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7-21 12:01 (일)
[국세칼럼] 조세법률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
[국세칼럼] 조세법률주의와 위임입법의 한계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1.07.16 08: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주주 요건, 중과세 대상 주택수 등을 시행령에 위임한 결과
큰 혼란 자초…힘들어도 과세요건은 가급적 모두 법률에 담아야”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하는 “이슈와 논점”이라는 정보 소식지에 ‘조세법률주의의 현대적 의미와 과제’라는 제목의 글이 실렸는데, 핵심내용은 대한민국 헌법 제59조에서 채택하고 있는 조세법률주의를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이를 악용한 조세회피 등을 방지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경제현실의 변화나 전문적 기술의 발달 등에 관련되는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는 위임입법이나 실질과세의 원칙 등을 활용해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조세법률주의’란 법률의 근거 없이는 조세를 부과·징수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이는 국가의 부당한 과세권으로부터 국민의 재산권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생긴 이론인데, 이와는 반대로 법률에 규정되어 있으면 설사 악법이라고 하더라도 그 규정이 위헌결정으로 인해 폐지되지 않는 한 지킬 수밖에 없는 난점도 있다. 조세법률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일반적으로 과세요건 법정주의, 과세요건 명확주의, 소급과세금지원칙 등을 들고 있다.

 
위 국회입법조사처의 문건에서도 언급했듯이 급변하는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경제 현상들에 대해 일일이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하위법령에 위임입법을 하거나 법령에서 특별히 정하고 있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는 실질내용을 파악해서 세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실질과세원칙’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입법조사처의 위 문건에도 나오듯이 조세는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침해적 기능 때문에 법의 지배원리가 다른 행정분야보다 더 높은 강도로 요구되고 있고,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조세규범은 법률의 형식으로 입법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실질에 부합하는 과세를 위해 실질과세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복잡하고 다양한 경제현상을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포괄적인 위임입법을 허용하는 것은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할 것이다.

위임입법과 관련하여 논란이 되었던 최근 사례로는 작년 하반기에 주식양도에 대한 양도세 과세와 관련해 대주주의 요건 때문에 큰 혼란이 있었던 것을 들 수 있다. 

현재 개인이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세법상 대주주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양도소득세 과세여부와 적용되는 세율이 달라지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대주주 요건은 납세자의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득세법에서는 대주주에 대한 구체적인 요건을 법률에서 규정하지 않고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대주주의 요건 중 금액요건에 대해 2018년 초에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매년 단계적으로 기준금액을 낮춰 대주주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했었다.

문제는 이미 개정된 내용 중에 시가총액기준 대주주 요건을 10억원 이상에서 2021년 4월부터는 3억원 이상으로 낮춰지는 것에 대해 2020년 하반기 들어 갑자기 주식양도에 대한 과세대상을 너무 급격하게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여야 정치인과 심지어 일부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이 논란에 가세해서 대주주 기준금액을 다시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당시 관련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런 논란에 대해 이미 몇 년 전에 개정된 내용이고 공평과세와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할 뜻이 없음을 수차례 밝혔지만, 결국 여론의 압박에 밀려 2020년 11월 초 당·정·청 협의로 2021년 4월부터 시행예정이던 대주주 요건을 종전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을 낸 바 있다.

위임입법과 관련되는 또 다른 사례로는 임대등록주택 보유자의 거주주택의 1세대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와 관련된 논란을 들 수 있다. 그동안 요건을 갖춰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임대주택의 경우 거주주택을 양도할 때 보유주택 수에 포함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1세대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규정을 적용해 왔다. 

그런데 몇 년전 모 지방국세청의 감사에서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양도하는 거주주택이 양도가액 기준으로 9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등록임대주택은 없는 것으로 보고 양도세가 비과세되지만,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의 경우에는 등록된 임대주택도 보유주택 수에 포함하여 다주택자로 보고 고가주택 양도차익분에 대하여는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배제와 중과세율을 적용해 양도소득세를 계산해야 한다고 해석을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로 인해 이미 1세대 1주택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양도세를 신고한 다수의 납세자들에게 추가로 양도세가 부과되었고 이에 대해 납세자들은 불복청구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논란이 발생하게 된 이유는 그동안 1세대 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규정을 적용할 때 소득세법 시행령 제155조 제20항 따른 장기임대주택과 그 밖의 1주택(거주주택)을 보유하다가 그 거주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국내에 1개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양도소득세 비과세 규정을 적용한다는 것은 법령에 명확히 규정이 되어 있었지만, 양도세 중과세율 등을 규정하고 있는 소득세법 제104조의 세율규정에서는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는 다주택에 대해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하면서 정작 해당 시행령에서는 중과세율 적용에서 제외되는 주택에 임대등록주택을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해석상 임대등록주택이 있는 거주주택에 대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고가주택 중 9억원 초과분에 대하여는 1세대1주택으로 취급받지 못하는 기형적인 법해석이 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올해 들어 정부는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 적용 시 주택수 계산과 관련되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167조의3(1세대 3주택 이상에 해당하는 주택의 범위)을 2021년 2월 17일자로 개정하면서 제1항 제13호를 신설하여 보유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주택의 범위에 장기임대주택을 포함시킴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했다.

위 사례들에서 보듯이 소득세법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던 대주주 요건에 대한 논란이나 양도세 중과세대상 주택수 등에 대한 논란은 봉합이 되긴 했지만, 이처럼 주식양도에 대한 과세여부와 적용되는 세율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는 대주주의 요건이나 중과세율 적용대상 주택의 범위 등을 법률에서 대략적으로도 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으로 시행령에 위임해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점은 남아있다 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59조에서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여 조세법률주의를 명확히 하고 있는데, 조세법률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 과세요건 법정주의라고 할 수 있다. 

과세요건이란 과세권행사에 필요한 요소로서 납세의무자, 과세물건, 과세표준, 세율 등이 있는데, 이런 과세요건은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되므로 법률로 정해야 하고 법률의 근거 없이 하위법령에서 과세요건을 정하는 것은 법률에 위배되어 효력이 없다는 것이 과세요건 법정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급변하는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조세법에 대해 어느 정도 위임입법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재산권과 직결되는 과세요건 사항 등은 그 과정이 힘들고 더 많은 비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가능하면 구체적인 내용을 법률사항으로 해서 국회심의과정을 통한 더욱 강한 공론화의 과정을 거치고, 또한 최소한 법률에서 과세요건의 대략적인 범위라도 정한 후에 시행령에 위임해서 규정하는 것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현)세무법인 조이 강남지사 대표세무사
•현)전경련 법무서비스지원단 전문위원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2006년)
•호주 시드니대학교 로스쿨 졸업(2009년)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master@intn.co.kr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 2층(서교동,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