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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난마처럼 얽힌 부동산시장 해법
[칼럼] 난마처럼 얽힌 부동산시장 해법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1.08.11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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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마(亂麻)는 어지럽게 얽힌 삼실의 가닥이라는 뜻으로, 갈피를 잡기 어렵게 뒤얽힌 일이나 세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지금 우리 부동산시장과 딱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한다.
지난달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관계장관들이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홍 부총리는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 하나 되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했다. 4년 넘게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으니 믿고 따라오면 된다”며 호언장담을 해온 이 정부 아니던가. 브리핑 소식에 솔직히 집값 잡을 묘책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혹시나 하던 기대는 역시나가 되고 말았다. 
세금폭탄을 안긴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린 건 정부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홍 부총리는 시장이 지적하는 공급 부족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국민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으로, 회견장에 배석한 경찰청장은 “형사처벌 되거나 소중한 재산을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 달라”며 “전문 투기세력은 범죄단체 조직으로 간주해 엄벌하겠다”는 경고성 발언도 했다. 


□“세금”이란 칼도 외면해버린 부동산시장
정부 당국자들은 올해 6월부터 양도세와 종부세 강화를 앞두고 진작부터 세금 때문에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낙관해왔다. 그러면서 “고가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는 종부세만 1억원을 낼 수도 있다”거나 “양도차익의 7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엄포부터 놨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올해 서울에서 절세용 급매가 나왔다는 소식은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 증여를 통해 종부세와 양도세를 피한 사례는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시장은 거래를 하지 않았다. 세금을 올릴 테니 올리기 전에 빨리 팔라는 정책당국의 의지와는 달리 시장은 제대로 반응하지 않은 것이다. 
왜 그럴까. 그동안 정부는 부동산시장이 침체됐을 땐 양도세를 비과세(세율 0%)했다가 집값이 오르면 세율을 끌어올렸다. 이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부동산 양도세는 집값의 흐름에 따라 0%~75% 사이를 왔다 갔다 해왔다. 이번에도 시장의 선택은 “그냥 버텨보자”가 대세였다. 그동안의 세제 변화가 만든 일종의 학습효과다. 보유세를 각오하고 버티는 것이 고율의 양도세를 부담하는 것보다 득이 된다거나, 언젠가는 세율이 다시 하향조정 될 것을 기대한다거나 아니면 이도 저도 모르겠다고 체념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정부 당국의 예상은 시장에서 보기 좋게 외면당하고 만 셈이다. 


□정책 목표를 1가구 1주택에서 거주·이전의 자유 보장으로 돌려야 
현 정부가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고 수요 억제에 부동산 정책의 방점을 찍게 된 배경에는 1가구 1주택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 주택수를 가구 수로 나눈 주택보급률은 2017년 당시 전국적으로 104.2%에 달했고, 이는 1가구 1주택 원칙에 비춰볼 때 공급은 부족하지 않으며, 따라서 다주택자와 투기가 유발하는 수요 조절만 하면 부동산 가격 안정을 가져올 것이란 판단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데 주거에 대한 시장의 선호는 과연 어떨까? 일자리를 좇아서, 자녀교육 때문에, 미세먼지를 피해서 등등 개인별 사정으로 이사를 고민할 것이다. 거기다가 1인 가구의 급증도 한몫한다. 삶의 행태가 다양해진 만큼 이사 필요를 느끼는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그런 수요가 해결되려면 먼저 내가 원하는 집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그런 집을 찾는다 하더라도 그 집에 사는 상대방이 공교롭게도 내 집을 원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상황을 사회 전체로 확대해 보면 부동산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복잡하고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1가구 1주택’은 성공하는 사회의 근간을 구성하는 ‘원칙’이 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1주택을 강요하는 것은 ‘수요·공급 불일치’만 증폭시켜 집값 상승과 불평등을 낳고 성장동력을 위축시킬 뿐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그렇다면 여기서 정부 당국이 추구해야 하는 정책의 가치는 ‘거주·이전의 자유’라야 한다. 우리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가치다. 원하는 곳에 원하는 집이 신속히 공급되고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사회를 목표로 할 때 국민의 행복추구권은 더욱 보장되고 삶의 질은 향상될 것이다. 다주택자를 무조건 징벌하는 고율 과세체계는 약자를 보호하고 공동체 전체의 가치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로운 주택의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 문제를 푸는 해답은 바로 빈집과 주택임대시장이다. 따라서 빈집과 다주택자의 집을 시장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이 주택이 빵이라면 밤새 몇 개라도 구워내고 싶다는 푸념이 역설적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일관성 아쉬운 1주택자 장기보유 특별공제 축소
여당은 지난달 18일 한 집에 오래 산 1주택자에게 적용해주던 장기보유 특별공제율을 낮추는 방안을 확정했다. 현재 1주택자의 경우, 보유기간 10년, 거주 기간 10년이면 양도차익의 80%까지 공제받고 나머지 20%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금액별로 6~45%의 양도세를 낸다. 어떤 지역에 살든 10년 이상 보유하고 10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는 투기목적이 아니라 실거주자로 보고 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런데 그 개편안이 현실화하면 양도차익이 클수록 공제율이 줄어든다. 10년 보유, 10년 거주 요건을 채워도 양도차익이 5억원 미만일 때만 80%를 공제해주고 5억원을 넘으면 공제율을 70%로 줄인다. 10억~20억원은 60%, 20억원 초과는 50%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그렇게 되면 비슷한 아파트를 똑같은 가격에 팔더라도 10년 전에 이사 온 사람보다 20년 전 집값이 쌀 때 이사 온 사람의 양도세 부담이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종부세 개편안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시세를 반영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아파트가 70.2%, 단독주택이 55.8%다. 이런 상황에서 공시가격 상위 2%로 과세대상을 줄 세우면 아파트 사는 중산층이 그보다 시세가 더 비싼 단독주택에 사는 부유층보다 세금을 더 내게 된다. 
거주 목적의 1주택자에게만 적용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축소하는 것은 주거복지 침해나 다름없다. 1주택자가 집을 판 돈은 다른 살 집을 사는 데 써야 하는 돈이다. 투기성 이득과 동일시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취득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거래세 부담이 높아 지금도 살던 집을 팔면 그 집을 다시 살 수가 없다. 안그래도 주택의 수평 이동을 힘들게 하는 세제다. 그런데 집 투기하지 말고 실거주하라고 해놓고 한 집에 오래 살아 집값 올랐으니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곤란하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을 잡겠다면서 거래세와 보유세를 급격히 올려 부동산세제는 이미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1주택자가 한 집에 오래 살수록 집을 팔 때 현행 과세체계보다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까.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고 싶다면 세금을 포기해야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하던 정부·여당의 의지는 아직도 그대로다. 쉴 새 없이 오른 부동산 시세차익을 회수하겠다는 의지도 변함없는 것 같다. 따라서 다주택자들은 정말로 집을 내놓기 어려워졌다. 판다면 양도차익의 상당 금액을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1주택자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마찬가지다. 기존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는 실수요자라서다. 이들이 양도세 중과 전에도 팔지 않았는데 지금 팔 이유가 있을까.
지난해 6월 1만5000건을 넘었던 아파트 매매 건수는 올 1월 5771건으로 줄었다. 4월에는 1665건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정부가 올 1~4월 거둔 양도세 세수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조9000억원 늘었다. 거래는 줄었지만 건당 세액이 늘어서다. 지금 집값이 올라서 현금을 챙기고 있는 건 정부뿐이다.
정부 당국이 정말 다주택자 매물을 시장에 쏟아내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고 싶다면 무주택자에게 집을 파는 다주택자에 한해 고율의 양도세를 안 걷으면 된다. 아울러 무주택자의 취득세도 과감하게 낮춰라. 매도자는 양도세 내는 것보다 더 많은 차익을 손에 쥘 수 있고, 매수자는 현 시세보다 좀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줄어든 양도세·취득세만큼 중간가격이 새롭게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인 간 위장거래 등 편법이 있을 수 있다. 그때는 관계기관이 나서서 단속하고 엄벌하면 된다. 얽히고설킨 삼실을 풀 수 있는 쾌도난마 묘수가 될 것이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경영학박사  
•수필가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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