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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세수 결손의 시대’, 준비는 돼 있나
[정창영 칼럼] ‘세수 결손의 시대’, 준비는 돼 있나
  • 정창영 주필
  • 승인 2023.04.0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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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가 심각하다. 이미 지난해 연말부터 올 세수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지난 1월과 2월 세수는 말 그대로 역대급(역대 최대 규모)으로 줄었다. 지금의 세수부진상황이 심각한 것은 부동산 관련 세금 등 특정한 부문에서만의 부진이 아니라 증시, 수출, 내수 등 전 분야에서 활력을 잃고 내려가는 추세여서 더욱 그렇다.

이제 전문가들조차 한동안 사라졌던 ‘세수 펑크’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근거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지난주 기획재정부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 1~2월 누계 국세 수입은 5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무려 15조7000억원이 줄었다. 세수 진도율도 13.5%로 최근 5년 평균 16.9%에 비해 크게 모자라다. 이 세수진도비 기록은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월 세수집계가 나올 때만 하더라고 지난해 1월 세수에는 코로나로 이연시켰던 2021년 분 세수가 들어와 상대적으로 올 세수와 대비할 때 문제가 나타난 것이라며 세수이연 이유를 들었고 올해의 경우 ‘상저하고’(상반기에는 세수가 부진하고 하반기에는 경기회복으로 세수가 회복될 것)로 설명했다.

그러나 2월까지의 역대급 세수부진 성적표가 나오자 기재부도 “일단 2분기 경제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한발 물러났다.  
일단 2월까지 세수는 부동산과 주식시장 등이 침체하면서 양도소득세가 4조1000억원 감소했고, 증권거래세도 8000억원 줄었다. 부가가치세도 5조9000억원, 법인세도 7000억원 감소했고,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로 교통·에너지·환경세도 5000억원 덜 걷혔다. 소득·소비·재산과세 등 전 분야에서의 부진이다.

현재로서는 올 세수여건이 녹록치 않은 것만은 확실하다. 어쩌면 그동안 우리경제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적어도 세수 면에서는 ‘호시절’을 보냈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해를 넘겨 결산에 들어가면 당초 예상보다 더 거둬진 세금, 이른바 ‘초과세수’로 호된 곤욕을 치렀다.

자진신고납세제도 체계에서 자진신고로 더 들어온 세금 때문에 국세당국은 되레 골머리를 앓고 세수추계 대목은 뭇매를 맞았다. 세제실이 핵심 과제로 ‘세수추계 개선 TF'를 구성할 정도로 더 들어오는 세금에 대한 ‘관리’에 온 신경을 썼다. 기획재정부도 그렇고, 국가 재정수입을 충당해야 하는 국세청으로서는 행복한 고민이었고 꿈같은 시절이었다. 불과 한 해 전의 일이다.  

당장 이달부터 2분기가 시작되지만 세수 면에서는 온기가 느껴지는 대목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동안 초과세수를 견인했던 자산관련 세수는 시장 자체가 쪼그라 들었다. 

부동산의 경우 공시가격이 하락한데다 종부세를 비롯해 정부가 이미 세금완화 작업에 들어갔고, 경제 활력을 전제로 각종 공제와 세제지원이 줄을 이어 세수 차원에서는 공식적인 마이너스 요인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반도체 분야 세제지원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은 국회를 통과해 시행에 들어간다. 

12월말 결산법인의 법인세 신고가 지난주 마감됐지만 실적 또한 예년처럼 장담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하반기 주요 업종과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수가 어려울 때는 단기 갈증해소 차원에서 부가세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지만 부가세는 경기상황과 직결된 세금이라 지금 체감경기로는 세수와 연결시키기가 아주 곤란한 상황이다.

이제 세수가뭄은 현실이 됐다. 문제는 우리가 이 가뭄의 위기를 넘기기 위한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느냐는 점이다. 어쩌면 이 상황을 진정한 위험이나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이른바 ‘재정 내성’에 중독돼 있는 것은 아닌지 본격적인 가뭄에 앞서 불안하다. 전문가들의 해법은 의외로 단순한데 흔들리듯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을 보면 이 위기가 더 심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Ⅱ

올해 세수결손이 난다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조세전문가들은 세수결손 규모가 비교적 컸던 2014년 이상(10조9000억원)으로 클 것이라는 전망을 내고 있다. 

심각한 경제상황과 세수환경과는 달리 정치권에서의 재정의존은 가속패달을 밟고 있다. 연간 수십조원 예산이 드는 포퓰리즘 법안들이 줄줄이 입법되고 있고, 공약되거나 추진 중인 사안도 만만치 않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야당에서 제출한 법안 중 시행 첫 5년간 1조원 넘는 세금이 들어가는 것이 총 52건에 달한다는 집계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악화된 건강보험 재정을 정부 재정으로 메워주는 법안도 중점 추진 법안으로 선정돼 있다. 제도가 잘못됐으면 고쳐야 하지만 손쉬운 선택으로 재정투입 카드를 쓰는 것이다.

우려되는 정치권의 씀씀이는 눈에 띄는 것만 해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고 청년에게 매달 수당을 지급하는 청년기본법을 추진하는가 하면 대학생 학자금을 무이자로 대출해 주는 법안도 진행 중에 있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에 대한 대안의 핵심 역시 재정투입이 최우선으로 검토되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에서 재정을 투입하려는 분야의 문제가 갑자기 돌출된 것이 아니라 이미 상당부분 진행돼 오고 있는 문제들인데다 그동안 여러 방법으로 재정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를 내지 못했던 정책이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효율적인 대안을 찾기보다 더 다양한 명분과 명목을 내세워 혈세로 틀어막겠다고 나서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가 않다. 쏟아 부을 수 있다고 믿는 재정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말 기준 국가채무는 1134조원 넘어설 예정이고 국내 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 턱 밑까지 왔다. 그나마 세수가 예상한대로 들어와 줬을 때 이야기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추계한 ‘2022~2070년 국가채무 장기전망’에 따르면 지난 정부의 정책이 이어질 경우 1인당 국가 채무액은 2030년 3599만원, 2040년 5856만원, 2050년엔 89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오늘의 포퓰리즘이 당장 20~30대를 비롯한 다음 세대에게 등골이 휘는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의미인데 정부·여당도 야당도 이 심각한 상황을 너무 간단하게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이 상황에 대해 조세·재정 전문가들은 아주 원론적인 처방전을 내고 있다. 뾰족한 방법인 없다는 결론이다.

우선 최대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자제하고 무리한 재정사업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세수결손 시대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추진한 주요 분야의 감세정책이 효과를 나타내려면 기업투자와 민간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선순환 노력을 기울이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규제개혁과 함께 노동·연금·교육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되고 있다.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이고, 군더더기 설명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정부와 정치권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단지 실천이 되지 않고 상처를 더 크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세수 결손 시대에 가장 긴장하는 부처는 역시 국세청이다. 세수는 국세청의 ‘존재 이유’로 인식될 만큼 엄연한 지상과제이고, 일종의 부담이다.

그러나 자진신고납세제도에서 세수부족에 대한 국세청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 세수가 덜 들어온다고 세무조사를 강화하거나 무리한 체납정리에 나서는 것은 수준 낮은 대응이고 방안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렵고 납세자 형편이 바닥인데 면전에 세금징수 칼날을 들이미는 것은 실질적인 효과도 없고 조세저항을 넘어 또 다른 문제로 비화될 소지마저 다분하다.

이런 상황을 전제할 때 소리 소문 없이 세무당국의 서비스를 과시하면서 ‘세수효자’ 결실을 얻어냈던 주요 세목의 ‘사전신고안내제도’ 같은 발상은 지금 필요하다. 

당시 얄미울 정도로 포장을 하고 친절하게 납세자에게 증액신고 동선을 유도했던 사전신고안내 행정은 과세현실화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도 잡음을 틀어막아 세수 위기를 넘기는 일종의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세청은 세수가 어렵고 힘들 때 ‘아픈 곳’에 청구서를 들이 밀기보다 이 기회에 ‘사각지대’를 진정으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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