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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기승전票, ‘票퓰리즘’ 세상을 경계한다
[정창영 칼럼] 기승전票, ‘票퓰리즘’ 세상을 경계한다
  • 정창영 기자 / 본지 주필
  • 승인 2021.06.2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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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공’(늘 공무원)은 되는 것이 없고,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안 되는 것이 없다.”

그저 웃자고 하는 소리 같지만 속으로 따져 들어가면 웃음을 넘는 심각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모두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 시험을 거친 ‘늘 공무원’은 범위를 벗어나는 변화를 ‘두려움’ 수준으로 거부하며 안전과 명분을 희구(希求)한다. 안정과 질서는 유지되지만 시대를 이끌어 가는 선도적 변화와 새로운 동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에 비해 시험을 거치지 않고 임명된 주로 임기제 공무원인 ‘어쩌다 공무원’은 해당 업무의 특성과 연혁, 관행을 속속들이 까지는 몰라 비교적 자유로운 만큼 소위 겁 없이 돌격적으로 업무를 대하는 경우가 많다. 안정과 질서에 아슬아슬한 시선이 따르지만 공무원 조직의 딱딱한 껍질을 깨는 ‘어쨌든 변화’는 기대할 수 있다.

‘늘공’과 ‘어공’의 장점이 잘 살려져 국민 입장에서 불안하지 않으면서도 속도감 있는 변화가 추구된다면 좋겠지만 서로의 이질감 때문인지 우리가 접해 온 ‘늘공’과 ‘어공’은 부조화 내지 대립이 많았다. 다만 정권 초기에는 ‘어공의 세상’, 정권 말기는 ‘늘공의 회복’이 반복됐다.

정치권, 국회의 구체적 정책 개입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에서 민심은 생명선이자 존재의 확실한 담보로 작용한다. 민심이 떠난다는 것은 곧바로 정권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에 정치권 특성상 민심은 모든 것에서 앞선 순위에 놓인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정책의 일관성이나 득실을 꼼꼼하게 따지기보다 민심이 어떻게 흐르느냐에 따라 정책의 방향과 중심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민심이라는 게 일관성 있게 앞뒤를 맞춰 흐르고 형성되는 것이 아닌 만큼 전체를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실력이 없는 정치에서는 늘 요란과 오두방정이 끊이지 않는다. 큰 흐름은 도도하게 유지하지만 변두리에서는 마찰과 넘침이 전쟁처럼 일상인 민심의 중심을 보고 있는지, 중심보다는 곁 가장자리만 보는 것인지에 따라 정치와 정책은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늘공’이든, ‘어공’이든, 정치권이든 문제는 정책을 수행하거나 개입하면서 선을 넘는 것이다. 그것도 잠깐의 인기나 위기모면, 당리당략을 목적으로 정책에 구체적으로 개입하면 반드시 사단이 난다. 굳이 예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가 경험한 사례만도 부지기수다.

특히 재임 중에, 임기 안에 무엇인가 해 내야한다는 강박이 강한 정치권이나 어공의 세계에서는 자칫 무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빨리 결과를 내 그것을 홍보하고, 이용해 정권을 연장하고 이어 가려는 시도는 정치의 기본 속성으로 치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는 정치의 정책개입은 자칫 회복이 어려운 지경으로 빨려 들어갈 소지가 아주 다분하다. 몸에 열이 난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해열제만 줄기차게 처방한다면 잠시 열이 내릴 수도 있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릴 위험이 충분하다. 주택 정책이 그랬고, ‘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셀 수조차 없는 많은 행정이 그랬다.

문제는 해당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한 공무원과 정치권이 불신을 받고 외면당하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인데 안타깝게도 정책과 행정의 실패는 진한 후유증을 남기고 그것을 국민이 그대로 받아야 하는 ‘피해’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일은 그들이 벌이고, 손해는 국민이 보는 꼴이다. 얼버무려 넘기려는 시도가 워낙 많고, 그 수법이 교묘해 국민들이 모르고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분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결국 정책도 지문처럼, DNA처럼 분명한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불행한 것은 장애와 방해를 물리치고 그것을 밝힐 때쯤이면 이미 상황은 흘러갔고 고통만 남게 된다는 점이다. 국민이 눈을 치켜뜨고 정치인과 정책, ‘늘공’과 ‘어공’을 살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돌아가는 ‘폼새’를 보자. 일정한 흐름이 잡힌다. 이른바 ‘기승전표’(起承轉票)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세상은 모든 것이 다시 ‘표’로 계산되는 형국으로 바뀌고 있다. 추경예산이 그렇고, 양보하면 죽을 것처럼 목숨 걸던 인사도 국민 눈치를 살피는 경향이 감지 정도는 되고 있다. 물론 ‘대XX가 깨져도’ 안 고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불통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선거가 다가오자 국민 ‘눈치’ 쯤은 살피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대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바람’이 일고 있는데다 연일 대선후보들이 뉴스 맨 앞에 서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변화는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문제는 갑자기 도래하는 ‘국민존중’ 시대가 어색함을 넘어 낯설기까지 한데다 좀처럼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데 있다. 한동안 집중지원 내지 선별지원에 공감하던 정부 여당이 재난지원금 운용과 관련해 어정쩡한 선회를 하면서 벌어지는 논쟁도 그렇고, 요즘 논의되는 국정 전 분야는 구체적 목적과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단지 그 배경을 ‘표’에다 두고 본다면 해결의 열쇠는 쉽게 찾아진다. 소위 ‘모든 정책은 표로 통한다.’는 설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에서 표로 선택받은 정치인이 정책을 펴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문제는 달라진다.

아무리 대의민주주의라고는 하지만 정책의 방향이 표에 휩쓸려 우왕좌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 문제가 있으면 다음에 ‘표’로 심판 받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 엄중한 시기에 ‘다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에는 다른 문제가 있다.

워낙 지적이 많고 만성화된 면이 있지만 고꾸라지는 민심을 잡는다고 내 놓은 ‘종부세 상위 2%’ 정책만 하더라도 ‘표’와 ‘정책’ 사이의 거리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얼기설기 세법을 여당의 대표적인 세금 고수가 만든 작품이라고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졸작’이라는 평마저 듣고 있다. 급한 마음은 알겠는데 어떻게 시행하려고 저런 법을 만드는지, 아니 발상을 하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정말 중요한 대목은 단지 세법뿐만이 아니라 법에 대한 정부 여당의 발상이 너무 ‘엑티브’하고 ‘버라이어티’하다는 점이다. 솔직히 그 속마음을 잘 몰라서 굳이 영어로 표기했다.

언젠가 퇴임을 앞둔 ‘늘공’ 고위직과 만났을 때 그가 한 말이 생각난다. “공무원들이 일 안 한다고 욕을 먹는데 실무 전문가 입장에서 안 되는 것은 정말 안 됩니다. 비록 간단한 정책일지라도 구성요소와 입장은 다양합니다. 한 쪽만 부각해서 하는 지적은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정부는 중심을 잡고 국가와 국민을 염두에 두고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핵심은 그겁니다.”

그는 고위직공무원이 된 이후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안 되는 것은 안 돼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공직 생활 중 정말로 무섭고 힘들었던 것은 ‘위에서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려는 것’과 직면했을 때였다”고 술회했다.

불과 4년 몇 개월 전 대한민국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겠다는 대통령의 개혁과 의지에 희망을 걸었다. 기회·공정·정의에 열광했고, 소통에 큰 기대를 걸었다.

시간은 금새 흘러 다시 선택의 길로 들어섰고, 우리는 큰 흐름과 소소한 과정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결정해야 하는 과제 앞에 섰다. 부디 감정은 내려놓고 냉철한 머리와 뜨거운 가슴으로 ‘사실’을 살피는 시간이 돼야겠고, 그 결과는 반드시 봐야 한다.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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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기자 /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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