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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 절반의 성공, 세금 낸 보람 있다
누리호 발사 절반의 성공, 세금 낸 보람 있다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1.10.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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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전남 고흥반도의 끝자락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 과학기술의 희망 누리호가 거대한 화염을 뿜으며 솟아올랐다. 누리호는 이륙 후 127초에 고도 59㎞에서 1단 로켓을, 이륙 233초엔 고도 191㎞에 도달해 페어링(위성 덮개)을 분리했다. 발사 274초 뒤 고도 258㎞에 이르러 2단 로켓도 분리하더니 순식간에 목표 상공인 고도 700㎞에 도달했다. 여기까지는 모든 과정이 완벽했다. 하지만 최종단계인 우주 궤도 안착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원인은 3단부 7톤 엔진이 목표 연소시간인 521초 동안 타지 못하고 427초에 조기종료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순수 국내기술로 만든 첫 한국형 발사체가 최종단계에서 모사체를 궤도에 올려놓지는 못해 결국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그러나 성공률이 30%를 밑돈다는 첫 발사에서 이 정도면 큰 성과다. 독자 발사체 개발의 꿈을 꾸기 시작한지 11년 7개월 만에 이룬 작지 않은 성과다. 코로나로 우울한 국민은 이날 누리호의 아름다운 비행 궤적을 보는 것만으로도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개발과 발사에 참여한 이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누리호 발사 절반의 성공에서 얻은 것
이번 시험 발사에서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안착시키지 못한 것은 아쉽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르지 않은 법이다. 흠이 생긴 원인을 찾아 고치고 다음 발사에서 완벽한 성공을 거두면 된다. 비록 최종 궤도 안착에는 실패했지만 700㎞ 고도까지 끌어 올림으로써 독자적 수송 능력을 갖춘 세계 7대 우주 강국의 반열을 눈앞에 두게 되지 않았는가. 
이번 발사는 우리 기술진이 어려운 여건을 이겨 내고 이룬 성과라 뜻깊다. 미사일 지침과 강대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1993년 작은 과학 로켓으로 시작한 뒤 2013년 러시아와 협력해 처음으로 ‘나로호’를 제작, 두 번의 실패와 4번의 발사 연기 끝에 성공했다. 나로호 개발에서 익힌 기술을 기반으로 독자적 우주 발사체 개발에 착수했고, 결국 누리호를 통해 우주 강국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우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로켓을 가졌다는 것은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현재 우주 강국은 미국·중국·러시아·인도·일본·유럽우주국 등 6개국이 꼽힌다. 우주 강국은 ▶위성 발사체 자력 개발 ▶상시발사 가능 여부 ▶위성 정보 활용 능력 등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한국은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그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올리지는 못했지만, 1~3단에 이르는 엔진의 연소와 페어링 분리 같은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


□우주항공 산업 불모지에서 시작
한국은 그동안 우주 강국의 핵심 관건인 위성 발사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능력이 없었다. 국내 우주항공 산업은 한·미 미사일 지침에 따른 정부의 의지 부족과 우주항공 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 부진으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자체 발사에 필수적인 나로우주센터가 들어선 것도 2009년 7월에 이르러서였다. 이런 부진을 딛고 한국은 지난 11년간 2조원을 투자해 국산 우주 발사체 개발에 도전해 왔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등 우주 선진국들에 비하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의의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주 개발에 미국은 480억 달러, 유럽은 132억 달러, 중국은 88억 달러를 투자했다. 한국은 7억 달러로 미국의 1.5%, 중국의 8.1%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 항공우주 산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1% 미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리호 발사는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관문을 통과하는 일이다. 우리는 반도체와 통신 등 항공우주 산업에 기반이 되는 기술에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위성을 독자적으로 쏘아 올릴 능력까지 덧붙이면 우주 개발·탐사에서 운신의 폭은 크게 넓어진다.
누리호가 이번에 일군 성과는 크다. 누리호는 첫 번째 시도에서 목표 고도까지 위성을 보냈다.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우주 발사체까지 전 세계에 한국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누리호는 엔진과 발사대를 포함한 대부분 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 영하 183도에서 3500도에 이르는 발사 과정에서 37만 개 부품이 한 치 오차도 없이 작동하게 하는 기술을 8년여라는 짧은 기간에 일궈냈다. 


□우주항공 산업 기술 축적이 어려운 이유
누리호 겉 표면의 약 80%는 최대 3mm 두께에 불과한 알루미늄 합금판으로 이뤄져 있다. 두꺼운 종이 한 장 수준의 합금판이 안으로는 대기압 4~6배의 압력을 견디고 밖으로는 지상 700㎞까지 비행 중 가해지는 압력과 충격을 견뎌야 한다. 누리호 38만 개의 부품 중 하나라도 이 같은 극한의 조건을 견뎌내지 못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우주 발사는 실패로 돌아간다.
우주 발사체 기술은 대표적 안보기술이라 국가 간 기술이전이 엄격히 금지된 분야다. 우주 발사체 기술과 전략무기인 미사일,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기술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러시아 등 우주 발사체 기술을 이미 확보한 나라의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외국 국적자가 로켓 개발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서의 우주항공 산업
우주 산업은 정부가 주도하고 소수 관련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1단계를 거쳐 정부가 우주 개발을 위한 수요의 대부분을 제공하지만 필요한 장비공급은 민간 기업이 해결하는 2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속도가 더 빠른 미국 같은 경우 계획수립, 예산확보, 개발, 활용 등 모든 걸 민간 기업이 맡아서 해결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단계로 향해 가고 있다. 우주 산업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을 통해 할 수 있는 사업은 다양하게 거론된다. 먼저 6세대 이동통신(6G)을 들 수 있다. 지구 궤도에 수없이 많은 통신위성을 올려 어디서나 빠른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사업이다. 두 번째는 우주여행이다. 앞으로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 우주여행이 일반화될 것이다. 세 번째는 광물탐사다. 달 표면에는 ‘헬륨-3’라는 희소자원이 존재하고 있다. 헬륨-3 1톤을 핵융합하면 석유 1400만톤, 석탄 4000만톤과 맞먹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인류가 1만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한다. 해외 투자기관들은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2030년에는 우주 산업 규모가 1조40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과제는 무엇인가
우리 경제가 세계에서 10번째 위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주 개발 참여가 많이 늦은 감이 있다. 위성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어도 그것을 우주에 쏘아 올리는 발사체인 로켓이나 우주 탐사선 개발은 국제 수준에 한참 못 미쳤던 게 사실인데 누리호 발사가 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한국의 우주 산업 역량과 예산·인력은 우주 강국들에 비하면 너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 만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국가적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사업이 얼마 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한 문제도 극복해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주도의 우주 개발을 앞으로 민간이 주체가 되는 ‘뉴 스페이스’로 바꾼다는 비전도 빈말에 그쳐선 안 된다.
지금 세계는 미·중을 중심으로 우주 개발 경쟁에 불꽃을 튀기고 있다. 우리도 여기에 뛰어들려면 우선 내년 2차 발사 성공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2030년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우주항공청 설립 등 총력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누리호 개발은 11년 7개월이 걸렸고 2조원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지만 그 시간과 돈은 허비되지 않았다. 우주개발사업은 인재를 키우고 언제 어디에 쓰일지 모를 첨단 기술을 확보하는 부수 효과도 있다. 미래에 크게 성장할 민간 우주 산업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초석을 지금 놓고 있는 것이다. 
우주 산업 발전은 미래 먹거리 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안보 역량 강화에도 큰 도움을 주는 것이다. 선진국에 크게 뒤떨어졌지만 애국심과 자긍심으로 똘똘 뭉친 우리 젊은이들이 도전 의식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우주 산업에 뛰어들어 스페이스X·블루오리진 같은 업체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반도체·조선처럼 우리가 우주 항공 산업에서 활약하는 일도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 쾌거를 보며 모처럼 세금 내는 보람을 느낀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경영학박사
•수필가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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