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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초고령사회의 고령자가 대우 받으려면
[국세 칼럼] 초고령사회의 고령자가 대우 받으려면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2.11.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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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70년대에는 정년퇴직하는 선배들이 노인 같았다. 당시에도 정년이 60세였는데도 그랬다. 그사이 기대수명(평균수명)이 늘어난 걸 보면 이런 차이를 숫자로 실감할 수 있다. 통계청의 생명표에 따르면 1970년 62.3세에 불과했던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0년 83.5세로 50년 만에 약 21세가 늘어났다. 기대수명이란 평균적으로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살 것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0세의 출생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적인 생존연수이다. 평균수명이라고도 한다. 

기대여명이란 것도 있다. 이는 특정 연령대의 사람들이 향후 평균적으로 얼마나 오랜 기간 생존할 것인지를 기대하는 생존연수이다. 2020년 우리나라 65세의 기대여명은 21.5세로 기대수명이 86.5세이다. 75세의 기대여명은 13.3세로 기대수명은 88.3세가 된다. 고령일수록 기대수명이 더 길어지고, 해마다 늘어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60세에 정년퇴직하는 이들이 대부분 젊은이나 다름없다. 각종 운동과 취미활동으로 체력을 자랑하는 ‘멀쩡한 은퇴자’들도 적지 않다. 2020년의 건강수명(유병 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은 66.3세, 주관적으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기대수명은 71세다. 출산율은 OECD 최저수준인데, 기대수명은 늘면서 고령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2025년에는 우리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고 한다. 초고령사회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사회다. 

이런 초고령사회는 경제성장의 둔화, 노인부양의 증가, 노인 빈곤과 질병, 노인 소외문제, 세대 간의 갈등 등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 

 

□ 초고령사회가 되면 찾아오는 문제…연금, 건보재정이 당장 발등의 불
우선 국민연금만 해도 그렇다. 2018년 연금재정 계산 때는 2057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산했지만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2~3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늘고 노인 인구가 급증해서다. 국민연금 수급자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노령연금 수급자는 올해 상반기 500만명을 돌파했다. 전임 정부가 5년간 연금개혁을 방치한 사이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며 수급자들이 가파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4대 공적 연금의 개혁 방향을 논의할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은 합의했으나, 석 달을 허송하다 지난 10월 25일에야 겨우 상견례를 가진 상태다. 활동 시한이 내년 4월까지인데 제대로 된 논의 결과가 나올지 걱정스럽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내년에 1조 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매년 적자 폭이 커지면서 2028년에는 적립금이 바닥날 거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부터 보장성을 강화한 탓이 큰데,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고 병원 이용량은 늘어난 결과다. 

올 상반기 건보 적용인구 중 만 65세 이상은 16.6%인데 이들이 이용한 건보 진료비는 전체의 42%를 넘는다. 게다가 동네병원에서 노인들이 진료비 할인받은 것을 매년 건보재정에서 내주는 게 5000억원에 이른다.

 

□ 포플리즘적 정책 결정 사례와 국민연금에 대한 청년세대의 우려
최근 정부 부채비율이 올해 처음으로 주요 11개 비기축통화국 보다 높아질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 제시됐다. 올 연말 기준 한국의 정부 부채비율은 54.1%로 11개 비기축통화 선진국 평균(53.5%)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정치권은 여전히 퍼주기 경쟁이다. 거대 야당은 기초연금 인상(30만원→40만원), 아동수당 확대(8세 미만→12세 미만) 등을 밀어붙이고 있다. 야당이 ‘우선 추진 7대 법안’으로 분류한 기초연금 인상안이 확정되면 앞으로 5년간 연평균 6조 4000억원의 막대한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여당의 ‘나랏빚 늘리기’ 행태도 야당 못지않다. 기초연금 인상에 대해 야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고, 1세 미만 아이를 둔 부모에게 35만~70만원씩 지급하는 ‘부모급여’도 신설했다. 올해 1~8월 재정적자는 벌써 85조원에 이른다. 

연금개혁은 세대 간의 문제이기도 한데, 청년세대의 생각은 어떨까? 지난 3일 비영리 민간 싱크 탱크인 건전재정포럼이 20대 청년 115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20대 3명 중 2명은 국민연금을 ‘청년에게 불리한 제도’로, 82%는 국민연금 개혁이 매우 시급하다고 답했다. 20대들은 ‘국민연금은 ○○○이다’라는 질문에 ‘전 국민 다단계’, ‘시한폭탄’, ‘선착순’, ‘세대갈등’, ‘낡은 동아줄’, ‘해변의 모래성’, ‘못 받는 돈’, ‘구멍 난 저금통’, ‘마르는 샘물’, ‘밑 빠진 독’ 등으로 대답했다. 이들은 “혜택은 줄고 부담은 늘며 고갈 위험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거나 “이미 2030은 노후 설계에서 국민연금을 배제하고 있다”라면서 “낸 만큼 못 받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간단치 않은 연금정책 개혁…하지만 가야 할 길이다
노령연금 수급자 급증이나 청년세대의 우려 등이 보여주듯 연금개혁은 더는 미뤄서는 안 될 문제다.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은 ‘덜 내고 더 많이 받는 구조’를 뜯어고치는 것이다. 그러려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퇴 전 벌어들이는 소득 대비 은퇴 후 받는 연금 수령액의 비율), 연금 수급 개시연령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현재 보험료율은 소득의 9%로 1998년 이후 24년째 동결돼 있다. OECD 국가 평균(18.3%)의 절반이 안 되는 만큼 합리적인 수준으로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연령은 현재 62세로 정부는 2034년까지 65세로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OECD가 이런 인상 속도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진단한 만큼 연령 상향도 추진해야 한다. 

 

□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자가 대우받으려면

이런 상황에서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모수개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연금이 노후생활의 실질적 버팀목이 되려면 소득대체율도 높여야 한다. 그러자면 멀쩡한 은퇴자, 젊은 노인들에게 더 오래 일하고 더 기여되도록 해야 한다. 연금보험료 내는 기간과 연금 수급 개시연령은 65세 이후로 확 미루고, 은퇴 후 연금을 받기까지 생기는 몇 년간의 소득 공백이 없도록 둘을 일치시켜야 한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연금 납부 기간을 64세까지로 5년 연장하는 방안을 이미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60대 자신도 대부분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65세 이상 1만97명에게 실시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노년이 시작되는 연령’을 평균 70.5세라고 답했다. 또 같은 해 서울시에 거주하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서는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의 시작연령을 평균 73.4세로 조사됐다.

결국 ‘노인’의 법적 기준이 문제다. 우리나라에서 노인연령에 대한 법적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현재 한국의 노인연령 기준은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상의 65세로 통용되고 있다. 49개 주요복지사업 가운데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24개 사업이 수급연령 기준을 65세 이상으로 쓰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생산연령인구 역시 15~64세다.

가령 70세 이상으로 노인연령을 상향 조정하면 어떻게 될까. 기존의 복지혜택을 받던 나잇대는 일률적으로 노인복지에서 제외된다. 분명 부작용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법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망친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젊은 인구는 줄고 노동력이 모자라는데, 노인 비율은 늘기만 한다. 

그런데 ‘멀쩡한 노인’들에게 더 오래 일하고 더 오래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자면 고령자 재고용, 정년 연장 또는 폐지 등 고령자 고용 확대를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수적이다. 여러 법이 걸린 만큼 범정부적으로 논의해서 결론을 내면 된다. 고령자 고용을 늘린다고 젊은 층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고령자가 일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득일 뿐만 아니라 젊은 층의 노인부양 부담을 덜어주는 길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노인들이 가급적 오래 일하도록 하는 게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자를 제대로 대우하는 법이다.

 

□ 연금특위가 할 일 막중…국가 백년대계란 자세로
연금개혁은 역대 정권에 ‘뜨거운 감자’였다. 고령화 때문에 연금 수급자는 늘어나는데 출산율 저하로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연금재정이 악화하는 추세가 이어져 왔다.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정권마다 잘 알고 있지만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연금개혁이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이다.

연금개혁의 원칙은 “적절한 노후 보장을 해주면서, 현세대에 보편적으로 적용되고, 다음 세대까지도 지속 가능”해야 한다. 이 세 부문에서 최대공약수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자칫 지금 제대로 개혁하지 않으면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MZ세대가 성장해서 노후 세대에 대한 연금 지급을 끊어버리는 ‘연금 고려장’을 할지도 모른다. 기초생활보장제도나 노동시장 개혁을 통한 고용 연장 등 여러 제도를 조합해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연금개혁이란 사회적 합의 도출에 향후 우리나라의 명운이 걸려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 경영학박사 
• 수필가 
•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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