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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누더기 세법의 디체킹이 필요하다
[국세 칼럼] 누더기 세법의 디체킹이 필요하다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2.02.24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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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기획재정부는 2021년도 세입세출 결산자료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작년 한 해의 국세 수입은 344조782억 원으로, 전년보다 금액으로는 58조5320억 원이, 비율로는 20.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작년에 세수 추계 착오로 최초 전망보다 무려 61조 원이 넘는 초과 세수를 징수하였고, 이로 인해 ‘세수 풍년’을 누렸다. 전년보다 평균비율 이상 증가한 세목은 종합부동산세(70.3%), 양도소득세(55.2%), 상속·증여세(44.6%), 법인세(26.8%) 순이었다. 코로나19로 기업 활동이 여의치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수가 한해 사이에 대폭 증가한 것은 눈여겨 볼만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기준, 4년 만에 국세 수입은 29.7% 증가하였으며, 세목별로도 종합부동산세(271.1%), 양도소득세(142.6%), 상속·증여세(122.5%), 근로소득세(34.7%) 순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근 10년간 추세를 보면 2011년에 비해 총 국세 수입은 78.9%가 늘어났다. 이는 한 해에 단순평균으로 8% 정도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세목별로는 종합부동산세 456.3%, 양도소득세 396.8%, 상속·증여세 350.3%가 늘어 역시 부동산 관련 세금이 다른 세목에 비해 월등하게 증가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근로소득세(157.6%) 또한 평균 이상으로 꾸준하게 증가하였다.


자산·부동산 관련 세수 급증, 합리적 세율 조정 검토해야


양도소득세는 2021년 36조 7072억원이 걷혔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55.2%나 급증한 수치다. 최근 4년간에도 142.6%가 증가했고, 지난 10년 동안 5배 이상 늘어 거의 2년마다 배로 증가해 온 셈이다. 집값을 잡겠다며 보유세와 거래세 세율을 징벌적 수준으로 확 올렸고, 주택을 매각할 때 차익의 최대 75%까지 양도소득세를 내도록 한 것이 최근 세수 급증의 이유일 것이다. 초과 세수의 대부분도 상속·증여세나 부동산 관련 세금인 셈이다.

최고세율이 50%에 이르는 상속세율은 영국·독일·스웨덴 등 복지 선진국보다도 훨씬 높다. 이 정부가 집값을 비상식적으로 올려준 덕분에 어지간한 사람은 살던 집 한 채도 자녀에게 물려주지 못하게 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긴 상황에서 조금 괜찮다 싶은 지역의 아파트를 물려주려면 족히 3억~4억원은 상속세로 내야 한다.

부자가 세금을 상대적으로 더 내고 이를 활용해 분배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금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면 세원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 기업들이 해외로 옮기면 일자리가 사라지고,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자산가들이 떠나도 마찬가지다. 지금 같은 징벌적 세율체계는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한다.


내는 사람만 더 내는 세금 양극화, 조세 원칙 흔들어


세금을 내는 사람만 더 많이 내는 납세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 전망보다 더 걷힌 법인세 17조790억원의 95.3%(16조2797억원)는 매출 상위 10개 기업이 냈다는 분석(국회 유경준 의원 보도자료)이 있다. 금융감독원이 공시하는 ‘법인세 비용’으로 분석한 자료라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코로나19로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들이 큰 타격을 받은 것을 고려한다 해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4%포인트 높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쏠림을 부채질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개인 소득세도 결코 가볍지 않다. 2016년만 해도 41.8%(지방소득세 포함)였던 소득세 최고세율은 올해 49.5%까지 올라간다. 연 10억원 이상 소득자는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OECD 평균인 42.5%보다 훨씬 높다. 고소득층에 세금부담이 집중되면서 소득에선 전체 25%를 차지하는 상위 5%가 소득세의 3분의 2(65%)를 부담하는 기형적 구조가 생겼다. 소득 상위 5%라고 해도 하한선은 1억원 안팎으로 대기업 부장 수준이다. 반면 국민 37%는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소득이 많은 개인과 법인이 세금을 더 내는 조세 체계에는 기본적으로 잘못이 없다. 하지만 운용방식에서 형평을 잃는다면 국민의 이해와 지지를 받기 힘들다.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대한 징벌적 과세나 표적 증세라면 특히 더 그렇다. 급여 생활자들은 근로소득과 연계된 건강보험(37%) 고용보험(45%) 등의 준조세 부담 증가 속도가 문 정부 4년간 근로소득 증가(18%)를 크게 웃돌았다는 점에서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직장인 유리 지갑 근로소득세, 낡은 과표 구간을 고쳐야


다음으로 근로소득세가 전년보다 15.5% 늘어난 4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근로소득세는 최근 10년 동안 매년 비슷한 추세의 증가를 보여준다. 근로소득세는 월급·상여금·세비 등 근로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유리지갑’ 직장인 월급에서 원천징수한다. 같은 기간에 비해 자영업자·개인사업자에게 부과되는 종합소득세는 오히려 0.1% 줄었는데 이들에게서 거두어가는 세금은 크게 늘어난 셈이다.

근로소득세가 늘어난 것 자체를 탓할 순 없다. 문제는 수입이 뻔한 직장인에게만 무거운 세금 짐을 지게 할 경우다. 근로소득세가 증가한 것을 두고 정부는 취업자 수가 늘었기 때문이라지만 군색한 설명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귀속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는 1950만 명으로 2017년 대비 8% 정도 증가했다. 더욱이 연말정산 신고 근로자 중 37%는 과세기준에 미달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 결국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중산층 월급쟁이들 지갑만 얇아졌다는 의미다.

그 이유는 물가가 오르는 데 비해 월급은 소폭 올랐는데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은 15년째 제자리이기 때문이다. 1200만원, 4600만원, 8800만원 구간으로 설정된 2008년 체계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예를 들어 4600만원 근로자가 월급이 10만원 오르는 경우 ‘46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구간으로 넘어가 세율이 종전 15%에서 24%를 적용받게 된다. 뜀박질하는 물가로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명목소득이 늘면서 저절로 세금을 많이 내는 구조이다. 근로소득자 평균 급여액은 2017년 3519만원에서 지난해 3828만원으로 8.8% 늘었다고 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5.0% 상승했다(국회 입법조사처 자료). 이를 감안할 때 근로소득세 증가 폭은 지나치다.

대안으로는 소득세 체계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 일정 기간마다 과표를 물가상승률만큼 올려 실질소득이 늘지 않는 한 세금도 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누더기 세법 ‘디체킹’ 수준으로 전면 개편해야


좀 오래된 얘기지만 1980년 레이건 정부가 단행한 조세개혁을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 비과세 감면을 축소해 세원을 확대하고, 동시에 세율을 크게 낮춤으로써 조세 부담의 공평성을 확대하는 정책이었다. 조세 차별에 따른 경제적 왜곡을 줄이면서 저축과 투자, 근로 등 제반 경제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로 요약되는 조세개혁은 소득세율을 크게 인하함으로써 투자와 근로의욕 등 각종 경제활동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오히려 세수를 더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큰 폭의 세율인하와 함께 조세특례를 대폭 축소하여 과세기반을 확대함으로써 세수의 중립성을 유지하고 조세제도를 단순화했다.

지금 우리나라 현실은 코로나 손실보상, 저출산 대책, 늘어나는 복지 수요 등으로 많은 재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성장은 제자리걸음이고 노동시장은 만만하지도 않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 데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고, 그 재원은 오로지 국민 지갑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 누구나 흔쾌하게 세금부담을 납득하려면 “공평 부담”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늘어나는 복지 재정기금을 위해 향후 증세가 불가피할 때를 대비해서라도 “공평 부담”이라는 잣대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 우리 세법의 대대적인 디체킹(D-checking)이 있어야 하겠다. 그동안 우리 세법은 땜질 처방으로 지나치게 복잡해졌고 체계도 노후화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부동산 보유·거래세 비중을 조정하고, 법인세율 하향조정으로 기업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을 적용하면서 세법 전반에 대해 디체킹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서둘러야 할 과제라 본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본지 논설위원)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경영학박사
•수필가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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