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감사인은 삼덕회계…회계업계 “부정적발 못 한 게 감사실패는 아냐"
‘오스템임플란트, 5년 전에도 ‘반품회계처리 부적절’로 특별감리 …경징계 그쳐
2215억원 횡령으로 구속된 오스템임플란트 재무담당 직원 이 모(45)씨의 횡령이 2020년 4분기에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당시 지정 감사인이었던 삼덕회계법인의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는 횡령혐의로 구속된 자금관리 직원 이 모씨가 2021년과 2020년 4분기에 각각 100억원과 235억원을 출금후 반환했다고 공시했다. 횡령이 2020년도에도 발생한 만큼 당시 감사인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이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우선 이 모씨가 2020년 4분기 235억원 횡령 후 다시 반환한 것에 대해 당시 감사인이 적발하지 못 한 점에 대해 ‘감사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 중견회계법인의 A 대표회계사는 “감사는 회사의 회계처리가 회계기준에 맞게 했는 지를 감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발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감사실패’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큰 금액이 일시에 움직이는 등 이상한 현금흐름이 있으면 감사인이 주의 깊게 살펴보겠지만, 2020년 4분기 235억 원 출금과 반환이 일시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조금씩 누적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면 감사 당시 샘플에 걸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경우 감사인은 통상적인 감사의 책임을 했기 때문에 부정을 적발하지 못했다고 해서 감사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삼덕회계법인은 2020년 금융감독원의 감리 조치에 따라 1년간 오스템임플란트의 감사인으로 지정돼 외부감사를 수행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인덕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선임했으며, 2020년 지정 감사인인 삼덕회계법인의 감사계약이 종료하자 다시 인덕회계법인과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자유수임으로 감사계약을 체결했다.
금감원의 감리 결과 감사인이 직권지정된 회사가 지정 기간 이후 다시직전 감사인이었던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자유선임한 것은 관련 규정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A 회계사는 “금융위 규정이 그렇다”면서 “이 경우 꼭 유착관계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감리 결과 징계자체가 회사와 감사인에 대해 경고하는 의미로 전 감사인을 배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규정상으로는 감리조치로 감사인이 해당 피감회사의 감사업무에서 배제된다고 하더라도 담당했던 공인회계사에서 별도의 제재조치가 없는 한, 그 회계사가 다른 회계법인으로 이동해 다시 그 기업을 감사할 수 있다”면서 현 감리조치에 대한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한편 2017년에도 금융감독원이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특별감리에서 분식회계가 적발됐으나 경징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교환 및 반품에 대한 반품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은 사실이 2017년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에서 지적돼 2012년 부터 2015년까지 재무제표를 재작성 해 2017년 12월 26일 정정공시했다. 이 기간 외부감사인은 위드회계법인이었다.
최성호 조선대 교수와 최관 성균관대 경영대학 교수 등이 2018년 회계저널에 발표한 임플란트 산업의 수익인식에 대한 사례연구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를 비롯한 임플란트 제조사는 치과와 장기간 대량공급계약을 맺는다. 이때 제품 단위가 아니라 금액 단위로 계약을 체결한다.
치과는 대량 공급계약에 대해 일시에 대금을 지급하기 힘들어 금융회사가 제조사에 계약금액을 선지급하고 치과는 대금을 금융기관에 장기분할로 납부하는 역구매방식(Contracted-sales financing)이 임플란트 제조사의 거래관행이다.
임플란트제조사와 치과병원과의 장기계약은 제품의 인도와 품질보증의무가 복합돼 있다.
계약금액 내에서 치과병원에 판매한 제품에 하자가 있는 경우 교환을 해야 하며, 임플란트 산업 제품의 특성상 교환 및 반품이 자주 발생한다.
때문에 반품률 추정이 어려워 반품기간이 종료될 때까지 수익 인식을 하지 않다가 반품기간이 종료되면 실제 출고된 부분에 대해서만 수익인식을 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특별감리에서 반품충당부채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16년 재무제표에 반품충당부채 167억원을 설정하기 위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재무제표를 재작성했다.
그 결과 .이익잉여금은 130억원 감소했으며, 52억원의 매출을 취소함에 따라 영업이익은 36억원, 당기순이익은 28억원 감소했다.
최성호 교수 등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적게는 122억원, 많게는 167억원의 반품충당부채를 새롭게 인식함으로써 유동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매출액이 2015년 최대 52억원까지 감소했으며, 매출원가는 2014년 최대 19억원까지 낮아졌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변동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충당부채를 인식하기 전에는 오스템임플란트의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은 2014년에 259.5%였으며, 2015년에는 211.2%였다.
하지만 반품충당부채를 인식한 후에는 부채비율이 최소 39.5%에서 최대 51%까지 더 증가했다. 또한 충당부채의 인식으로 유동비율 역시 대부분 낮아져 단기유동성 위험이 증가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전기오류수정을 통해 매출액과 매출원가를 하향 조정했으며, 이 영향으로 기말 이익잉여금에 영향을 미쳐 자기자본이익률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당기순이익이 감소함에 따라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총자산이익률도 모두 감소했다.
최 교수는 “이를 종합하면, 오스템임플란트는 반품충당부채를 새롭게 인식함에 따라 증가하고 유동비율은 낮아져 재무건전성과 유동성이 악화됐다. 또한 조기에 과대 인식된 매출액과 매출원가가 조정됨에 따라 수익률도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이 이미 수년 전부터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감리를 통해 부정회계의 징후를 적발해 조치했음에도, 내부통제 취약성이 개선되지 않은 점에 대해 감독과 사후관리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