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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저출산·고령화 극복 전략 다시 짜야
[국세칼럼] 저출산·고령화 극복 전략 다시 짜야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1.07.0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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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복은 타고 난다.”

6.25전쟁의 후유증 때문에 먹고 살기가 고달팠지만 집집마다 많은 자식을 낳았던 때가 있었다. 딱히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자기 복’만 믿고 태어난 자녀들이 보통 예닐곱 명이 더 됐다. 오히려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정부 홍보 노래도 있었고, 연말정산 세액공제도 셋째 이하는 혜택을 주지 않았을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어느새 저출산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 심각성을 알게 된 정부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16년 동안 무려 272조원의 돈을 저출산 대책으로 쏟아부었다. 이는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절반과 맞먹는 규모다. 그렇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신생아 수)은 0.84명을 기록했다. 이는 인구통계 사상 역대 최저다. UN 인구통계 조사 대상 198개국 중에서도 우리나라가 압도적 꼴찌다. 

지난해에는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어지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하며 인구 자연감소 시대로 접어들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다. 2017년 출생아 수 40만 명 선이 무너진 후 불과 3년 만에 30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 이것은 당초 정부와 각종 연구기관이 예측한 2029년보다 무려 9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서기 2700년쯤에는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는 저출산·고령화가 복지의 문제에서 생존의 문제로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구감소가 경제에는 대재앙이기 때문이다. 인구감소 시대를 먼저 겪고 있는 일본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과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반갑지 않은 모양새다. 

인구가 준다고 뭐 그리 큰 변화가 있겠느냐 할지 모른다. 오늘 당장 먹고살기 힘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내일 경천동지할 일이 발생할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가파르게 떨어지는 이 인구절벽의 하강 곡선이 소름 끼치는 일이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수출과 내수를 회복해 경제만은 잘 돌아가게 될 것처럼 보이지만 조만간 마이너스 성장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은 다분하다. 

2020년 60대 이상 인구는 1244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24%에 이르렀지만 10대 이하 인구는 16.9%에 불과하다. 그런데 보건 의료비의 90% 정도를 건강보험에 의지하는 구조를 감안 하면 젊은 세대의 보건 의료비 부담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매년 급격히 주는데,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늘어난다. 국가와 가정, 젊은 층이 부담해야 할 고령자에 대한 보건 및 사회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젊은 세대들이 결혼하지 못하고,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결혼하지 않는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라고 하지만, 실상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만한 직장이 없고, 직장이 있더라도 삶의 보금자리(내 집)를 갖기 힘들고, 힘들게 마련한 내 집이 있더라도 아이까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짐을 우리 청년세대들은 지고 있다. 청년 체감 실업률 26%, 집값, 30~40대가 직장에서 쫓겨나는 상황에서 애를 낳기엔 지옥이다. 

그동안 각 지자체 등은 아이를 출산하는 부모에게 신생아 양육비를 지원하거나, 주택자금을 대출한 가정이 아이를 낳으면 은행 빚을 대신 상환해주기도 한다. 전남 영광군은 신생아 양육비로 첫째 500만원, 둘째 1200만원, 셋째부터 다섯째까지 3000만원, 여섯째 이상은 3500만원을 지원한다. 충북 제천시는 5000만원 이상 주택자금을 대출한 가정이 아이를 낳으면 셋째까지 5150만원의 은행 빚을 상환해주는 정책을 올해 처음 도입했다. 경남 창원시는 올해부터 신혼부부에게 최대 1억원까지 저금리로 대출해준 뒤 10년 안에 세 자녀를 출산할 경우 대출금 전액을 탕감해 주기로 했다.

이런 노력으로 전남 영광군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2.54명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2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이런 일부 지자체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세계 꼴찌’를 해결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한편 막대한 저출산 대책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도 짚어 볼 일이다. 2021년 6월 22일자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저출산 대응사업 예산’을 분석한 결과 관광호텔지원 등 저출산과 관련 없는 사업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올해 저출산 대책예산 42조원 가운데 저출산 문제와 직접 관련된 예산은 3분의 1에도 못 미친 13조9614억원(32.5%)에 불과했다. 저출산과 전혀 연결고리가 없는 ‘황당’사업(해양수산 신산업 육성 지원, 예술창작 지원, 공공디자인 및 공예문화 진흥, 게임 콘텐트 제작 지원, 만화산업 육성, 인공지능 융합인재 양성, 도서관 디지털화 사업 등)도 있었다. 일반사업을 어떻게든 저출산과 연관해 포장하면 예산 통과가 쉽다는 각 부처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출생아 1인당 예산 1.5억 투입이라는 통계는 실제보다 부풀려진 셈이다.

출산율 세계 1위는 3.1명의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애를 낳기 위해 드는 비용을 전액 국가가 책임진다. 가정과 아이를 중시해 3, 4명 애를 낳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고 한다. 아이가 삶에 중요하다는 종교적 믿음이 뒷받침되어 있으며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육아를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경제적으로도 청년 실업률 통계가 따로 없을 정도로 청년들의 취업 걱정은 없다. 정년이 68세인데 누구나 68세를 채워 퇴직한다고 한다. 경제적 여유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없는 여건이 특히 눈에 띈다.

인구절벽이든 데드 크로스든 국가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현상이다. 이는 노동력 감소와 소비 위축, 생산 감소, 국가재정 악화 등으로 이어져 급기야 국력 쇠퇴나 국가 소멸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지구상의 대부분 나라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따라서 어떻게든 인구감소 현상을 극복하거나, 극복이 어렵다면 그 속도만이라도 최대한 늦춰야 한다. 그런데 이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경제성장 저하, 사회 활력 둔화, 복지· 의료 및 재정 부담 급증 등이 쓰나미처럼 밀려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예고된 위기에 대해서는 충격완화 방안을 찾는 것이 국가적인 급선무다. 이를 위해서, 첫째 일자리 창출 노력이 필수적이다. 일자리 창출 주체인 기업에게 과감한 규제개혁과 지원을 함으로써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 

둘째 자녀양육은 국가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지자체의 출산장려 수당만으로는 부족하다. 높은 집값, 양육비 부담과 치열한 교육경쟁, 일과 가정의 양립 곤란,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삶의 불안정성을 없애야 한다. 

셋째 해외 이민의 적극적 수용도 하나의 방안이다. 학생이 줄어든 대학은 그 자리에 해외 고졸 유학생을 데려와 한국어와 한국 역사를 가르쳐서 우리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K팝과 IT 강국의 특성을 활용하면 도움이 될 터이다. 전액 국비로 등록금을 지급한다 해도 충분히 남는 장사이다. 과거 미국에 유학 갔다가 그곳에 눌러앉은 우리 두뇌들처럼 이제 우리가 해외 우수인력을 불러들이는 것이다. 차별과 갈등, 다음 세대의 혐오범죄, 저출산 사회에 동화된 이민 가정의 저출산 등 사회적 대가와 우리 민족의 배타성 극복의 문제는 있다. 

넷째 세법 체계를 가족 단위의 과세로 개편할 것을 제안한다. 가구별 소득을 자녀를 포함한 가족 수로 나누어 소득세 등을 매기는 것을 말한다. 자녀가 많을수록 누진과세 분만큼 세금이 줄어들도록 하고 독신보다는 기혼자가 세금을 적게 부담하도록 하면 저출산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해온 저출산·고령화 대응 전략보다는 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거시적 국가 전략 없이는 인구감소 시대가 초래할 국가 재앙의 악몽을 피할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민 모두 국가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나라의 장기적인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38년 근무)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경영학박사 •수필가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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