상대적으로 절박함은 없어 보이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정부 보조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틀린 말 아니었다

대통령실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시민 단체가 받은 국고 보조금 감사결과 총 1865건에서 314억원의 부정·비리가 확인됐다고 한다. 소규모 사업은 제외하고 대형 사업 위주로 감사했는데도 이 정도였다. 그 중 한 단체는 일자리 사업 명목으로 3110만원을 지원받았는데, 감사결과 강의실이나 컴퓨터, 상근직원도 없는 가짜 단체였다고 한다. 그 단체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학원 시설과 기자재를 단체 소유로 허위로 기재해 보조금을 타냈다. 

이처럼 서류를 조작해 보조금을 받은 후, 횡령하거나 사적 용도로 쓰는 등의 사례는 부지기수였다고 한다. 한때 ‘정부 보조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냉소적 비판이 아직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민간단체에 대한 국고 보조금은 2016년엔 2만2881개 단체에 총 3조5600억원이 지급됐으나 지난해에는 2만7215개 단체, 5조4500억원으로 대상과 금액이 모두 증가했다. 보조금 지급은 급증했지만, 사후 관리를 소홀히 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기회에 국고 보조금 대상자의 선정 과정, 지원 체계, 관리 규정에 대한 전면적 점검에 나서야 할 것이다. 보조금을 받는 단체에서 부정이 나올 경우,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어떻게 운영 실태를 점검했는지 전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내가 낸 세금이 엉뚱한 곳으로 새 나가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 줄어드는데 교육청 공무원 늘리고 교부금 ‘펑펑’

지난달 31일 감사원이 공개한 ‘지출 구조조정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를 보면, 학령인구는 매년 감소하고 있으나 시·도 교육청에 주는 교부금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감사원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교육부가 계산한 지방교육재정 수요 금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요는 넘치게 계산되고 교육청 자체 수입은 덜 반영돼 42조6000억원이 과다 교부됐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필요 이상의 돈을 받은 교육청들은 멀쩡한 책걸상 교체, 노트북 지급 등 불요불급한 곳에 돈을 쓰거나, 지방자치단체와 별도로 출산을 한 교직원에게 축하금까지 지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1972년 도입된 교육교부금은 정부가 초·중등 교육의 균형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시·도교육청에 나눠 주는 돈인데,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떼 주게 돼 있다. 학령인구는 폭발하고 지방재정은 열악했던 당시, 교육 예산 만큼은 안정적으로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던 제도다. 그 사이 학령인구는 급감했는데도 기계적 배분이 50년 넘게 지속하다 보니 교육교부금도 2012년 39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81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방식으로 교부금이 계속 지급되면, 2060년에는 176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학생 1인당 교부금은 2013년 625만원에서 2022년 1천528만원으로 2.5배 늘었다. 우리나라 중·고생 1인당 공교육비(1만4978달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2위지만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1만1290달러)는 최하위권이다.

이처럼 뒤틀린 교육교부금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감사원도 이번에 기획재정부 등에 적정한 교부금 편성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당연한 조치이다. 미국·영국처럼 매년 적정한 교육재정 규모를 산정해 예산을 배정하거나, 한국개발연구원의 제안처럼 교부금을 국내총생산(GDP) 및 학령인구 비율과 연동해 산정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쌀을 사료용으로 되파는 세금 낭비 악순환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3일 정부가 보관 중인 양곡 14만 톤을 연내에 특별처분하기로 한다고 발표했다. 특별처분의 내용은 사료용과 주정용 각 7만 톤씩이다. 해당 물량은 정부가 사들인지 3년이 넘은 묵은쌀이며, 사들인 값의 10~20%만 받고 되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소중한 쌀을 헐값에 파는 이유에 대해 “과잉 재고로 보관비가 너무 커졌고 시중 쌀값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가 쌀을 돼지나 닭의 사료로 공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2018년까지 3년간 101만 톤을 사료용으로 공급했는데 이는 우리 국민이 4개월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당시에도 과잉 재고가 문제였다. 창고가 바닥나 남아도는 쌀을 길바닥에 야적하는 상황이 되자 생각해낸 방안이 사료용 공급이었다. ㎏당 2100원 선에 사들여 3~5년 창고에 보관했다가 10분의 1도 안 되는 ㎏당 200원 선에 되팔았다. 이런 식으로 남아도는 쌀을 재고정리 하느라 2조원에 가까운 세금이 날아갔다. 단순 경제 논리로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올해도 상황은 2016~2018년과 흡사하다. 정부 재고량은 4월 말 현재 170만 톤으로 적정 재고량(80만 톤)의 두 배를 넘고 있다. 지난해 풍년으로 산지 쌀값이 폭락하자 정부가 사상 최대 물량인 77만 톤을 사들이면서 재고량이 급증했다. 정부가 이번에 다시 사료용 특별처분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길바닥 야적과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그러나 쌀을 과잉생산하고 늘어난 재고를 줄이기 위해 헐값에 되팔아 막대한 세금을 축내는 일을 되풀이하는 것이 옳은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이런 판국에도 국회는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을 지난 3월 강행 처리하기까지 했다.

 

학자금대출 이자 면제 추진…총선용 포퓰리즘 아닌가

정부·여당이 지난달 13일 중위소득 100% 이하 취약계층에게 학자금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야당이 지난달 단독 처리한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적용 대상을 축소하자는 것이다. 고소득 가정의 대학생까지 이자 면제 혜택을 주는 것은 너무 과도하니 대상을 줄이자는 게 이날 내놓은 당정의 제안이다.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라고 하지만, 이 역시 무늬만 다른 포퓰리즘 성격이 짙다. 

대학생들의 금리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당정의 의도가 이해는 가나 굳이 돈을 빌리지 않아도 될 대학생에게까지 대출을 부추길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학자금 대출금리는 연 1.7%로 가계대출 평균 금리보다 약 4%포인트 낮다. 현행 제도 하에서 중위소득 200%(월 소득 1080만원) 이하 가구 대학생은 누구나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법안에 여야가 앞다퉈 나서는 건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의 표를 의식한 행태다. 이는 오히려 대학생들의 불필요한 대출을 조장하여 도덕적 해이만 부추길 수도 있다. 또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고졸 취업자가 이용할 수 있는 소액 서민금융 상품 대출 이자 3~4%와 비교하면 심각한 역차별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표를 노린 선심성 정책으로 혈세가 낭비된 경우를 한 두 번 본 게 아니어서 그렇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 철폐, 노동개혁을 통해 만들어진 양질의 일자리다. 

세수 결손은 정부의 재정 운용을 제약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다.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계잉여금과 각종 기금 여유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정부 입장인데 그 정도로 대규모 세수 결손을 메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정부가 빚을 내 세수 부족액을 메우든지, 지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예산안을 전면 재검토해서 급하지 않은 사업은 축소하거나 연기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여야 할 것이다. 한편, 정부는 재정 여건을 있는 그대로 야권과 공유하면서 현실적인 해법도 마련해야 한다.

돈 나올 곳은 뻔한데 나갈 곳이 많으면 가계든 기업이든 종국엔 파산을 면치 못한다. 위정자들이 국민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예산의 의미와 지출의 우선순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다. 오늘도 납세자는 내가 낸 알토란같은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걱정하고 있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 경영학박사 
• 수필가   
•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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