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용만 높아지고 감사품질은 글쎄” vs. 회계사 “과거 실제 감사시간 고려해야”
한국공인회계사회 "표준감사시간 제도 도입이후 감사품질 개선 확인"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지난달 21일 표준감사시간 개정안을 공고한 이후 기업들이 회계법인에 감사시간 대폭 삭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공인회계회가 5일 개최한 표준감사시간 개정안 공청회에서 홍기수 삼일회계법인 품질관리실장(공인회계사)은 “표준감사시간 개정안이 공고된 이후 기업들이 감사시간 대폭 삭감을 요청하고 있어 회계개혁 제도 정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 회계사는 “과거 실제 감사 투입시간을 참고해서 표준감사시간을 정한다는 근거 규정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표준감사시간 제도 시행이후 감사시간이 늘어 비용은 증가했지만 감사품질 개선 효과는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해칠 한국조선해양 상무는 “최근 회계사 인력난으로 은퇴 회계사와 휴업 회계사 등이 파트타임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해 감사품질이 우려되며 감사품질에 감사인의 숙련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공회는 표준 감사시간 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지난 가운데 타당성 검토 결과 회계 감사 품질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의뢰로 표준감사시간 타당성을 검토한 김범준 카톨릭대 교수는 “2019년 표준감사시간 최초 도입 이후 감사시간은 지속 증가해 누적 연평균 16%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표준감사시간 도입이후인 2019~2020년 금감원 등록 회계법인의 피감기업을 포함한 실제 감사시간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감사품질 개선효과가 유의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표준감사시간 개정안에 대해 기업과 회계사, 정보이용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5일 진행된 가운데, 김범준 교수는 표준감사시간제도 타당성을 검토한 내용을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감사품질의 측정치로 성과조정 재량적 발생의 절대값을 사용했다”면서 “연구결과 표준감사시간 제도도입으로 전반적으로 감사품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신외감법 시행에 따른 복합효과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에 투입되는 시간은 1차년도 이후부터는 ‘학습효과’로 줄어드는 초도감사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외부감사법에 따르면 한공회는 3년마다 표준감사시간제도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앞서 지난달 21일 한공회는 이같은 타당성 검토 결과를 근거로 2022 사업연도부터 적용할 표준감사시간 개정안을 공고했다.
주요 개정내용은 ▲표준감사시간 산정시 회사 개별 특성 고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가산율 삭제 ▲상한·하한 삭제 ▲가감요인 통합 및 간소화 ▲2022년은 2021년과 동일한 단계적 적용률 적용 ▲유한회사에 표준감사시간 적용 ▲법률, 회계·감사기준 변경시 표준감사시간 산정근거 마련이다.
하지만 표준감사시간 도입이후 감사품질이 개선됐다는 실증 분석에도 불구하고 공청회에서는 기업들이 감사시간 증가 대비 감사품질 개선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누리플렉스의 조명관 전무는 “표준감사시간 도입이후 기업에서는 감사품질은 개선되지 않은 채 감사비용만 높아져 경제적 부담만 늘었다”면서 “제도에 대한 기업의 수용도를 높이기 위해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조 전무는 “초도감사 이후 감사시간이 줄어드는 학습효과가 있는데, 2년차 이후부터는 감사시간을 차감하는 규정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코스피 상장기업인 한국조선해양 정해칠 상무는 “감사품질에 감사인의 적정숙련도를 검토해야 한다”면서 “최근 회계사 인력난으로 은퇴한 회계사와 휴업회계사들이 파트타임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는데, 이런 경우 감사품질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표준감사시간 개정안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가산율이 삭제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환영했다.
그는 “과거 중간감사 시간 대부분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설계로 쓰고 있었다”면서 ”회사와 감사인이 충분히 토론해 적정감사시간에 대해 합의에 도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정 상무는 “기업은 연중상시감사를 기대한다”면서 “감사자료의 반복 제출로 인한 비효율을 완화할 수 있게 회계법인에서는 조금더 연중상시감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회계법인들은 표준감사시간에 과거 실제 투입시간을 고려하도록 하고 궁극적으로는 감사시간은 감사인이 판단할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홍기수 삼일회계법인 품질관리실장(공인회계사)은 “표준감사시간 개정안이 공고된 이후 기업들이 감사시간 대폭 삭감을 요청하고 있어 회계개혁 제도 정착이 우려된다”면서 “과거 투입시간을 참고해서 표준감사시간을 정한다는 근거 문항을 두면 감사인과 기업이 실무적으로 감사시간에 대한 합의에 이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계사는 “개정안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에 대한 가산율을 삭제했는데, 표준감사시간 본문에서 내부회계관리제도 FAQ를 참고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당기순손실이나 비적정의견 등 감사종결시점이 되어서야 알 수 있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감사투입시간을 추가로 조정할 수 있다는 근거를 명문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 회계사는 “표준감사시간에 각 회사의 회계인프라 수준도 지표로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유정민 광교회계법인 품질관리실장(공인회계사)은 “표준감사시간이 3년간 시행중인감큼 제도가 실무에 스며들어 공시된 감사시간의 진실성이 높아졌다”면서 “감사인의 전문가적 판단을 반영해 표준감사시간의 탄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회계사는 표준감사시간 개정으로 변경되는 사항에 대해서 FAQ나 가이드를 충분히 제공해 달라고 요구했다 .
특히 개정안이 기업의 개별특성과 고유환경을 고려해 표준감사시간을 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에 대해서 가산율을 삭제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계사는 “표준감사시간을 너무 경직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곤란하며 전문가들의 판단하에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피감사인과 감사인 간의 상호신뢰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보이용자 입장에서 공청회 토론에 참석한 이영관 나이스평가정보 팀장은 “현재 기업의 외부감사 관련 공시 내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팀장은 “현재 외부감사 관련해서는 감사기간과 비용 등 간단한 내용만이 공시되고 있는데, 감사인 숙련도 등이 공시항목에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품질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하가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오는 11일까지 개정안을 공고해 의견조회를 받고, 접수된 의견을 바탕으로 1월 중순에 개정안을 공표할 예정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표준감사시간 심의위원회에서 기업과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특히 기업의 동의하에 만장일치로 개정안을 통과시킨 건 회계 개혁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