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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국세청이 과연 권력기관인가
[정창영 칼럼] 국세청이 과연 권력기관인가
  • 정창영 기자
  • 승인 2020.06.2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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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진신고 납세체제로 바뀐 뒤에도 그런가?

6월은 어수선했다. 밑도 끝도 모를 코로나19의 잠행 종착역은 알 수 없는데다 남북관계 변수가 터졌고, 경제는 무너져 내리지만 않았지 곳곳에서 직전단계 비상등이 켜졌다. 코로나19와는 별개로 우리경제가 올 3분기부터 심각한 ‘통증’을 느낄 것이라는 진단은 이미 연초부터 아니 지난해부터 나왔다.

정치권은 4.15 총선에서의 여당 압승으로 비상시기에 걸맞게 무게가 실린 정부 여당의 강력한 정책 추진이 긍정적 차원에서 기대됐지만 시작부터 조짐은 영 아니다. 국민들이 기대했던 안정과 예측가능성은 사라지고 대립과 갈등은 더 심화되는 조짐이다. 앞날 보다는 과거로 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고 있고, 해묵은 진영의 과제와 숙원이 이슈로 떠오르는 등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터에서 전투에는 관심이 없고 온통 ‘토론’에 더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재난지원금에, 복지에, 코로나19로 정상수업이 어려운 대학의 등록금까지 떠넘겨지는 국가재정은 이 곳 저 곳 불려 다니며 홀로 고단한 1일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국정의 막힌 곳은 재정으로 뚫는다’는 국가운영의 기본이 됐다. 돈 들어 올 곳은 막막한데 써야 할 곳은 지천으로 널려 있고, 하루가 다르게 폭증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료 출신 인사는 ‘이대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며 국회의 예산심의 기능을 기대하기에 앞서 정치권에 대한 ‘세금과 재정 기본교육’을 먼저 시켜야 한다고까지 강조했다.

북핵문제가 예상됐던 결과로 부상하듯 굳이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가 겪을 경제적 어려움 등은 이미 예견됐던 길로 들어섰다. 다만 그 상황에 코로나19라는 재앙이 더해져 강도가 달라졌고 보기에만 다르게 보일 뿐이지 실제 어려움의 골격은 예상했던 범주에서 이어지고 있다.

경제가 심각한 길로 들어서고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난국이 이어지는데도 정치권은 검찰총장과의 갈등 문제로 더 시끄럽다. 급기야 여당 지도부에서는 검찰총장에게 ‘나 같으면 그만뒀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대내외적으로 총체적 난국 상황이다. 쓰나미는 몰려오는데 조개 줍는 사람들은 갈등만 표출하고 있다.

정부도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한 방안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워낙 엄중해서 해결책을 찾기는 난망이다. 특히 경제 문제가 심각한 신호를 보내면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저 코로나19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감당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당장 흉흉해지는 민심과 국민들의 불안도 잠재워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 소위 이름도 애매한 권력기관장 전면 교체 카드가 나왔다.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아 정부 분위기를 쇄신하고 새로운 동력 확보를 위해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이른바 힘 센 기관의 수장을 모두 교체한다는 카드다.

그러나 경찰청장은 임기가 다 됐고, 국정원장 역시 남북관계 등을 고려할 때 변수가 상당한데다 검찰총장은 거취를 둘러싸고 ‘뜨거운 감자’로 이슈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검찰총장 퇴진을 위해 그려지는 ‘그림’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만약 권력기관장 전면교체의 이름으로 인사가 단행된다면 국세청장만 추가되는 셈이다. 국세청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차분하게 세수확보에 전념하는 국세청장은 ‘덤’이란 말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국세청이 과연 권력기관인가에 대한 논쟁도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세정가에서는 국세청이 권력기관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견이 많다. 세법에 따라 세금을 거두는 국세청을 권력기관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주장이다. 세금 징수방법이 과거 정부 부과결정 방식의 납세체계 아래서는 세무서가 부과 결정권을 가졌기 때문에 적어도 경제적 측면 내지 국민 재산권 차원에서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자진신고 납세체제에서는 국세청 업무를 ‘권력’으로 부르기에는 민망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세무조사의 경우 지금도 상당한 과세공권력이 투입되지만 이 분야 역시 내용이나 시스템을 따지고 들어간다면 ‘조사’보다는 ‘검증’ 차원이 대부분이어서 권력기관의 ‘권력’ 행사와는 역시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국세청은 과거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와 자의적 과세권 행사로 국민들에게 불신을 받고 두려움의 대상이 됐던 전력이 있다. 권위주의적 시대의 결과로 그 당시에는 국세청 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이 대부분 ‘그런 시절’이었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국민들의 뇌리에서 이를 쉽게 지우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국세청은 자신들을 향한 불신과 권력기관이라는 오해를 없애기 위해 수 십 년 전부터 국세청 모토를 ‘공평’ ‘친절’로 정하고, 개념이 불명확하지만 ‘따뜻한 세정’을 앞세우기도 했다. 여기에다 아예 국세청의 영문 표기를 NTS(National Tax Service)로 바꾸는 등 본격적인 서비스기관 행보를 해 나가고 있다.

국세청이 권력기관인가에 대한 질문에 국세청 관계자들은 “요즘 국세행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을 끊는다. 국세청의 권력기관 분류에 대해 이들은 “그렇다면 식당 주인들 입장에서는 식약처가 권력기관이 돼야 한다”고 맞받는다.

실제로 최근 국세행정과 시스템을 보면 국세청을 권력기관으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점도 이해가 된다. 단지 국세청이 수행하는 업무가 누구나 피하고 싶은 세금을 ‘반대급부 없이’ 거두는 일인 만큼 업무 속성상 강한 이미지는 어쩔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여기에다 최근까지 비록 일부라고는 하지만 국세청의 세무조사 현장에서 불거져 나오는 납세자들의 불만 목소리는 국민들이 아직도 국세청을 완전하게 권력기관에서 ‘졸업’ 시킬 수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세무조사 현장에서 납세자의 권익이 훼손되면서 국고주의적 시각으로 실적에 집착한 조사 집행이 진행되는 한 국세청은 아무리 자신들이 권력기관이 아니라 서비스기관이라고 강조해도 국민들이 국세청은 보는 시각은 ‘권력기관’일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국민에게 신뢰를 받는 것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왔다. 자신들의 일이 늘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자신들의 업무가 국민신뢰 없이는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국세청이 걸어갈 길은 분명하다, 과세권과 행정 남용 없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책임과 권한을 국민 입장에서 성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이것만이 기준도 개념도 불명확한 ‘권력기관’의 대열에서 국세청이 벗어나는 길이다.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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