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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국정감사, 세정협의회의 수난
[정창영 칼럼] 국정감사, 세정협의회의 수난
  • 정창영 기자
  • 승인 2021.10.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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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했다. 대통령선거를 불과 6개월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국정감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하는 것은.

선거는 세상 모든 이슈를 한 곳으로 빨아들이는 강력한 흡인력(吸引力)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이슈는 수시로 모양과 형태를 바꿔 가공되고 퍼즐 맞추기처럼 적기에 꺼내진다. 이른바 폭로의 계절이 왔다. 달아오르는 이 시절 국정감사는 폭로의 추진 로켓이 됐다.

국정감사 분위기는 해마다 중요 이슈를 타고 흐름을 형성하는 특성을 보였다. 국회가 행정사무, 국정을 감사하는 국정감사는 ‘국민의 감시’라는 본연을 수시로 망각하고 필요와 흐름에 따라 색깔을 달리했다. 이 때문에 ‘국감 무용론’이 대두되기도 하지만 워낙 필요하고 중요한 기능인만큼 보다 진전된 개념으로 국회의 ‘상시국감’ 시스템을 주문하는 요구나 높은 것도 현실이다.

올 국감은 시작부터 분명한 특성이 있다. 대선을 앞둔 여·야 모두 당내 후보 경선을 치르는 시기와 겹쳐 경선·대선 이슈가 곧 국감 이슈가 됐다. 핵폭탄 급 대장동 이슈를 비롯해 국감을 지배하는 주제는 정치성향이 아주 짙다. 당연히 정책감사와는 거리가 멀고, 감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증거와 근거가 쉽게 도외시 되는 경향이 아주 짙다. 솔직히 아슬아슬하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대선 정국에서의 국감인 때문인지 올 국감에서는 ‘카더라’ 질의가 난무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일부의 문제를 근거가 명확치 않은 상태에서 전체화하거나, 지엽적인 사건·사고를 일반화로 몰아가는 경향’이다. 물론 전체의 문제가 어둠 속에 감춰져 있다가 일부를 통해 발각되고 확인된 것이라면 몰라도 ‘그럴 것이다’ 정도를 갖고 일반화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감에서는 선명하고 자극적인 질의가 분위기를 주도하며 관심을 끌고 당연히 여론의 주목을 받는다. 감사위원(국회의원)이 낸 보도자료는 구체적 사실 확인을 떠나 그 자체가 뉴스이고 기사다.

국감 질의를 하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 행사’인 이 기회에 한 건 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의 조명까지 받는 찬스를 외면할 수 없다. 수감기관 입장에서도 이 시즌에 의원님께서 질의하신 내용에 대해 ‘철없이’ “사실은 그게 아닙니다.”를 강력하게 주장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정해진 시간에 치러지는 일인데 굳이 이슈화로 빨려드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일부를 일반화 시키려면 수많은 검증을 거쳐 근거와 증빙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실수나 사고를 그 분야의 전체 현상으로 확대하려면 단순한 ‘심증’이나 ‘소문’을 넘어야 한다. 단순히 ‘그럴 수도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임의적 해석을 하다보면 근거와 증빙이 무시되고, 엉뚱한 결론을 만들어 심각한 피해를 수반한다.

실제로 직원 한 두 사람의 일탈을 두고 그 조직 전체를 ‘문제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위험하다. 물론 잘못된 부분을 분명하게 바로잡기 위한 대책을 묻고 따지는 일은 필요하고 확실한 개선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문제를 찾아내려면 우선 본질에 접근해야 하고, 그 문제의 과거와 현재를 정확히 살펴야 하며, 현실에서의 부조화 내지 병리현상을 꼭 짚은 뒤 개선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부와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 공(功)을 꼭 들여야 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누구처럼 ‘냄새가 난다’만으로 ‘폭로’하는 것은 곤란하다.

과거 군사정부 시절 세무서 직원들의 금품수수 사건이 터지면 국세청 대책에는 어김없이 ‘세무서 직원과 납세자와의 접촉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가 등장했다. 발표하는 당국자가 ‘접촉기회의 원천적 차단’ 대목을 읽을 때는 얼굴에 비장함이 보였다.

직원 부조리 예방 차원에서는 일부 수긍도 가지만 국세행정이 엄연한 상대(납세자)가 있는 대민행정인 점을 감안한다면 나가도 너무 세게 나간 면이 있었다. 국세청은 이후 불필요한 납세자와의 접촉기회는 시스템으로 크게 줄이는 대신 건전하고 활발한 소통을 통해 납세자의 현장소리를 적극적으로 듣는 쪽으로 세정방향을 잡아 오고 있다.

일선 세무서에서 운영하고 있는 ‘세정협의회’는 세무서가 관내 납세자들과 소통을 하는 거의 유일한 창구다. 역사도 50여년을 넘고 있다. 세무사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 성격의 업무창구가 있기는 하지만 납세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는 채널은 세정협의회가 유일하다.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만큼 세정협의회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공직사회의 변화 내지 변천과 세정협의회도 같이 호흡해 왔다. 세무서가 ‘슈퍼 갑’이던 초창기 세정협의회 회원들은 ‘들러리 병풍’ 역할에도 감지덕지해야 했고, 갖은 궂은일에 동원되면서 오해를 받기도 했다.

50년 전 공직사회와 지금의 공직사회가 확연히 달라졌듯 세정협의회 운영 역시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오늘의 모습으로 자리를 하고 있다. 회원들은 국세행정에 협력한다는 의미에서 자긍심과 명예도 갖고 있다.

올 국감에서는 ‘국세청 게이트’라는 제목으로 세정협의회가 문제가 제기됐다. 일부 세무서장이 퇴직 후 회원사 고문을 맡으며 고문료를 받았고, 서장 재직 시 모범납세자 상을 주고 역시 퇴임 후 대가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울러 세정협의회 회원은 일종의 ‘세무조사 보험용’으로 참여한다는 뉘앙스의 해석도 제기됐다.

이 문제를 제기한 김두관 의원은 세정협의회가 소통창구가 아닌 ‘로비 창구’로 전락했다며 전면적인 수사를 촉구하고, 일부 언론에서 ‘세정협의회 폐지 검토’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이는 꼬리 자르기”라며 전면 수사를 촉구하는 추가 자료를 내기도 했다.

세정협의회나 이를 이용하는 국세공무원을 감쌀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제기된 의혹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었고, 과거 일부 관행으로 전해 들었던 내용도 있다.

문제로 제기된 세정협의회 회원의 ‘세무조사 보험’과 ‘모범납세자 표창 거래’는 심각한 문제인 만큼 먼저 정확한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오늘의 세무조사가 대상선정부터 조사종결에 이르기까지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치는지, 여기에 봐주기 개입의 소지가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표창 거래’ 역시 모범납세자표창 선정과정과 절차를 우선 살펴야 한다. 세무서장이 주고 싶다고 그냥 쉽게 줄 수 있는 것이 모범납세자 표창인지 면밀하게 봐야 한다.

특히 세정협의회 회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퇴임 서장을 고문으로 위촉하는지, 한다면 그 이유와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객관적으로 증명돼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의 세정협의회 폭로 문제와 관련해 최근 퇴임한 세무서장에게 물었다. “언제 적 이야기”냐는 반문부터 “세무서장의 업무 한계를 알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아울러 “요즘 세무서장·과장이 어떻다는 건 세정협의회원이 되는 순간 그들이 먼저 알게 된다.”면서 “제기된 사례는 당시 우리도 고개를 갸웃거렸던 일인데 이것을 전체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국감이지만 너무하다.”고 말했다.

잘못된 관행은 시정하고 바로 세워져야 한다. 그게 발전이고 할 일이다. 과연 오늘의 세정협의회가 세무서 ‘로비창구’이고 ‘짬짜미 온상’일까?

‘세정협의회’를 다시 살피는 계기로는 삼아야겠지만 만약 일부 문제가 전체로 몰아 붙여진 것이라면 세정협의회와 회원들은 이번 국감에서 큰 상처를 입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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