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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관계인의 범위는 연좌제인가
특수관계인의 범위는 연좌제인가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1.10.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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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사회상·친족관계 세법에 합리적으로”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상장사협의회가 상법·자본시장법·공정거래법·금융사지배구조법 등 경제 관련 법령에 규정되어 있는 친족의 범위를 조사한 결과 법마다 정하고 있는 친족의 범위가 다르고 그 범위도 넓다고 한다. 그 중 일부를 보면, 사외이사의 결격사유 등과 관련된 상법의 친족의 범위는 ‘최대주주의 배우자(사실혼 포함),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으로 되어 있는 반면, 공개매수 의무나 대량보고 의무와 관련된 자본시장법의 친족의 범위는 상법상 친족의 범위에 더해 ‘양자의 생가의 직계존속, 양자 및 그 배우자와 양가의 직계비속, 혼인 외의 출생자의 생모’까지 친족의 범위를 넓혀 규정하고 있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한국과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 5개국의 경제 관련 법령을 조사한 결과 친족의 범위를 6촌 이내까지로 규정한 나라는 한국 외에는 한 곳도 없다고 하면서, 해외 사례에 비춰봤을 때 국내법이 규정하고 있는 친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상장사협의회는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거나 누군지도 잘 모르는 먼 친척관계까지 주식 보유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친인척의 범위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생계유지나 근로관계 등 경제적으로 종속관계에 있느냐 여부 등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해외 사례를 감안하고 산업화 및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가족의 범위도 좁아졌다는 이유를 들어 기업이나 경제 관련 법령상 친족의 범위를 2촌 이내로 좁힐 것을 제안했다.


전통적으로 혈연관계를 중시하는 우리사회의 특성상 아무래도 친족관계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비록 그 범위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다른 경제 관련 법령에서처럼 현행 세법에서도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세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여러 가지 규정들이 있다.

이러한 규정들 중 몇 가지를 보면, 국세기본법과 지방세기본법의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의 부당행위계산 부인, 부가가치세법의 용역공급의 특례,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저가 양수 또는 고가 양도에 따른 이익의 증여 및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제공받은 사업기회로 발생한 이익의 증여 의제,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 의제, 지방세법의 과점주주의 간주취득 등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헌법재판소는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구 국세기본법 제39조 제2호의 위헌소원에서 주주 등과 그의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쳐서 과점주주 여부를 판단하고 제2차 납세의무를 지우는 것이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납세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결정문에서 “조세 관련 법률이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때에는 헌법 제38조에 의한 국민의 납세의무에도 불구하고 헌법상 허용되지 않지만, 오늘날에 있어 조세는 국가의 재정수요를 충족시킨다고 하는 본래의 기능 외에도 소득의 재분배, 자원의 적정배분, 경기의 조정 등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민의 조세부담을 정함에 있어서 재정·경제·사회정책 등 국정전반에 걸친 종합적인 정책판단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국세기본법의 출자자의 제2차 납세의무 규정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는데, 헌법재판소의 이런 시각은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있지만 기업이나 경제 관련 법령에서 친족의 범위가 너무 넓다는 한국상장사협의회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가족관계나 친족관계에 대한 가치관이 급변하고 있는 시대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특수관계자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게 규정하고 있는 세법을 비롯한 각종 법령들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세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 국세기본법 제2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조의2의 규정 중 친족관계와 관련된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보면, ‘본인과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 배우자, 친생자로서 다른 사람에게 친양자 입양된 자 및 그 배우자·직계비속’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친족에 대해 정하고 있는 민법의 규정을 보면 제767조에서 친족의 정의를 ‘배우자, 혈족 및 인척’으로 규정하면서, 제768조에서 혈족은 직계혈족과 방계혈족으로 구분하고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을 직계혈족으로, 그리고 자기의 ‘형제자매와 형제자매의 직계비속, 직계존속의 형제자매 및 그 형제자매의 직계비속’을 방계혈족으로 하고 있고, 제769조에서는 인척을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민법 제777조에서 친족관계로 인한 법률상 효력이 미치는 친족의 범위를 ‘8촌 이내의 혈족과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로 규정하면서, 제779조에서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로 규정하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핵가족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가족관계를 고려해보면 과거 혈연중심 사회의 친족의 범위를 유지하고 있는 민법 등의 규정들은 심하게 말하면 시대착오적이라 할 것이다.


우리 속담에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친척이라 하더라도 멀리 떨어져 살면 자주 보기가 쉽지 않고 자연히 정도 멀어지게 마련이다. 반면, 가까이에 있는 이웃과는 자주 교류하면서 잘 지내다보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도 있을테니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속담이 생겨났을 것이다. 물론, 이와는 달리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에서 보듯이 전통적으로 혈연관계를 중시해온 우리 사회에서 가족관계는 타인과의 관계에 비해 더 끈끈하고 중요하게 여겨져 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과거 농경사회와는 달리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는 바쁜 사회생활과 함께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처럼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주거형태로 인해 멀리 있는 친인척뿐만 아니라 이웃과도 그렇게 가깝게 지내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공동체의식은 약해지고 핵가족 현상과 개인주의가 일반화되면서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는 친인척에 대한 인식이 약해지고 심지어는 이웃과의 관계도 단절되어 가고 있다.


지난 5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4차 가족실태조사’ 결과발표를 보더라도, 2020년 기준으로 우리 사회의 평균 가구원수는 2.3명인데, 2015년에 비해 1인가구의 증가가 두드러져 2015년에 21.3%이던 1인 가구의 비중이 2020년에는 30.4%로 증가했으며, 부부와 미혼자녀로 이루어진 가구의 비중은 오히려 2015년에 44.2%이던 것이 2020년에는 31.7%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해당 조사결과 전통적 개념의 가족에 기반한 가족의례에 대한 인식도 부모와 자녀 등 직계가족이나 당사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범죄인과 친족관계에 있는 자에게 연대책임을 지우는 연좌제가 있었는데, 대한민국헌법 제13조 제3항에서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연좌제가 허용되지 않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경제적 연관관계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친족관계라는 이유로 특수관계인의 범위에 포함시켜 각종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일종의 연좌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므로, 세법을 포함해 기업이나 경제 관련 법령에서의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변화하는 사회상과 친족관계를 반영하여 그 범위를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현) 세무회계 조이 대표세무사
•현) 전경련 중소기업협력센터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전)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국립세무대학 내국세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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