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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세금 잘못 매긴 국세청, 매 맞을 준비 돼 있나
[정창영 칼럼] 세금 잘못 매긴 국세청, 매 맞을 준비 돼 있나
  • 정창영 주필
  • 승인 2022.08.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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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가 사라지고 감내가 실종된 세상이다. 언제부터인지 ‘참지 않음’은 세상을 움직이는 분명한 동력이 됐다. 단지 특정한 부분에서만 돌출되는 상황이 아니고, 우리사회는 이제 드러내 놓고 따지고 분석하며 자신의 주장과 느낌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것이 분명한 트렌드가 됐다.

여건도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어쩌면 달라진 환경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소통의 개념과 방식이 불과 얼마 전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전 국민 손에 24시간 누구와도 소통이 가능한 도구가 쥐어져 있고 이 도구는 말로, 글로,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언제든 누구에게나 보낼 수 있고 답변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호흡하고 있지만 한마디로 혁명이다. 전 국민이 기록자요, 감시자가 된 세상이다.

이번 서울과 수도권, 중부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에서 보듯 수재현장 곳곳의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시민이자 국민기록자인 이들의 사진과 동영상이 실시간으로 생중계 됐다. 수백만 대의 실시간 전송이 가능한 카메라가 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당연히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도 이 정보를 정규방송에 소중하게 활용할 정도였다.
이런 환경을 기초에 둔 상황에서 사람들의 인식도 당연히 달라지고 있다. 단편적인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의 흐름을 ‘확’ 돌려놓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이 맞는다고 판단되면 공감하는 세력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에너지를 얻고 작은 진영을 형성한다. 과거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환경이 됐다. 주변과 공감한 생각은 주장과 제언이 되면서 발전적으로 수용되거나 아주 극심한 갈등의 결과로 나뉘게 된다. 요즘 뉴스의 핵심이 되는 사건들은 공통적으로 이 과정을 거치고 있다.

내가 생각해도 맞고, 주변 사람들도 맞는다는데 굳이 움츠러들거나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이슈가 되고 쟁점으로 부각되면 정답과 관계없이 일단 공급되는 에너지의 양과 파워가 이어진다. 홍보와 소통이 순식간에 이뤄지고 상황에 따라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굳이 세대 간 차이 운운할 것조차 없다. 한마디로 세대불문이다. MZ세대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스마트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단지 이런 변화와 흐름 속에서도 제도와 정책의 변화는 느린 걸음이다. 현실적으로 달라지는 현상을 법으로, 규정으로 담아내기가 쉽지 않은 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사회의 제도와 정책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시대흐름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맞다.

눈만 뜨면 접하는 갈등과 충돌이 멈출 수가 없는 이유다. 사람이 아는 것이 많아지는 시기부터 호기심이 늘고 질문으로 이어지다가 판단하는 시점에 이르면 저항과 반항을 동반하듯 우리는 넘쳐나는 지식과 정보의 시대, 공유의 시대를 살면서 극심한 사춘기를 겪고 있다.
어색한 풍경이 이어지지만 현실이고 딱히 방법이 없다. 어쩌면 어색하게 느끼는 것이 어색한 것이 됐다. 이미 흐름이고 질서가 된 것을 본인만 낯설게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직자가 자신의 문제로 전 국민을 둘로 쪼개놓고도, 나라가 극심한 혼란으로 빠져도, 법원이 판단해도 내가 억울하다는 생각이면 물러섬이 없다. 임전무퇴(臨戰無退) 기백(?)이고, 에너지를 공급하는 진영은 열광한다.

저무는 정권도 아니고 취임 100일도 안된 ‘싱싱한 서슬 퍼런 정권’에 여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 대놓고 비아냥거리는 ‘질서’를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상상 속에서 가능했던 ‘속 풀이 혼자 말 투정’을 전 뉴스매체가 머리기사로 다루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물론 그 밥상(床)에서 벌어진 일이다. 100일도 안된 정부 여당이 초심 운운하고 있으니 어디로 돌아가겠다는 것인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이제 기대해서는 안 되는 장면이 있다. 비록 본인은 억울함이 있을지라도 전체를 생각해 ‘저의 부덕의 소치이고, 저로 인해 국정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식의 사과를 남기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떠나는 공인의 모습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세상은 지금 양보하지 않고, 감내하지 않고, 참을 수 없는 자극의 시대로 재편되고 있다.

지난 5년간 국세청이 납세자에게 잘못 부과해 되돌려 준 세금이 9조원에 이르고 있다. 조세불복 심판청구와 행정소송에서 4건 중 1건은 납세자가 이겼다. 언론에서는 이를 ‘국세청의 오류’라고 표현했다. 세금 잘못 매겼다는 뜻이다.

세금이 부당하게 부과됐다고 생각하는 납세자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하거나,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국세청의 조세행정소송 패소율은 11.0%, 심판청구 인용률은 29.5%로 총 패소·인용률은 25.9%였다. 지난해 심판 청구와 행정소송에서 국세청 패소(인용)율은 27.2%로 전년(20.6%) 대비 6.6%포인트 높았고, 특히 심판청구에서 납세자 주장이 받아들여진 인용률은 43.2%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세액 기준으로는 최근 5년간 세금 44조2907억원에 대해 조세불복 청구·소송이 제기됐고 이 중 20.4%인 9조135억원이 잘못된 세금으로 인정됐다. 패소로 인해 국세청이 지불한 소송비용만 159억7500만원에 달했다.

국세청 패소(인용)율이 높아지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징세 편의주의’를 지적한다. 세금을 적게 부과한 직원은 감사를 받을 수 있지만 더 매긴 직원에 대해서는 불이익이 ‘거의 없는’ 국세청의 ‘어쩔 수 없는 오랜 관행’ 때문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이를 고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 놓지만 지난 5년간 조세불복 인용사건 중 직원의 귀책이 드러난 541건에 대해 657명이 인사경고(13명)·경고(205명)·주의(205명)를 받았다. 징계 이상 조치를 받은 직원은 1명도 없었다.

언론계에서도 오보(誤報)라는 단어가 실종됐다. 대신 치고 올라온 것이 ‘가짜 뉴스’다. 물론 오보는 잘못된 것이다. 오보라는 표현에는 기자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틀렸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기자 최고의 불명예는 분명하지만 고의는 아니었다는 의미도 강했다. 그러나 가짜 뉴스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범죄 뉘앙스까지 읽히게 한다.
지금 아주 흔하게 통용되는 ‘가짜 뉴스’ 주장에는 진성 가짜 뉴스도 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기사까지 가짜 뉴스로 몰아붙이는 현상도 물론 가세하고 있다.

국세행정에도 같은 맥락이 등장한다. 국세행정에서 ‘부실과세’가 사라지고 있다. 대신 ‘잘못된 세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부실과세는 고의적 의도보다 국세공무원의 업무수행에서 빚어진 착오 내지 부족했음의 의미가 내포돼 있지만 용어가 ‘잘못된 세금’으로 바뀌면 이야기가 확 달라진다. 과세 공권력을 가진 국세청이 납세자의 재산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의미가 아주 강하다.

‘참지 않는’ 시대정신 속에서 잘못된 세금을 처분 받은 납세자가 국세청 입장을 헤아려 빠뜨리지 않고 열심히 세금을 매기려다가 빚어진 ‘실수’ 내지 ‘과실’로 이해를 할까?  

더구나 밤잠 못 이루고 뒤척이며 그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납세불복 절차를 거친 뒤 구제받은 납세자가 지금처럼 환급해 주는 세금만 돌려받고 ‘휴’하고 안도하며 순순히 물러날까?

과세를 둘러싼 불복 쟁점은 언론보도의 오보 이상으로 복잡하다. 주장과 논리가 팽팽하고 비록 국세청이 패소한 과세처분일지라도 쉽게 사례로 범용하기 어려운 대목이 즐비하다. 국세청도 과세품질을 높이고 불복 대응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납세자가 간단명료하게 ‘잘못된 과세’라고 판정하면 예전과 달리 뭉갤 수가 없다. 문제가 아주 심각해진다는 뜻이다.

국세청이 근본부터 발상을 바꾸며 대비해야 할 일이다. 보완으로는 어렵고 어쩌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설계부터 해야 한다.
매 맞을 일을 없애든지, 당분간 매 맞을 각오를 하든지 국세청은 판단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국민적 신뢰를 동반한 그 무시무시한 ‘매’가 눈 앞에 다가왔다는 것이다.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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