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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죄악세에 대하여
[국세 칼럼] 죄악세에 대하여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2.12.0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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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동체나 타인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물품 용역에 붙이는 세금이 있다. 죄악세라는 세금이다. 죄악세 과세대상은 술이나 담배 중심에서 현대 복지국가로 진화할수록 복권과 경마, 비만 유발 식품과 코카인 등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죄악세란 본래 정통 경제학의 한 분야인 재정학, 그중에서도 조세론에서 널리 사용되는 전문용어이다. ‘죄’라고 하면 영어로는 범죄로 이해하는 ‘crime’과 종교적 차원에서의 원죄나 양심의 짐 등을 의미하는 ‘sin’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죄’라는 단어로 뭉뚱그려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당연히 경제학에서 ‘죄악세’란 ‘sin tax’이다. 범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후자의 의미를 지닐 뿐이다. 

 

□ 죄악세는 왜 필요한가
죄악세로 지칭되는 대표적인 과세 물품은 주류와 담배이다. 이들 두 가지 소비품목은 공통점이 많다. 소비자들에게 쾌락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건강에 해롭다는 점이 그것이다. 음주운전 사고나 간접흡연 폐해 등과 같이 그 폐해가 직접 소비자가 아닌 제삼자에게도 미침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가중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아울러 중독성으로 인해 소비를 줄이거나 끊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도 닮았다.

최근 들어 음주폭력 문제가 커다란 사회 현안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음주 사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으나, 앞으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흡연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은 물론 최근에는 버스정류장 등 일반 대중들이 많이 사용하는 공공장소까지 빠르게 금연구역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음주와 흡연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외부비용을 감축하는 조치들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는 충분한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규제만으로는 소비 억제가 충분하지 못하고, 소비가 충분히 억제되지 않으면 음주폭력, 음주교통 사고나 간접흡연의 폐해를 줄이는 것은 어렵다. 죄악세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이다.

 

□ 죄악세를 통한 정책 목적 구현 효과는
그렇다면 죄악세를 통해서 의도했던 정책적 목적은 성공적이었을까. 담뱃세의 경우를 보자. 정부는 2015년 국민건강증진을 목적으로 담배소비세 인상과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등으로 담배(THIS) 한 갑 가격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배 가까이 올렸다.

담뱃값 4500원 안에는 출고가와 유통마진을 포함한 다양한 세금들이 포함되어 있다. 즉 출고가와 유통마진 1182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 담배소비세 1007원, 지방교육세 443원, 개별소비세 594원과 부가가치세 433원이다. 20개비가 들어있는 담배 한 갑(4500원)에 73.7%에 해당하는 3318원의 세금 등이 붙는 셈이다. 

이 중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는 지방세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운영에 필요한 재정수입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금연 교육 및 광고, 흡연피해 예방지원 등 국민건강관리사업에 사용되고 있다. 이 세금과 부담금들은 인상될수록 흡연율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하지만 흡연자들이 담배를 하루 한 갑씩 피운다면 월 10만원, 연간으로는 121만원을 부담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형자동차(1998cc)의 자동차세(지방교육세 포함)는 연간 50만원 정도이다. 한 달에 10만원씩 휘발유를 주유할 경우 소비하는 연간 유류세(64만원)와 자동차세를 합쳐도 담배 한 갑 흡연자의 세금보다 7만원이 적다. 부양가족이 없는 미혼 직장인이 1년간 121만원의 근로소득세를 내려면 월급이 316만원(연봉 3792만원) 수준은 돼야 한다. 소주를 하루 한 병씩 마시는 사람은 연간 20만원(하루 세금 538원)의 세금을 낸다. 담배 한 갑이 소주 한 병 보다 6배의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담배를 많이 소비할수록 세금을 많이 내기 때문에 ‘애국자’라고 자조하는 흡연자들 말이 우스개로 들리지 않는다. 

흡연율이나 담배판매량은 어떨까. 성인 흡연율은 2014년 43.2%에서 2015년 39.4%로 하락하나 싶더니 2016년에는 40.7%로 반등했다. 담배판매량을 봐도 애연가들의 갈대 같은 마음의 변화가 금방 엿보인다. 담배소비세 인상과 개별소비세 부과 등 세금 탓에 담뱃값이 갑절로 오른 2015년에는 담배판매량이 30억 6000만갑 수준까지 떨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2016년에 37억갑, 2017년 35억2000만갑으로 판매량은 회복되는 추세를 보인다. 

반면 담배 관련 세수는 2014년 약 7조원에서 2015년에는 약 10조5000억원으로, 2016년에는 약 12조3000억원으로 불과 2년 사이에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담배판매량은 크게 떨어졌지만, 세금은 오히려 역대 최고 큰 폭으로 늘었다. 담배 관련 세금이 크게 올랐는데도 등 돌렸던 애연가들이 하나둘씩 돌아오면서 판매량은 늘었기 때문일 것이다.

담배에 대한 중과는 흡연자들 중 저소득층 인구의 비중이 높아 결국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가중시킨다. 흡연율을 보면 소득 하위 25% 이하의 흡연율이 소득 상위 25% 이상의 흡연율 보다 큰 차이를 두고 높다. 저소득층은 담뱃값이 오르면 감당하지 못해 금연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해결된다는 사고는 별로 현실적이지 못하다. 서민층에게는 담배가 야기하는 건강상의 문제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 또는 홍보가 부족해서 흡연자들이 담배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흡연자들은 스스로의 심리적 건강을 위해 신체적 피해를 감수하고 있고, 그것은 그들이 잘 알고서 하는 선택이다. 담배나 술은 돈과 시간이 부족한 저소득층에게 있어서 생활의 시름과 고통을 달래주는 거의 대체될 수 없는 위안품이며 이들에게 다른 대체물이 현실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결과적으로 높은 담배가격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담배 소비는 줄지 않고 세 부담만 늘려주게 되는 것이다. 

 

□ 죄악세 제도, 중용의 미덕이 필요
종합하면 담뱃세는 상반된 두 얼굴을 가진 죄악세이다. 담배 소비에 따라 세수입을 확보하면서도 담배 소비를 억제하겠다는 정책 목적도 가지고 있다. 나아가 담뱃세의 궁극적 목적은 모든 사람이 담배를 끊어서 담뱃세가 걷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담뱃값에 새로운 세금을 붙이거나 기존 세금을 인상하는 정책이 주로 쓰였다. 세금이 더 붙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이에 부담을 느낀 흡연자가 소비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담뱃세 인상 결과를 보면 담배 소비 억제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수효과는 짭짤했다. 담뱃세 인상의 본 모습은 국가권력이 국민의 건강증진이라는 선의의 목적을 내세워 세금을 더 걷는 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조세를 국가 등의 재정수요를 충족시키거나 정책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특별한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부과 징수하는 과징금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에 따라 조세의 기능은 크게 ‘국가 재정수요의 충족’과 ‘정책 목적의 실현’으로 구분된다. 당연히 죄악세는 정책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조세의 전형이다. 죄악세는 재정수입과 무관하게 특정 행위를 제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정책 목적의 조세와 차이가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조세평등주의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납세자의 담세능력에 상응하여 공정하고 평등하게 할것을 요구한다고도 했다. 따라서 조세의 주된 목적은 어디까지나 재정수입 확보에 있으며, 담세력의 근거없이 조세가 국민의 행동을 억제할 수만은 없다. 죄악세가 추구하는 정책목표에는 공감하지만, 조세의 이름으로 이를 남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중용의 미덕이 필요하다.

재정 확충이 절실한 과세당국 입장에서 죄악세 도입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수 있다. 세수 증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간접세여서 조세저항이 적고 국민건강이라는 명분까지 있으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죄악세의 치명적 약점은 조세부담이 주로 서민에게 집중돼 소득재분배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소비성향이 높은 물품에 주로 붙는 죄악세가 늘면 빈곤층만 쥐어짜는 결과로 이어진다. 주류나 담배가 국민건강에 피해를 준다는 명분으로 죄악세를 언급할 때는 혹시 곳간을 채우려는 의도는 없는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 경영학박사
• 수필가
•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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