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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대선 주자에게 드리는 고언
[논설위원 칼럼] 대선 주자에게 드리는 고언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1.10.01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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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선거 국면이 시작됐다. 건강한 공론의 장은 애초부터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일까.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주자들은 자당, 타당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 후보의 비리나 의혹을 들추며 이른바 네거티브 공방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문자와 댓글 테러가 난무하고 궤변을 일삼는 행태를 보면서 장삼이사의 걱정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대한민국이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면서 차기 대통령 후보자에게 고언을 드린다.


첫째, 국가 장래를 고민하고, 미래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연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6월 발간한 ‘사회보장정책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040년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2039년까지는 가입자의 보험료 납입액 등 수입이 연금 지급액 등 지출보다 많아 흑자가 이어지지만 2040년엔 16조1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다. 2054년이 되면 적자 규모는 163조 9000억원까지 늘어나서, 1990년생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2055년을 1년 앞두고 적립금이 모두 고갈되고 마는 것이다. 이는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예상한 추계보다 더 부정적으로 전망된 것이지만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끝내 고갈될 것이라는 데에는 정부도 이견이 없다.
국민연금 외에도 현 상태가 지속하면 파괴적인 미래가 확실시되는 분야를 꼽으면 노동시장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 노동시장 유연성은 100위권 수준이다. 한국 경제의 약점을 지적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이 노동시장 경직성이다. 국민연금과 달리 노동시장의 문제는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점에서 더 시급하다. 개혁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는 멀지 않은 미래에 엄청난 실업충격으로 다가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내세우는 정치인은 보기 힘들다. 연금개혁도 정치인에게는 인기 없는 아젠다다.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주요 대선주자들도 선심성 공약은 남발하면서 정작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개혁에는 침묵한다. 국민이 대통령의 임무를 맡기는 것은 임기 중 현안만을 처리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보다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필요한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둘째, 나랏빚 겁 안 내는 황당한 ‘퍼주기’ 약속은 안 된다. 대선후보 중 한 분은 “국민이 시원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면서 에어컨용 전기료를 감면해 주자고 했다. 그는 또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들에게는 세계 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 싶다”고도 했다. 또 다른 후보는 “군 제대 남성들에게 사회출발자금으로 3000만원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52조원을 들여 전 국민에게 월 8만3000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무슨 재원으로 이런 일을 할 것인가. 물어보면 답은 뻔할 것이다. 세금밖에 없으니 말이다. 대폭 증세나 세목 신설 없이 별도로 예산 수조 원을 확보하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실현 가능성, 파장 및 후유증, 재원 조달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현실적인 공약으로 경쟁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4년 동안 나랏빚을 무려 300조 원이나 늘려 ‘국가 채무 1000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최근 내놓은 이른바 포퓰리즘 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합치면 벌써 연간 146조원을 넘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리스에서 좌파정권이 무상복지를 마구 퍼붓다가 나랏빚을 급증시켜 결국 국가 부도 사태를 초래한 것을 전해 들은 국민은 불안하다. 포퓰리즘 경쟁은 망국의 길임을 정치인과 유권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 조직의 규모와 기능을 대폭 축소 조정해야 한다. 인구가 줄기 시작했고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공무원 수를 늘리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국방, 치안, 방재, 방역, 복지 기능은 강화하되 나머지 기능들은 민간에 이양하거나 수평적 협업으로 해결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도 각 부처 장관에게 과감하게 돌려줘야 한다. 물론 권한 위임에 따른 책임은 당연히 물어야 한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조직도 슬림화해야 한다. 청와대는 정책의 조정과 보완 역할로서 충분하다. 국방, 외교 분야를 제외하고는.
국회의원 수도 확 줄여야 한다. 우리 국회는 권한과 역할, 비용, 품격 등 전방위로 문제가 심각하다. 법 만능으로 폭주하는 규제 입법은 일상이 돼버렸다. 공청회 등 그나마 절차가 있는 정부 입법과 달리 의원 개개인의 입법권은 무한대다. 국정 감시는 날림이면서, 지역구 관련 예산이라면 시·군 기초의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동네 의원’ 수준이다. 북유럽 국가처럼 자전거로 출퇴근하거나 의원회관에 간이침대를 둔 의원은 찾아볼 수도 없다. 국회의원들의 막말이나 가짜뉴스까지 불사하는 저급한 공세를 보면 말 그대로 수준 이하가 태반이다. 인구비례로도 그렇지만, 나라발전을 저해하는 여의도 풍토를 보면 국회의원 수는 100명도 많다고 본다. 


넷째, 누더기 세법의 디체킹(D-checking)이 필요하다. 징벌적 부동산세, 기업 발목을 잡는 법인세 누진제,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 등에 대한 국민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그동안 땜질처방으로 일관해 왔다. 집값을 잡겠다며 보유세와 거래세를 징벌적 수준으로 올렸다. 주택을 매각할 때 차익의 최대 75%까지 양도세로 토해내야 한다. 세금이 아니라 벌금이다. 서울에 아파트를 보유한 4명 중 1명은 부자세인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다. 세금폭탄에 집을 그대로 갖고 있을 수도, 사고팔 수도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세뿐만 아니다. 현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세계 흐름과는 거꾸로 법인세율을 올렸다. 국내기업의 법인세 부담률이 다른 나라 경쟁기업에 비해 너무 높다. 세수 분포도 기형적이다. 우리나라는 직장인 중 무려 40%가 세금 한 푼 안 낸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의 70%를 납부할 만큼 일부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의존도가 높다. 그러니 세금 내는 것을 돈 많은 사람의 의무로, 세금 안 내는 것은 나의 당당한 권리로 생각한다.
최고세율이 50%에 이르는 상속세율은 영국·독일·덴마크·스웨덴 등 복지 선진국보다도 훨씬 높다. 재력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상속세도 억 소리 나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정부가 집값을 비상식적으로 올려준 덕분에 어지간한 사람은 살던 집 한 채도 자녀에게 물려주지 못하게 됐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원을 넘긴 상황에서 조금 괜찮다 싶은 지역의 아파트를 물려주려면 족히 3억~4억원은 상속세로 내야 한다. 여기에 상속받는 자녀 이름으로 아파트 명의 변경을 하려면 수천만원의 취득세를 덤으로 내야 한다. 소득세 꼬박꼬박 내고, 아파트 재산세에 종부세까지 매년 정부에 갖다 바쳤는데도 다시 거액의 상속세, 취득세로 더 내야 하는 것이다. 


다섯째, 기업규제 혁신, 정치가 기업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미 국무부의 ‘2021 투자환경보고서’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외국 CEO는 각종 법률 리스크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체포·기소 위험도 무릅써야 한다”고 했다. 규제 탓에 갈수록 기업하기 어려워지는 국내 기업환경을 감안하면 반박하기 힘든 질타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미 국무부 지적은 새로운 것도 놀랄 일도 아니다. 매 순간 발목을 잡는 과잉 규제의 덫을 헤쳐 나가야 하는 게 기업인들의 현실이다. 기왕에 그 기업과 점포를 허가해줬으면, 문을 여는 게 스스로 이득이 될지 아닐지는 개별적으로 판단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어떻게 비용을 줄이고, 어떻게 이익을 늘리겠다는 생각을 스스로 할 수 없다면 무슨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까. 진정 상생과 배려를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많이 벌어서 원하는 만큼 기부하게 하고 보조금을 내놓게 하면 되는 일이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국가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진실로 남달라야 한다. 오로지 국익을 키우고 후대의 번영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가 서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도자의 길은 영광보다는 가시밭길에 가깝다. 그럼에도 지금 그 자리에 도전하겠다는 이들에게서 그런 고민과 각오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대선에 나선 주자들이 고언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유권자들이 눈을 부릅뜨고 주시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본지 논설위원)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본지 논설위원)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경영학박사
•수필가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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